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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자를 말한다
유재순 / 창해 / 1998년 3월
평점 :
절판
데뷔부인, 그녀는 인도네시아 건국의 아버지이자 막강한 실권자였던 수카르노 전대통령의 네 번째 부인이다. 혀를 내두를 만큼 지독하게 일본적인 이들의 만남은 철저하게 인위적인 인도네시아-일본의 합작품이다.
원래 데뷔부인은 긴자에 있는 클럽의 호스티스였다. 그녀는 뛰어난 화술과 빼어난 미모로 당시 정치인과 정부요인들의 혼을 홀딱 빼놓고 있었다. 어느날 높은 지위의 정치인으로부터 귀한 손님을 모시고 갈 테니 잘 대접하라는 전갈을 받았다. 그 귀한 손님이 바로 당시 수카르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이었다. 수카르노 대통령은 정치인들이 의도한 대로 그녀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버렸다. 그러자 이를 빨리 눈치챈 정치이들은, 수카르노 대통령이 묵고 있는 호텔까지 그녀를 보내 시중들게 했다.
이처럼 극진한 접대를 받은 수카르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로 돌아가서도 그녀를 잊지 못했다. 얼마 후 수카르노 대통령은 오로지 그녀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순전히 개인 자격으로 일본을 다시 찾아왔다. 다음에는 그녀가 인도네시아로 찾아가 수카르노 대통령을 만났다. 그때 그녀는 청혼을 받았다.
이에 못이기는 척하면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긴자의 한 호스티스. 더구나 인도네시아는 일부다처제로 네 번째 부인이라 할지라도 도덕적으로 문제될 게 없었다. 게다가 남편은 한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대통령이 아니던가.
이어서 당연한 수순이지만 인도네시아와 일본의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일개의 호스티스에서 일약 대통령 부인이 된 그녀의 주위에도 일본 정치인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그녀 또한 만만치는 않았다. 하루아침에 대통령 부인으로 격상된 자신의 신분을 그냥 즐기지만은 않았다. 그녀는 데뷔부인이라는 이름으로 국제 사교계에 정식으로 데뷔한 것이다. 그곳에서도 그녀는 타고난 미모와 과거 직업적 노하우를 살린 뛰어난 화술로 국제 사교계의 신데렐라가 되었다.
또한 개인적 치부와 함께 프랑스 파리를 내 집처럼 드나들며 쇼핑을 즐기는 사이,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일상생활에는 '메이드 인 재팬' 상품이 깊숙이 침투하고 있었다. (pp.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