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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 - 소설가 박완서 대담집
김승희 외 지음, 호원숙 엮음 / 달 / 2016년 1월
평점 :
소설가 박완서의 추모 5주기를 기념하여 출간된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
사실 나는 젊은 작가들 위주로 읽다 보니 박완서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 하나쯤은 잊지 않을까 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어렸을 때 여러 번 읽었던 자전거 도둑이
보였다.
자전거 도둑의 표지를 보자마자 어렸을 때 읽었던 기억이 스치면서 '아, 이런 이야기를 쓰셨던
분이구나.' 생각하며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면서 반가웠던 것은 인터뷰어들이 김연수, 정이현, 신형철 등 낯이 익었기 때문이다.
모두 박완서 작가님이라는 같은 분을 인터뷰했지만 각자 다른 자신들의 문장으로 인터뷰하여 책을 읽는
묘미를 살려준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인터뷰어들이 묘사하는 박완서 작가님의 말투, 작가님이 살았던 보문동과 아치울의
모습,
그들의 대담을 통해 마치 내가 그 장소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책 제목처럼 참 많은 사람들이 박완서 작가님을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이 모여 한 권의 대담집이 만들어진
것 같다.
많은 대담 중 기억에 남는 구절이 몇 있다.
어느 틈에 벌써 30년이나 됐나 싶어요. '칠십이 됐다'는 말을 자주 언급하는 게 싫습니다. 내 계획에는 없던 칠십이에요. 그렇게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중략) 사실 전에는 '죽는 날까지 현역이었으면
한다'는 말을 하곤 했죠. 그때도 내 생각은 그저 육십몇까지였지, 칠십이 되도록 살아 있을 줄은
몰랐어요.
계획에 없었던 칠십. 나도 마찬가지로 일을 하다 결혼을 하고 아기를 키우고 아줌마가 되어 있는
순간까지만 내 삶의 최대치 인양 50대까지의 계획만 생각하고 있었다. 100세 시대라고 불리우는 게 현실인데 50대까지만 생각하고 그
이후의 삶은 생각치도 못했던 것이었는데 위의 구절을 읽으면서 적잖은 공감을 했다.
여성이 자주적으로 생각할 힘을 가진 존재라는 시각으로 여자를 그린 것은 아마도 제가 최초가 아닐까요.
정말 좋은 소설이라면 남자가 썼더라도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도 똑같은 인간으로 그린다면 말이죠. 그런데 많은 남성 작가들이 여성은 창녀가 아니면 성녀라는
식으로 그리더군요.
현재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데 박완서 작가님이 '정말 좋은 소설이라면 남자가 썼더라도 페니미즘
소설'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콕 집어준 부분이 인상적이다.
성장하면서 전쟁과 가족을 잃는 아픔을 겪고 4남 1녀를 키우다 40이라는 적지 않는 나이에 등단을 하여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담낭암 투병중 향년 81세에 별세한 소설가 박완서.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을 완독하고 나니 소설가 박완서가 대중 뿐만 아니라 소설가들에게도 사랑받는 이유를
알 수 있었고 한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자세와 생각을 오롯이 전해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인터뷰 질문이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이렇게 먼저 박완서 작가님의 대담집을 읽었으니, 이제 박완서 작가님의 소설을 읽어보려 한다.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이라는 책이 나와 박완서 소설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된 셈이다.
마지막으로 이병률 작가님의 박완서 작가님에게 부치는 내용 중 한 구절을 올리며 글을 마친다.
꽃은 몇 번 사드린 적 있지만 이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어서, 그래서 이제야 합니다.
"당신은 여전히 참 예뻐요."
그럼 우리 언제 만날까요. 여행중에 산 선물을 드리고 싶어요.
선생님, 그날은 꼭 좋은 얼굴로 나오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