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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살인 - 폭주하는 더위는 어떻게 우리 삶을 파괴하는가
제프 구델 지음, 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6월
평점 :
연일 30도를 가뿐히 넘는 불타는 낮이 이어지고 있다.
시기로 보면 아직은 초여름, 본격적인 한여름은 오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공포스럽다.
길거리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몸 안에 쌓인 뜨거운 공기를 후우후우 입으로 내뱉고 있다.
잠시 일을 쉬고 있는 지금, 따가운 햇볕에 억지로 노출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작은 위안이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밥벌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몸을 움직이고 있을 이름 모를 사람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다.
잔인한 폭염 앞에서 인간은 그저 무력할 뿐이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2023년은 인간이 산업적 규모로 화석연료를 태우기 전인 19세기 말(지구온난화 측정의 기준시점)에 비해 1.48도 더 더웠다(10p).
약 1.5도.
예를 들면 25도와 26.5도.
이 정도 기온차라고 생각하면 별다를 게 없게 느껴지지만 그 기온차로 인해 인류에게 다가오는 결과물의 형태를 보면 절대 우습지 않는 수치다.
1년에 전 세계에서 극단적인 더위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가 무려 48만 9천 명이고 2070년에 극단적인 더위 속에서 살아갈 확률이 높은 사람의 수는 2억 명으로 추산된다.
더위와 가뭄으로 인해 지난 20년 새에 줄어든 전 세계의 농업 생산량은 21%에 육박하고 2019년 이래 극심한 식량 불안정에 처하게 될 사람의 수도 2억 1천만 명으로 예상된다.(8~9p)
고작 더위가 아닌 것이다.
더위는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인류는 지구에게 몹쓸 짓을 너무 많이 해왔다.
끊임없이 화석연료를 태우고 자연을 훼손시켰다.
지구의 자정 능력은 이미 한계를 초과한 지 오래고 당장의 화석연료 사용량을 전 세계적으로 조절해야 함에도 모두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보고 차일피일 적극적 노력을 미룬다.
그 사이 바닷속에서는 물고기들이 높아진 수온에 익어죽거나 질병에 취약해지고, 지상의 동, 식물들은 수십 킬로미터의 단위로 발 빠르게 시원한 고지대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
바짝 말라버린 대지에는 거대한 산불이나 화재가 발생하거나 집중호우, 허리케인 등의 자연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는 와중에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악화일로를 걷는 기후 변화가 너무도 큰 공포로 다가온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에게 더위는 점점 더 무서운 살인 병기가 될 것이고 우리는 절대 그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개인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서로 폭탄 돌리기는 그만두고 국가적, 시스템적 차원의 제도 개선이 시급히 이루어지면 좋겠다.
정말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나는 지구를 잃고 싶지 않다.
우리의 미래도 잃고 싶지 않다.
제발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