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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하는 사랑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한리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자와 화자의 아내 노라의 간병인에서 보모가 된 A 부인(바베트) 그리고 화자의 아들 에마누엘레.
가족과 보모의 독특한 관계 속에서 이야기가 구성되는 파올로 조르다노 작가의 장편 소설.
한국에서는 보모의 역할의 비중이 크지 않고, 가족처럼 지내는 게 일반적이지 않아 소설 속 노라의 가족과 보모의 관계가 특별하게 다가왔다. 노라의 가족을 연결시켜준 보모가 갑작스러운 암을 선고받자 가족 구성원의 관계 또한 휘청거린다. 하지만 작가 특유의 담담한 문체가 폭풍이 아닌 잔잔한 파도가 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부부, 자식, 삶과 죽음 등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들을 조금씩 들춰보며 되돌아보게 되는 소설이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사랑을 발견하고 그 가치를 증명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랑은 완전해질 수 있을까?’ 소설 속 문장처럼 물리학자이며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화자와 그와 반대의 성향을 가진 노라가 사랑을 발견하고 그 사이에서 그들의 사랑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보모 바베트가 있다. 타인의 증명으로 둘의 사랑이 완전해질 수는 없어도 완전함으로 향하는 밝은 빛 쪽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낙엽이 버석버석 밟히는 건조한 가을에 잘 어울리는 책이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으로 무료로 제공받아 후기를 작성했습니다.
내 서른다섯번째 생일에 A 부인은 그녀 특유의 고집스러움을 갑자기 포기했다. - P15
상황에 따라 이성적이든 아니든, 복잡하든 단순하든, 어떤 믿음이라도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가끔은 엄격한 일관성의 세계와 과학적인 정밀함의 영역에서 교육 받은 우리가 다른 이들보다 힘겹게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 P72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어떤 경계를 넘으면 필연적으로 어두운 심연에 상대를 끌어들이는 대화들이 있다. - P121
그처럼 넘치는 삶의 열정을 지닌 사람에게는 죽음을 생각할 여지가 없다. 나는 그 열정을 그녀에게서 보았고, 매일 노라에게서도 보고 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손에 쥔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 적어도 한 번은 그렇게 해 본 사람만을 위한 것이다. 죽음은 생각이라기보다는 기억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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