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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항구
올리비에 롤랭 지음, 우종길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우연히 내 손에 건네져온 책이다. 프랑스 소설이라곤 많이 읽히는 베르베르조차 낯설어하는 나로선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통속적 시대를 등지고 유배를 자청한 68세대 두 남자의 이야기라는 설명에 내 방 어디엔가 던져져 있던 이 책을 꺼내 먼지를 털고 펼쳐보았다.
나이가 들수록 좀더 경쾌한 읽을거리만을 찾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일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그러하다. 게다가 후일담문학의 위선적인 지리함에는 이미 이골이 난 지경이어서 한 때 우리 문학계를 휩쓸었던 '우린 젊을 때 이렇게 살았어, 그 땐 정말 순수하게 모든 걸 다 바쳤다구, 지금시대는 너무 경박해, 세상도 사람도,' 라는 식의 레파토리를 가진 책들의 하나같이 갑빠를 내세운 중얼거림은 몇 년동안 소설이라는 장르를 멀리 할 정도의 후유증을 내게 안겨주었다.
배경이 프랑스이고 역사적 사건이 68혁명이며 작가가 프랑스인이라고 해서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세련되게 표현되고 있지만, 작가는 소설의 나와 구분되지 않으며, 특유의 냉소적 태도로 짐짓 객관적 입지를 독자에게 각인시키려고 하나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타이르는 듯한 어조로 우리를 내려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배반'에 대한 적나라한 통찰로 빛이 난다. 이별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서로의 배반이라는 래디컬한 작가의 서술을 읽다가 지하철 안에서 갑자기 숨이 막혔다. 결국은 그러한 것인가. 그렇더라도 그녀의 경박함을 탓하는 것은 그 세대의 벽인 것 같다.
부분이 전체를 책임져주는 책. 그러나 중얼거리는 자는 결국 순응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