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랜덤하우스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20분 정도 책을 읽어내려가다 얼마전 느낌이 비슷한 책을 읽은 듯 했다.
작가가 누굴까 하고 책 표지를 확인하니 얼마전 읽었던 <용의자 X의 헌신>의
작가였다. 약간은 메마른듯한, 하지만 잔잔함이 묻어나오는 그의 글이라
생각하며 작가를 기억하지 못하는 내 기억력을 원망했다.

이 책은 충동적인 살인 강도로 인해 교도소에서 복역하는 형 때문에
부당한 차별을 받는 동생 나오키의 이야기이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니지만
살인자의 동생이라는 꼬리표는 나오키의 삶을 계속하여 따라 다닌다.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그리고 자식에게까지...
숨기려고 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아니, 더 열심히 노력해봤자 소용이 없다.
의도하지 않게 늘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었으니까.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가해자 가족이나 친척들의 입장을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들의 삶도 이렇게나 고달프고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없었을까. 어쩌면 피해자의 가족들 보다 더 처절하게 고통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교도소에서 자신의 죗값을
반성하고 오히려 평화로운 마음으로 살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남아 있는 사람이
무슨 죄이겠는가. 담담하게 마음을 비운듯한 형의 편지에 나도 모르게 그가
미워졌다. 정말 태평한 소리만 한다는 생각에 울컥하기도 했다.

동생 나오키는 소매치기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아이가 피해자가 되고 나서야
형때문에 피해자가 된 가족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곤 형과의 인연을
끊게 된다. 또한 형은 그제서야 동생 나오키가 자신으로 인해 고통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형을 버림과 동시에 살인자의 동생이라는 꼬리표가 떨어질지도
모른다. 동생 나오키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어떤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겠는가?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최선의 선택에 대한 나름대로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마지막 형의 편지의 슬픔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느껴지는 듯하다.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또 다른 작품까지도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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