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수라는 거.. 그게 대체 뭐지?"
나는 내 귀를 의심하며 다시 물었다.
"너야말로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전교 1등은 말 그대로 그 학교에서 최고라는 얘긴데, 뭘 모르겠다는 거지?"
"정말 이해가 안 되네. 사람마다 잘하는 과목이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각각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그걸 평가한다는 거야? 진짜 신기하네.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인간에게 등수를 매기냐는 말이야. 그게 가능한 거니?"
"... 그럼 너희는 등수가 없어?"
"없지."
한국에서 날아온 뉴스에 놀라 나를 찾아온 것은 친구들이었는데, 대화가 끝났을 때 오히려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나였다. 학업 성적에 따른 석차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어떻게 인간에게 등수를 매기느냐는 질문도 날카로운 칼처럼 내 가슴에 와서 꽂혀버렸다.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었다. 어떻게 인간에게 등수를 매길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유기체인데, 영혼이라는 것을 가진 생명체이고 꽃의 얼굴이 모두 다르듯 제각각 다른 향기를 지닌 존재들인데 어떻게 한 줄로 세워놓고 1,2,3,4.. 번호를 매길 수 있다는 말인가.
-117-118쪽
한국인 학생을 가르쳐본 적이 있다는 프랑스 초등학교 교사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과 프랑스 엄마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런 거야. 영어 성적은 별로지만 수학에 뛰어난 아이가 있을 때 두 나라 엄마들의 교육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나가지. 한국 엄마는 뒤떨어지는 과목인 영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프랑스 엄마는 아이에게 재능이 엿보이는 수학을 열심히 가르치는 거야. 어쩌면 당장 눈에 보이는 전체 석차는 한국 학생이 높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자기 전문 분야에서 빛나는 성과를 내는 사람은 프랑스 학생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어?"-118-1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