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서동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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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좀 보고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에게 이동진이라는 세 글자는 무시할 수 없는 고유명사일 것이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인데 최근 그가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이 책이 소개되었다.
서동욱 작가의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저자는 철학자이자 시인이며 문학평론가이고 교수이기도 하다.
큰 틀로 보면 여러 가지가 이어진 나무 같기도 하지만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 꽤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처음 저자 소개 글을 보지 않고 바로 프롤로그로 돌진했다가 문장이 예사롭지 않아 책날개를 펼쳐보니 저런 설명들이 있었다.
다재다능한 분이군.

책을 읽긴 하지만 주로 소설과 에세이에 편향된 독서를 하는 편이라 아주 오랜만에 읽게 된 인문학 도서였다.
글에서는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고 한 주제에 대한 글쓰기 속에서도 다양한 철학, 영화, 미술 등 폭넓은 저자와 작가들의 이야기가 빼곡하게 인용되어 있다.
이게 한 사람 속에 다 담길 수 있는 양인가?
꼭꼭 씹어 먹고 소화해서 풀어낼 수 있는 글인가? 싶어서 마냥 넋을 놓고 읽었다.
이 나이까지 큰 어려움 없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를 정도로 기초 지식에 구멍이 많은 나 자신에게 놀라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게 쉬운 글은 아니었다.
눈으로 읽는데도 이해가 잘되지 않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읽으며 한 자 한 자 곱씹어 읽기도 자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내가 잘 소화를 시켰는지는 자신이 없지만 좋은 독서 경험이 되었다고는 생각한다.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대목들이 있지만 특히 관심이 갔던 부분은 아래 두 파트이다.

83p 동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중

인간은 오래전부터 지구의 주인으로 행세해왔고, 같은 맥락에서 동물을 지배하고 사용해왔다.
이런 일의 기원에는 적지 않게 유대·기독교적 사고방식이 자리 자고 있다.
린 화이트가 유명한 논문 <생태계 위기의 역사적 기원>에서 잘 지적하듯 말이다.
"하느님은 인간을 이롭게 하고 인간이 다른 피조물을 지배하도록 하기 위해 이 모든 것을 계획했다.
(…) 기독교는 인간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자연을 착취하는 것은 신의 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자라난 서구의 사상들은 인간과 동물 사이의 위계적 격차를 만들었다.

91p 희생양 없는 사회를 향하여 중

피해자와 약자의 권한을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위해 의도적으로 희생양으로 삼는 것 말이다.

내 세상이 아주 조금 확장된 것 같다.
전혀 무지했던 부분들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대목도 있다.
아직 온전히 소화를 시키기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이지만 다시 읽으면서 내 것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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