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전집 2 - 산문 김수영 전집 2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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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에 대한 나의 기억은 세가지 정도의 강렬함으로 남아있다. 고등학교 시절 나를 아껴주던 교생선생님이 건네주었던 책('시의 길을 여는 새벽별 하나' 라는 제목이었을 것이다.)에서 김수영의 얼굴을 그린 그림을 가리키며 이것이 시인의 얼굴이다!라고 감탄했던 것 (덩달아 나도 감탄했다.). 또한 고등학교 문학회라면 거치게 될 순수-참여 논쟁에 단골로 등장하던 60년대 김수영과 이어령 논쟁을 그대로 경험했던 것. (당시 김수영의 폭포가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었고, 풀이 문학교과서에 실려 있었음에도 김수영을 옹호한 나는 지도교사에게 위험한 발상이라는 훈계를 들어야 했으며, 또한 이어령을 옹호하던 그녀들이 후에 잠시나마 나보다 더 급진적인 길을 걸었다는 괴상한 경험을 해보았다.) 그리고 한참을 지나 최근 김규항의 글을 통해 김수영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김규항이 본 김수영은 대개의 우리가 소심하고 겁 많고 이기적이지만 그런 소심함과 겁 많음과 이기심을 숨기거나 생략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세계와 맞섬으로써 '자기가 지향하는 바'와 '실제 자기'와의 숙명적인 거리를 최대한 좁혀 보인 사람이다. 때문에 자기가 지향하는 바가 저만치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실제 자기가 지향하는 바와 일치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의 글쓰기에서 느껴지는 도덕적 위압감 같은 것은 없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머리맡에 두고 읽더라도 거리낌이 없을 정도이다. (단지 개정판은 양장본으로 나왔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겠지만^^)

그의 산문집에는 익히 잘 알려진 '시여 침을 뱉어라','반시론'등의 문예이론, 월간 시평과 서평, 시작 후기 등에서부터 라디오 방송극 등에 대한 미디어 비평과 사회 비평, '토끼', '양계 변명'등 일상 다반사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얼핏 산문 모음집으로 보이는 데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 것은 그 기저에 흐르는 근본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거칠게 말하자면 솔직함과 위선에 대한 강한 경멸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서글픈 것은 그가 글쓰기의 대상으로 삼는 질료들은 이미 옛 것이 되었으나 그의 몇몇 문제제기는 오히려 지금에 이르러서도 두려울 정도로 신선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김수영의 글이 아직 고전이 되기에는 이른 이유인가 보다. 평생 자유를 시적 주제로 삼았던 수영. 최근 자유주의가 범람하는 가운데에서도 자유주의자의 사표를 발견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수영의 절규하는 자유를 그들에게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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