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들 오세곤 희곡번역 시리즈 8
장 주네 지음, 오세곤 옮김 / 예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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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동성애가 동성애자들의 ‘선택’이 아닌 ‘선천적인 것’으로 생각되어지는 추세다. 태어나면서부터 동성애적 성향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동성애는 그들의 선택일 수도, 선천적인 것 일 수도, 그들의 어쩔 수 없는 생존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즉, 동성애 성향을 가지게 된 것은 한 가지 요인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사람에게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으며, 그 요인역시 뚜렷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장 주네의 <하녀들>에서는 그녀들의 ‘하녀’라는 신분적인 억압으로 인한 여러 가지 요인들에 의해 동성애적 코드가 발견된 것으로 보았다. 이것 역시 하나의 요인이 또 여러 가지 요인을 발생시켜, 동성애적 성향을 키우게 만든 것이다.

 

장주네의 1947년 작인 <하녀들>은 당시 프랑스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던 이른바 ‘파팽자매 사건’에서 소재를 구한 것으로 추측되어진다. 이것은 두 자매가 자신들이 7년 동안이나 하녀로 일하던 집주인과 여주인과 그 딸을 살해한 뒤, 자기들의 방에서 동성애를 즐기다 발각된 사건이다. 사실 ‘파팽자매사건’에서도 자매가 주인을 죽이고 동성애를 나눈 것이 기정사실화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장 주네의 <하녀들>에서도 동성애 행위가 직접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파팽자매사건’의 동성애적 행동이 있었다는 견해에는 그 사건 당시에도, 그 이후에도 여러 가지 주장들이 존재한다.

 

프랑스의 정신 분석학자인 자크 라캉(Jacque Lacan)은 파팽자매가 두 개의 욕구(delires a deux), 즉 인류가 발견한 가장 오래된 정신질환이라 할 수 있는 피해망상적 분열증(paranoid disorder)을 앓고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녀들의 동성애와 사도매저키즘적 이상행위, 폭력성 사이에 연관관계가 있다고 분석하였다. 하지만 라캉은 두 자매가 성적관계를 맺었을 거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 이유로 라캉은 “정신분석학자들이 동성애에서 편집증적 성향을 유추하는 경우는 그 동성애가 무의식적이거나 잠재된 동성애일 경우”라고 지적하며 그러한 동성애 성향은 완전히 자아를 부정하는 형태로 표출된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파팽자매들이 동성애를 나눈 것은 그들의 성적성향이 실제로 동성애적 이어서 라기보다, 극한의 공포상황에서 제정신이 아닌 두 자매가 피가 낭자한 옷을 벗고 자신들에게 유일하게 안식이 허락된 공간인 방에서 함께 했던 순간이, 근본적으로 유아들이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 뒤 보이는 극도의 분리불안이나 퇴행적 일탈행위와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장 주네의 <하녀들>에서 동성애적 코드의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끌레르 그냥 놔둬. 어둡게 해줘. 조금만 어둡게 해줘. 제발 부탁이야.

(쏠랑쥬는 불을 끈다.)

쏠랑쥬 좀 쉬어, 끌레르.

(꿇어앉아 끌레르의 신을 벗기고 그 발에 입을 맞춘다.) 좀 가라앉혀, 끌레르.

(끌레르를 쓰다듬는다.) 발을 이리 뻗어. 눈을 감아.

끌레르 (한숨을 쉬며.) 창피해, 언니.

쏠랑쥬 말하지 마. 가만히 있어. 내가 재워 줄게. 잠들면 내가 저 위 다락방으로 옮겨줄게. 옷을 벗기고 네 침대에 눞혀 줄게.

끌레르 창피해, 언니.

쏠랑쥬 쉿! 내가 얘기 하나 해 줄게.... (중략)...

(쏠랑쥬는 불을 켠다.)

장 주네, <하녀들>, 61p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학적인 측면 외에 우연히 동성인 사회적 약자들의 사랑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녀들의 인간이하의 생활환경 - 예를 들어 너무나 추운 다락방, 주인들의 횡포 등- 이 하녀들을 성애적인 동성애가 아닌 생활고속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약자들의 사랑이라는 것이다. <하녀들>의 집은 그녀들에게 안식처로서의 집이 아니다. 가장 편안한 안식처여야 할 가정이 하녀들과 주인과의 권력관계로 인해 욕망과 권력이 교차하는 전쟁터였던 것이다. <하녀들>의 배경이 변화하지 않고 오로지 그녀들의 ‘집 안’이라는 것은 폐쇄공포증 적인 공간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조건들 속에서 그녀들의 동성애가 움툰 것이다.

 

사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든,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든 무언가에 호감을 가지고 의지하는 이유 혹은 목적을 너무 뚜렷하게, 이유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경우 사람들은 동성애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어떠한 특정한 요인 안으로 그들을 끌어들이려 한다. 폴 발레리는 “인간은 술병에 붙은 상표만으로는 취하거나 목을 축이지 못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어떤 용어를 정의하는 것은 개념어를 통해서는 절대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그들에게 딱지를 만들어 분류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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