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한 내일 트리플 24
정은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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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 이방인으로 살았던 경험이 있다.

다행히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한국과 완전히 다른 인종 속에서 살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치게 외로웠던 날들이 있었다.

모국어였다면 마음의 8,90%는 표현했을 말이, 외국어로는 좀처럼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주변만 맴도는 느낌이었다.

내가 마음을 열고 다가간다 해도 그들은 쉽게 곁을 내어주지 않았다.

모두 사람 좋은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속내를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그래, 그랬던 적이 있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독일에 머물고 있다.

타향살이만 해도 서러움은 최고치인데 팬데믹까지 겹쳐버린 상황이다.

일상생활에 수많은 제약이 생기고 외출 한 번 하는 것도 어려웠던 그때.

날이 덥거나 춥거나 상관없이 모두 하얗고 두꺼운 마스크로 호흡기를 꽁꽁 동여매야 했던 그때.

전염병의 발원지가 아시아라는 이유로, 그 나라의 인종이 아닌 타 인종이라는 이유로 그들이 입지는 점점 좁아져만 간다.


글을 읽어나가면서 등장인물들의 막막함이 고스란히 전해져와 숨이 무겁게 느껴졌다.

내가 태어나 고른 이름은 아니지만 내게 주어진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이름이 잘못 불릴 때마다 세상이 아주 미묘하게 뒤틀리고 붕괴되는 기분을 나도 안다.

알아서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는 내일이 올 것이다.

매번 좋은 날만 늘어서 있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분명 오늘보다는 나은 날이 올 거라고 믿으며 불쑥불쑥 불안으로 날뛰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잠자리에 들 것이다.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나에게도.

내일이 올 것이다.

안녕한 내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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