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 가는 길 문학과지성 시인선 284
조창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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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시커먼 구름 기둥

저 무참한 폭우를 뚫고

지나왔구나 삶은 한 가닥

바람인 것을

번개 자욱한 구름 속의 길을

헤치고 여기까지 왔구나

잠깐 숨 돌린 후

군청색 햇살 맞으며 까마득한

길 돌아다본다, 여기서 보면

멀 다

최루 가스 자욱한 어느 날

피에 젖은 태극기 펄럭이던

서대문, 광화문

효자동, 삼청동

길은 없고, 다만 시커먼 구름 기둥

하나로 남은 시간뿐

 

눈물 그렁그렁한 칼끝으로

파도 같은 땡볕 긁어내는

소리 울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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