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노동을 즐겁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9
이승윤 지음, 소경섭 그림 / 철수와영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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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있는 무수히 많은 책들이 스스로 읽히고자 여러 전략을 사용한다. 유명 작가의 책이거나, 표지 디자인이 획기적이거나, 제목을 도전적인 것으로 하기도 한다. 내 기준 이 책은 제목이 도전적이다. 노동을 즐겁게 하기를 바란다니?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노동을 '즐겁게'하기 보다는, '고통스럽지 않게'하기 위한 여러 제반 법적 사회적 배경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초등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에 경제 관련 내용이 나온다. 사회라는 교과가 원래 기본 상식이 많으면 유리한 것이긴 하지만(사실 모든 교과가 다 그렇긴 하다) 학생들의 상식의 폭은 매우 넓어 일자리, 노동자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 학생들도 부지기수다. 교과서에서는 그런 용어의 정의와 기본적인 경제구조를 설명하긴 하지만, 실제 사회에서 가질만한 주제를 총 34개 선정해 간단한 설명을 하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은지 질문을 제시한다.

그 질문 또한 쉬운 질문들이 아니다. 예를 들어 필수노동자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고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등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사회안전망에 대한 이해와 해외 노동법 관련 탐사가 도움이 될 것이다. 주제를 하나씩 정해 문제해결방안을 학생들이 스스로 조사해보게 하는 것도 경제와 관련, 의미있는 학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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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무인도 서바이벌 대작전 -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과학상식 33가지
하이사이 탐정단 지음, 윤수정 옮김 / 길벗스쿨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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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누구나 “무인도에 간다면 무엇을 가지고 갈래?” 라는 질문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보통 그 사람의 성향에 따라 한없이 낭만적인 물건들을 언급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는 그 무인도가 어떤 환경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며 문제의 조건을 까다롭게 캐묻기도 한다. 그렇다. 우리는 평소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임할 때 삶의 필수조건이 무엇인지 생각하곤 한다. 

  이 책, “미션! 무인도 서바이벌 대작전”은 현실적인 쪽이다.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과학상식을 크게는 일곱 가지-① 물 구하기, ② 불 피우기, ③ 기지 세우기, ④ 식량 구하기, ⑤ 위험 생물에 대처하기, ⑥ 구조 요청하기, ⑦ 재난 대비-로 묶어 총 33가지의 내용을 담았다. 어떤 내용은 흔히 알려진 것-물 구하기, 구조 요청하기 등-이다, 또 어떤 내용은 조난된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식량 구하기)같다. 다만 구할 수 있는 식량은 조난지가 어디인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니 책으로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은 한계가 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내가 눈여겨 본 부분은 먼저 기지 세우기, 불 피우기 부분이 있다. 기지 세울 때 필요한 매듭법이나 활비비방식으로 불 피우기, 버려진 물건으로 불 피우기 부분은 실제로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등 청소년단체에서 활동하는 어린이들 같은 경우 이런 매듭법을 배웠을 것 같다. 캠핑갔을 때 연습삼아 해봄직하다.(불 피우다 산불을 내면 곤란하겠다만)

  또 마음에 들어왔던 부분은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 플라스틱, 캔 뚜껑등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조난과 관련된 고전인 “로빈슨 크루소”나 “캐스트 어웨이”가 있을 때에는 그러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어느 바다에 가건 해안가에 페트병, 캔, 비닐 등은 다 있음직하다. 그런 현재 상황을 반영해 도구로 이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충분히 납득 가능한 부분이지만 괜시리 씁쓸한 부분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생활쓰레기가 전세계 곳곳에 퍼져있다는 점이 말이다.

  또 지금의 일상에서 벗어나 어느 동떨어진 공간에 조난당한 상황이 아닌, 우리의 일상 자체가 지금의 편의를 누릴 수 없는 재난 상황에 대한 내용도 있음이 인상적이었다.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고 새벽 6시 30분께 안전문자를 받은 지 한 달 가량 된 시점이라 더더욱 진지하게 읽히는 부분이다. 그 때도 생각했지만, 생존 가방을 미리미리 챙겨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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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통신문 시 쓰기 소동 노란 잠수함 15
송미경 지음, 황K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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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삶의 변화를 주는 이벤트는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비둘기초의 가정 통신문은 그 이벤트를 공포하는 공고문이다. 캠핑 가기, 놀이공원 가기, 가족 앞에서 장기자랑 하기. 이것들은 비둘기초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제시한 이벤트들이다. 학생들은 통신문을 핑계삼아 가족과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재미있을 법한 아이디어에는 한계가 있는 법, 창작의 고통을 겪는 교장선생님은 그 고통을 다른 선생님들과 분담한다. 그 첫 번째 희생양은 핑크빛 열애설이 도는 땡땡이 선생님이다. 땡땡이 선생님은 한 달 후에 시 낭독회를 열 예정이니 시를 써보라고 권유하는 가정통신문을 내보낸다.

아이들이 하기 싫어하는 숙제 단연 1위는 글쓰기다. 아이들은 차라리 수학 문제를 풀고 말겠다며, 뭔가를 쓰게 하면 질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뒤로 내빼고 절레절레 젓곤 한다. 무언가를 쓰는 것은 사유를 전제로 한다. 아무 생각없이 흘려보낼 수 있는 일상을 곱씹어 어떤 일을 쓸지, 어떤 표현으로 적어낼지, 어디까지 솔직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고민까지라면 그나마 수월하겠다만, 손가락을 움직이는 중노동까지 해야한다. 쓰고 나서도 썩 만족스럽지 않다. 맞춤법이 틀리기도 한다. 무엇이 좋은 글인지는 모르지만, 그게 적어도 내 글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시는 그나마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점은 짧아도 된다는 것이다. 의성어, 의태어를 써서 줄을 채워도 오히려 더 좋은 시가 될 수 있다. 맞춤법이 틀려도 시적 허용으로 넘어갈 수 있으며, 내용에 여백이 있어도 시니까 문제없다. 나만 쓰는 것도 아니다. 우리 가족도 쓰고, 심지어 선생님도 쓴다. 쓴 걸 서로 읽고, 같은 경험을 공유한다. 내 것을 누가 읽어주는 기쁨, 그 시간만큼은 내가 주목받고 주인공이 된다. 이렇게 한달간의 시 쓰기 가정통신문은 약간의 수고로움 필요로 하지만 그 수고로움 이상의 것을 비둘기초 가족들에게 남긴다. 이제 그들은 시를 쓰기 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에 대해 글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될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 이야기의 아쉬운 점이라면 땡땡이 선생님의 시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어쩌면 선생님들의 시 제출은 얼렁뚱땅 넘어가버렸는지도 모른다) 인물의 미스테리한 점만 살짝 맛보여주고는 흔적없이 사라지는 그 존재가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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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추리반 아이들 - 어린이를 위한 과학 사고력 동화,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2024 아침독서 추천도서 한경 아이들 시리즈
윤자영 지음, 이갑규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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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안 읽는 초등 고학년을 가르치고 있다. 책의 즐거움을 모르는 아이들의 보호자에게 추리소설 등을 추천한다. 이야기의 목적이 분명해 흐름을 따라가기 쉽고, 문제를 해결하는 즐거움을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학 추리반 아이들도 그러한 맥락에서 추천할 만하다. 과학추리반에 가입하는 단계부터 동아리 문을 열기까지, 그리고 추리반 답게 전교의 의뢰를 해결하는 활동까지 아이들이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추리할 수 있게 한다. 벌써 눈에 그려진다. 이 책을 미리 읽고 다른 친구에게 문제를 낼 아이들의 모습이.(그렇게 그들은 본의아니게(?) 책 내용을 스포하게 될 것이다..)
또, 이 책을 읽고 본인이 작가라면 배운 과학지식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겠는가? 하는 활동도 가능할 것 같다. 배운 내용을 충분히 이해해야만 가능한 활동이니 충분히 의미있을 것이다.(그런 맥락에서 이 이야기는 2편 이상도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작가님 듣고 계세요???)
여기에서 나온 문제로 독서퀴즈를 내도 좋을 것이다. 읽은 자는 맞히고, 안 읽은 자는 틀리거나, 순수 본인의 과학지식을 이용한 추론으로 문제를 맞힐 수도 있겠지.
이 책을 돌려읽을 우리반 아이들의 면면들이 눈에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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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웨일 - 2023년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추천도서
해나 골드 지음, 레비 핀폴드 그림, 박다솜 옮김 / 창비교육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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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영화 아바타2, 이 책 로스트 웨일. 이 세 장르의 작품들의 공통점을 꼽아보라면? 고래가 등장한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표지에는 거대한 고래와 함께 어울리는 한 소년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렇다. 이 책은 고래에 매료된 이들의 삶에 대한 것이다.

  주인공 리오는 11살의 남자아이다. 리오는 엄마와 함께 영국에 살았지만 엄마의 우울증의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된 관계로, 외할머니 프랜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오션 베이에 몸을 의탁하게 되었다. 리오는 엄마의 우울증에 본인의 책임도 있지 않을까 괴로워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러던 그는 엄마가 어렸을 때 그렸던 고래의 그림을 발견하게 되고, 본인이 있는 오션 베이에 엄마가 좋아했던 고래 화이트 빅이 지금도 오고 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엄마가 한때 열정을 쏟았던 화이트 빅의 사진을 보여주면 엄마가 기운을 차릴 것이라 믿고, 화이트 빅의 단서를 좇는데 열중한다. 고래를 좇는 중 자신의 특별한 재능-고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재능을 이용해 곤경에 처한 화이트 빅을 구하며 새로운 삶으로의 의지를 다진다.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새로운 환경에 내동댕이쳐진(적어도 리오는 그렇게 생각한다) 많은 시간 방황하지만, 본인의 인생을 다 바칠 상대를 만나게 된다. 비록 그 열정의 시작은 다른 이를 위한 것이었지만, 어느 새 부터인가 리오에게는 화이트 빅을 포함한 고래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되었다. 고래의 매력에 빠져드는 그 순간순간의 묘사가 섬세해 눈 앞에 그려지는 듯 하면서도, 작품 속의 리오가 부러워진다. 일생을 다 바칠 매력적인 상대의 조우라니! 그 리오의 감격이 책 너머로 전해온다. 

  우리는 많은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말한다. 꿈을 가진 자는 본인이 처한 현실에서 더 노력할 의지를 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꿈은 가져야겠다고 생각해서 가지는 것이 아닌, 운명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자신의 일생을 다 바칠 상대가 있고, 그 상대를 위해 자신과 자신이 속한 세계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은 실로 로맨틱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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