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돌아보면 시커먼 구름 기둥
저 무참한 폭우를 뚫고
지나왔구나 삶은 한 가닥
바람인 것을
번개 자욱한 구름 속의 길을
헤치고 여기까지 왔구나
잠깐 숨 돌린 후
군청색 햇살 맞으며 까마득한
길 돌아다본다, 여기서 보면
멀 다
최루 가스 자욱한 어느 날
피에 젖은 태극기 펄럭이던
서대문, 광화문
효자동, 삼청동
길은 없고, 다만 시커먼 구름 기둥
하나로 남은 시간뿐
눈물 그렁그렁한 칼끝으로
파도 같은 땡볕 긁어내는
소리 울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