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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시대 -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평점 :
사라진 줄 알았던 우울증은 종종 뉴스를 접한 후 다시 도졌다. 의료사고 피해자의 실상, 경영상의 어려움을 꾸며낸 회사가 저지른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 두 뉴스를 연달아 접한 뒤였다. 우울증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왔다. 어디서 기분 나쁜 것들만 모아놓곤 뉴스라니.
한 웹툰이 떠올랐다. 푸드 파이트에서 승리한 한국인에 대한 뉴스를 신문 구석에 박아 놓았다고 투덜거린다. 그의 독백은 책 <뉴스의 시대>에서 보여주는 알랭 드 보통의 성찰 못지않다.
‘왜 TV 뉴스는 늘 그런식일까? 왜 늘 사람들에게 세상은 무섭고 슬프고 한심하다고 얘기하는 걸까? 왜 언제나 과장된 오프닝 음악과 경직된 얼굴로 그날의 여러 가지 일 중에서 가장 우울한 사건사고들을 헤드라인으로 소개하는 걸까? 왜 일방적으로 문제와 의문만 무책임하게 내던지고 대답은 회피하는 걸까?’ (<오무라이스 잼잼> 45화 가운데, 조경규)
철학자 헤겔이 주장했듯, 삶을 인도하는 원천이자 권위의 시금석으로서의 종교를 뉴스가 대체할 때 사회는 근대화된다. (11p)
일단 공식적인 교육과정이 끝나면 뉴스가 선생님이다. 뉴스는 공적인 삶의 풍조를 조성하고 우리 각자의 테두리 너머에 있는 공동체에 대한 인상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유일한 힘이다. (13p)
우리가 뉴스와 얽힌 정도에 비하면 안타깝게도 많은 언론기관 내부에는 공정하고 중립적인 ‘사실’ 보도가 가장 품격있는 저널리즘이라는 편견이 광범하게 퍼져있다. 이를테면 CNN의 슬로건은 ‘여러분께 사실을 제공합니다’이다. 네덜란드의 NRC 한델스블란트는 ‘의견이 아닌, 사실을 전달하는’자신들의 능력을 줄기차게 홍보한다. 이 ‘사실’이 지닌 문제는 오늘날 신뢰할 만한 사실 보도를 찾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정작 문제는 우리가 더 많은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접한 그 사실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는 데 있다. (32p)
정치적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정치의 핵심 영역에서 한사람이나 한 정당이 단숨에 성취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뉴스 순환 속도가 요구하는 것만큼 빨리 상황을 변화시켜내는 건 누구라도 불가능하다. (67p)
저널리즘은 특정부류의 권력을 감시하는 일만을 자신의 역할로 규정하면서 너무 무던하거나 비겁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저널리즘은 그저 현실의 경찰서나 세무서가 아니다. 저널리즘은 더 나은 나라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제안하려는 목적으로 국가적 삶의 모든 사안을 다루는 망명정부다. 혹은 그렇게 되어야 한다. (77p)
문제는 현대의 뉴스 매체가 발전시킨 보도 방법론(다른 방법은 거의 모두 배제한 채, 정확하고 기술적으로 신속하지만 비인간적인데다 위기에만 초점을 맞춘 보도 방침)이 일종의 세계화된 배타적 편협함 속으로 잘못 빠져들었다는 점이다. 그로인해 우리는 정말 많은 것들을 알지만 그에 대해 실제로 그에 대해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되었고, 잘못된 종류의 얕은 지식이 우리 호기심의 범위를 확장시키기보다 좁혀버렸다. (108p)
우리가 어떤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에 개입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려면, 그 나라 사람이나 장소에 대한 좀더 깊은 흥미를 유발하는 사소한 이미지나 감각적인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118p)
나는 전쟁이 어쨌든 좋은 게 아니고, 때로 무고한 사람들이 십자포화 속에서 죽임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외교적 시도도 가려서는 안된다고 내가 얼마나 간절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또한 피로 물든 앙들 앞에서 통곡하는 아버지가 생기지 않도록 전쟁을 피할 수만 있다면 중대한 전략적 이점 같은 건 포기해도 상관없다고 얼마나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138p)
우리는 빼어난 셀러브리티들을 고작해야 소극적인 궁금증이나 엉큼한 호기심에 걸맞은 신비한 유령처럼 대하기를 그만두어야 한다. 그들은 성실함과 전략적 사고를 통해 특별한 위업을 이룬 보통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 사람에게서 무엇을 보고 받아들여야 할까?’라는 기본적인 질문을 염두에 두고 그들을 사례연구 대상으로 삼아 자세히 뜯어보고 엄밀히 분석해야 한다. (190p)
우리는 셀러브리티는 ‘똑같이 따라하는’ 사람을 두고 안쓰러운 가짜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선망에 기초한 모방이 높은 수준으로 이루어진다면, 이는 훌륭한 삶의 필수 요소가 된다. 경탄하기를 거부하는 것, 성공한 사람의 성취에 아무런 흥미도 보이지 안호는 것은 타당한 근거없이 오만하게 자신을 중요한 앎으로부터 떼어내버리는 짓이다. (191p)
그리스 비극에서 코로스는 수시로 사건에 개입하여 감정의 뱡향을 조정하고 등장인물의 행동에 풍부한 맥락을 부여했다. 코로스는 주인공이 어떤 죄를 저질렀건 간에 그에 대해 엄숙한 조경을 담아 표현한다. 그런 섬세함 덕에 <오이디푸스 왕>공연을 보며 불운한 중심인물을을 ‘패배자’나 ‘정신병자’로 치부하는 관객은 드물었다. 뉴스의 서술방식은 이보다 덜 싱중하다. (221p)
레스토랑으로 먼걸음을 하고픈 표면적인 이유는 우리가 뭔가 간단히 한입 먹고싶어서다. 하지만 우리 욕망의 실질적이고 어쩌면 심지어 결정적일 수도 있는 부분은 보다 덜 밋밋하고 보다 미묘한 심리적 근거를 갖고 있다. 그건 바로 우리가 레스토랑 자체의 가치를 흡수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레스토랑처럼 되고 싶어 한다. (2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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