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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ㅣ 행복사회 시리즈
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4년 9월
평점 :
제목: ‘복지 없는 증세’시대, 한국도 복지국가가 될 수 있을까?
[서평]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증세 없는 복지’라는 표어는 ‘복지 없는 증세’라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는 올랐지만 어린이집 보육료는 예산에서 빠졌고 토요일 오전 진료비는 올라갔다. 몇 번의 큰 선거를 겪으며 한국사회가 복지국가로 걸음을 띄었다고 하지만 상황은 나쁘게만 느껴진다. 북유럽을 비롯한 복지국가에 대한 이야기는 넘쳐났지만 정작 한국 사회에 적용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였다. <오마이뉴스>의 대표이자 기자인 오연호의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는 덴마크의 사례를 한국사회에 적용해 보자는 제안서다.
저자는 덴마크가 행복한 이유를 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이라는 6가지 키워드로 분류해 설명한다. 직접적으로 어떤 한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는 말하진 않지만 맥락상 그 중에 제일은 자유다. 덴마크인 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비결을 딱 한 가지만 꼽으라는 질문에 저자는 “덴마크인 들은 자기 인생을 어떻게 살지 여유를 두고 스스로 선택한다”(본문 193p)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국가와 사회가 그런 환경을 보장해준다”
단순히 생각하면 자유와 안정은 상반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유는 안정에서 나온다. 책 중에서 덴마크의 공립학교 ‘발뷔스콜레’를 소개하는 부분을 보면 덴마크 공립학교는 9년 내내 같은 담임이 학생을 맡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동안 담임선생님이 한명인 것이다. 한 한생은 11년간 같은 반에서 공부했다고 한다. 지루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학생의 말에서 어떻게 자유가 안정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오랫동안 같은 반이면 안정감이 생기기 때문에 학생들이 더 창의적인 도전을 하게 돼요. 반드시 옳다는 확신이 덜 들어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주거든요. 누군가가 발표 중에 실수를 해도 비웃지 않아요. 모두가 그 학생을 전부터 잘 알아왔으니까요” (본문 167p)
안정적인 환경이 그들을 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생각이 쌓여 결국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물론 안전한 환경에는 재정도 들어간다. 우선 덴마크는 병원 진료비가 무상이며 대학등록금도 무료이고 대학생이 되면 ‘자취생’에겐 약 120만원(약 6000크로네)을, 부모님 집에서 사는 대학생에겐 그 절반을 생활비로 지급한다. ‘취준생’이나 실업자 같은 경우 최대 2년 동안 최소 약 200만원(1만 860크로네)에서 최대 약 300만원(1만 6300크로네)까지 받을 수 있다. 사실 이쯤 되면 덴마크인 이 행복한 이유는 앞에 제시한 수많은 키워드들보다 ‘복지’라는 것이 더 와 닿는게 사실이다.
복지국가인 덴마크를 만든 역사를 저자는 크게 교육부분과 농업부분으로 나눠 설명한다. 교육부분에서는 덴마크의 정치가이자 목회자였던 ‘덴마크 교육의 아버지’ 니콜라이 그룬트비를, 농업부분에서는 군인출신으로 덴마크 국토 개간 운동을 펼친 달가스를 언급한다. 달가스의 황무지 개간과 함께 그룬트비의 주체적인 시민교육으로 일어난 시민들이 행복사회 덴마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들의 공통점을 ‘깨어있는 시민’을 만들어낸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달가스 운동으로 깨어있는 농민이 덴마크의 산업화 과정에서 깨어 있는 노동자, 깨어있는 시민으로 진화했고 이들이 덴마크 노동운동과 정치운동의 중심축이 됐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도 일제강점기와 박정희 시대에 덴마크를 배우자는 시도가 있었다. 새마을운동과 같이 덴마크의 농업운동처럼 비슷한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덴마크의 운동과 한국의 운동에는 차이가 있었다. 저자는 군사독재와 깨어있는 시민은 함께 갈 수 없는 한계를 가졌다며 그 차이를 설명한다. 또한 덴마크의 운동이 ‘아래에서 위로의 운동’이었다면 한국의 운동은 ‘위에서 아래로 운동’이었기에 행복사회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현실에 저자는 결국 행복사회를 만드는 일엔 시민이 관건이며 정치권에 기대지 말고 우리 스스로 내일을 만들어가자고 조언한다. 하지만 ‘깨어있는 시민’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본문 중에 그룬트비가 농민과 시민들을 교육했던 방향이 힌트가 될 수 있을 듯싶다.
그룬트비는 농민들과 시민들에게 무조건 교육을 강조하며 깨어있는 시민이 되라고 하지 않았다. 그는 농민과 시민이 스스로 문제제기를 하고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또 더불어 즐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문262p)
깨어있는 상태가 중요하다고, 깨어있는 시민이 되라고 하는 것은 듣는 이로 하여금 ‘깨어있지 않은 상태’를 전제한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더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렇게 들을 수도 있다. 내가 깨어있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상대와 이야기하는 과정이 ‘더불어’ 즐거울 수 있을까? 한국사회가 ‘위에서 아래로 운동’의 후유증으로 복지국가와 행복사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요즘. 후유증을 극복하자고 말하는 자세도 ‘위에서 아래로’의 자세는 아닌지 돌아보는 게 먼저일 지도 모른다.
덴마크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신의 나라도 아니다. 다만 불완전한 인간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의 나라 가운데 하나다. 그러니 그들의 장범부터 먼저 배워보면 어떨까.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치유하는데 그들의 잠정이 얼마나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285p)
덴마크인들에게 행복인생을 위한 관습법이 있다면 ‘여유를 두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여러 선택지 가운데 살펴보고, 남의 눈치보지 않고 스스로 선택해서 즐겁게 살자’가 제 1조가 될 것이다. (3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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