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좌파 - 김규항 칼럼집
김규항 지음 / 야간비행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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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에서 켄 로치의 영화가 언급된다. 97년 랜드 앤 프리덤을 처음 봤을 때 그 영화가 낡은 이야기라고, 그러나 99년도에 다시 보았을 때는 피가 끓었다고. 그 사이에 저자에겐 정신의 변화와 그 변화의 중심인 글쓰기가 있었다. 나 역시 그 정도는 아니지만 마찬가지이다. 몇 년 사이 아찔할 만큼 인식의 곡예가 있었다. 그걸 그나마 잡아준 것이 최근의 글읽기였다. 때 마침 이미 좋은 글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김규항의 유토피아 디스토피아도 그것의 일종이다.

이미 나온지 꽤 되는, 이제 제법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을 뒤늦게 읽어가면서 10여년간 놓아버린 정신을 수습한 그의 경로를 추적해 볼 수 있었다. 그의 글에는 일상경험에 대한 적절한 의미부여, 짙은 감상, 위선에 대한 강한 적대감등이 균형 있게 배치되어 있다. 게다가 연필로 밑줄을 치고 싶을 정도로 뛰어난 문장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이러한 필력으로 짐짓 냉랭한 듯 보이면서도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다. 후훗. 때문에 '기껏해야 씨네 21이나 사보며 현실을 위무하는 소시민들'에게 그의 비장함은 때로는 너무 지나치지 않나 할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A급이 아니라 B급 좌파라면 좀 명랑해질 필요도 있지 않나? 비분강개는 원래 우파의 표현양식이거늘. (이건 군말이다. 김규항을 읽는 것은 단연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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