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외국인 친구가 우리 반에 전학을 온다면?

요즘 흔히 쓰이는 시사용어 중 ‘제노포비아’라는 말이 있다. ‘낯선 사람’이라는 ‘제노스(xenos)’와 ‘공포’를 의미하는 ‘포보스(phobos)’란 그리스어를 합친 말로, 외국인으로 대표되는 이방인에 대한 혐오, 기피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최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외국인노동자, 이민자, 난민이 주요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우리에게도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당선 전부터 멕시코 이민자들을 모두 범죄자로 치부하는 발언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유럽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난민 인구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점점 거세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종차별과 반인권적인 행태들에 대한 비판과 반성의 목소리도 줄지 않고 있다. 결국 이 모두는 외국인 인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세계적인 흐름에서 피할 수 없는 진통으로 여겨지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은 무려 200만 명이 넘는다. 그중 1년 이상 살고 있는 외국인도 100만 명이 넘으며, 이는 우리나라 총인구의 약 2%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50만 명에 달하며, 유학생과 결혼 이민자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반대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사는 일도 흔한 일이 되었다. 1년에 약 1만 명의 초등학생들이 유학, 가족 이민, 부모님 직장들을 이유로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

사회탐구 그림책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 『외국에서 온 새 친구』는 한 반에서 외국인 친구와 생활하게 된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책이다. 앞으로 아이들이 언제든지 맞닥뜨릴 수 있는 보편적인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낯설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를 통해 편견의 벽을 넘어서는 법을 가르쳐 준다. 앞으로도 세계는 ‘지구촌’이라는 말이 실감 날 만큼 점점 더 한마을처럼 좁아지고, 미래에 우리 아이들은 전 세계를 오가며 살게 될 것이다. 이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이 좀 더 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법 배우기 

『외국에서 온 새 친구』의 조니는 동네에서 낯선 아이를 마주친다. 그리고 생전 처음 들어 보는 언어로 말을 하는 그 아이에게 경계심을 느낀다.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외국에서 갑작스럽게 전학 오게 된 게이브를 교실에서 다시 마주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급식 시간에 영양사 아저씨에게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게이브를 보며 조니는 이렇게 말한다. “저것 봐, 쟨 역시 우리랑 달라. 무얼 달라는 말도 제대로 못 하잖아.” 조니는 자신과 달리 처음부터 게이브와 썩 잘 어울리는 반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일부러 더 냉랭한 태도를 유지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무리 연습해도 잘 되지 않던 축구공 묘기를 선보이는 게이브를 본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라며 말을 건네고 만다. 

우리는 조니의 행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많이 사람들은 처음 접해 보는 낯선 것에 겁을 내거나 경계심을 가진다. 때로는 당혹감을 숨기기 위해 과장되게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니의 태도를 바꾼 것은 게이브의 노력만이 아니었다. 조니는 다양한 일들을 보고 겪으며 스스로 깨달아 갔다. 축구공이라는 매체를 통해, 게이브도 자신처럼 못하는 것도 있는 반면 잘하는 것도 있는 평범한 아이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조니는 자신이 축구공을 다루는 게 서툴러 서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을 떠올리며 우리말이 서툰 게이브가 학교 생활에서 겪었을 어려움을 이해한다. 이방인이라는 사실에만 몰두했던 좁은 시야를 조금 넓히는 순간, 상대방의 전혀 다른 면모가 보이는 것이다. 

『외국에서 온 새 친구』의 조니와 게이브 이야기는 저자인 마리아 디스몬디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실제로 초등학교 1학년 때 외국에서 갑작스럽게 이주해 온 게이브가 반 친구들 사이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고 이 책을 만든 것이다. 저자는 어른의 눈으로 보기에 놀랄 정도로 아이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방법을 익혀 갔다고 말한다. 또한 이러한 기회를 통해 다양성의 아름다움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 모두에게 커다란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낯선 나라, 낯선 아이들 틈에서 기죽지 않고 멋진 용기를 보여 주는 게이브와 자신과 전혀 다른 친구에게서 배울 점을 찾아내는 조니의 모습은 둘 다 아이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어 준다. 세계를 무대로 꿈을 펼쳐 갈 우리 아이들이 『외국에서 온 새 친구』를 통해 타인에 대해 편견 없이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한 다양성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알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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