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거짓말쟁이들 - 누가 왜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가
이언 레슬리 지음, 김옥진 옮김 / 북로드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문제는 얼마나 ‘잘 지어내느냐’다.

 

영화감독에게 묻는다. “왜 이 장면을 이렇게 찍으셨나요?” 주인공의 비참한 심정을 대변하는 사물로서... 친절한 감독은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대부분, 창작자들에게 ‘왜’ 이렇게 만들었느냐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그냥.’ ‘갑자기 떠올라서.’ ‘별 생각 없이.’     

당신은 왜 OO가 되고 싶나요? 왜 그렇게 살고 싶나요? 왜 그를 사랑하나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물음들은 대부분 의미가 없다.

 

‘그냥.’ ‘살다보니.’ ‘모르겠어.’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솔직한 대답이다. 그러나 현실을 잘 파악하는 이들의 대다수가 우울증에 걸리듯, 솔직한 대답은 무기력증과 허무함만을 남긴다.

 

면접장에서, 상견례 자리에서, 사랑하는 이의 얼굴 앞에서 ‘그냥’ 따위의 대답을 하는 건 제아무리 솔직한 답변이라고 해도 환영받기 어렵다. 환영은커녕, 당장 눈앞에서 사라지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답을 ‘잘’지어내야만 한다. 잘 지어내기 위해 고민하고, 책을 읽고, 남들과 토론하여 잘 지어낸 답을 만들어낸다. 그 답을 노트에 적는다. 프린트를 한다. 질문을 하는 자 앞에서 또박또박 말할 수 있도록 연습을 한다. 그들 앞에 선다. 평가를 받는다. 삶은 이러한 것들의 연속이다. 이 일련의 과정들을 누가 더 치열하게, 많은 시간 매달렸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우리는 선천적 거짓말쟁이가 아니다. 하루하루 좋은 거짓말을 지어내고 그것을 남들에게 믿게 만들기 위해 애쓴다. 이 과정에서 우울증에 걸리지 않으려면 자기기만도 빠질 수 없다. 우리는 후천적 거짓말쟁이다. 그것도 아주 고단한 과정을 거친.

 

식물도 속임수를 쓴다. 북아프리카의 거울난은 잠재적인 수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작은 꽃들을 피운다. 이꽃에는 꿀이 없지만 거울난은 조심성없는 것들을 유혹하는 특별한 계략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을 수분시켜주는 말벌종의 암컷 흉내이다. 꽆의 푸르스름한 보락빛 중심부가 마치 쉬고 있는 말벌 암컷의 날개를 닮았다. 길고 수북한 빨간 털은 이 곤충의 배에 난 털과 비슷하다. 그게 미끼다.흥분한 말벌 수컷을 위한 곤충판 포르노인 것이다.

빅토리와 탈와의 실험-‘징벌환경’: A학교는 거짓말을 해도 훈계나 보충학습 등 비체벌적인 방법을 사용했고 B학교는 체벌을 했다. 결과는 B학교의 아이들이 그저 거짓말에 능숙해진다는 것이었다. "하찮은 일로 곤란에 빠지게 된다면 차라리 끝장을 볼 때까지 하는 게 낫다."

빅토리와 탈와는 아이드이 거짓말하는 것을 관찬하면서 보냈다. 훔쳐보기 놀이: 장난감 박스에서 나올 장난감이 무엇인지 알아맞히기 놀이를 한다. 이 대 연구자가 잠깐 나갔다오겠다고 하고 박스 안을 절대 보지 말라고 말한다. 돌아와 아이들이 거짓말을 했나 살펴보는 연구. 일반적으로 세 살배기는 즉시 고백을 하고, 네 살배기는 대부분 거짓말을 하고, 여섯 살무렵이되면 아이들의 95%가 이런 거짓말을 한다. 세 살에서 다섯 살사이에 일종의 루비콘강을 건넌다는 게 보편적인 진실인 것 같다. 비슷한 유형이 미국, 영국, 중국, 일본의 아이들에게서 관찰됐다.

프랑수아 드라로슈푸코는 "약자는 솔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생과 부모는 거짓말에 대한 벌을 늘여 아이들을 더욱 더 방어적이 되게 몰아갈 수도 있으며, 이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커가면서 아이들은 거짓말을 안하는 것을 배운다기보다 ‘언제’ 거짓말을 할지를 배운다.

미국의 영화배우 말런 블랜도는 "거짓말을 할 수 있다면 연기를 할 수 있습니다."고 말했 다. 블랜도가 말한 것처럼 거짓말하기와 예술은 공통점이 많다. 두 가지 모두 허구의 이야기를 지어내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믿으라고 하는 것이 수반되며, 연관된 정신적 과정이 비슷하다. 그러나 예술가와 달리 만성작화증환자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만성작화증환자가 말을 지어내는 상황에 갇혀있다면, 예술가는 이 원천에 의식을한 채, 의도적으로 들어간다.

아이들은 신기한 현실주의자다. 그들은 현실과 환상의 차이를 알지만 후자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기뻐할 준비가 돼있다. (프로이트)

사람들은 취직면접에서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파악할 수 있는지를 과대평가하고 동시에 다른 사람들은 그런 짧은 만남에서 자신을 어렴풋하게만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나는 대단히 예민하고 복잡하며 겉으로 보이는 것과 같지 않지만, 너는 예측이 가능하고 읽어내기가 쉽다고 생각한다. 페르난도 페소아(1888~1935, 포르투갈의 시인)의 <불안의 책>에서 화자는 "다른 사람의 존재를 진정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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