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난타한 남자 문화CEO_송승환
송승환 지음 / 북키앙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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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스태프들이 말없이 무대 위에 도마 네 개를 비롯해 양배추와 오이, 당근과 같은 채소를 수북이 쌓아 놓았다. 기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난데없이 등장한 채소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 갑자기 객석 뒤에서 우리 배우들이 괴성과 함께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들겨대며 무대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바로 굿거리 장단에 맞춰 미친 듯이 도마질을 해대니, 졸고 있던 기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벌떡 일어나고 사진기자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플래시를 터뜨리기 시작했다.-141쪽

공연이 끝나자 사진기자들은 배우들의 동작이 너무 다이나믹해서 미처 제대로 사진을 못 찍었다며 다시 한 번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했고, 그렇게 해서 찍은 사진이 다음날 거의 모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에딘버러 페스티벌의 개막을 알리는 기사에 사진도 한 장쯤 들어가야 하는데, 거의 모든 언론사가 <난타> 사진을 게재한 것이다.-141쪽

<난타>가 지구 반대편에서 이토록 커다란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정작 우리의 조국에서는 이런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씁쓸한 기분이 앞섰다. 우리가 에딘버러에 처음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겨준 것은 일본 NHK의 특별취재반이었다. 그들은 1주일 가량을 거의 우리와 합숙하다시피 하며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일일이 카메라에 담았다. 그때 그들이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만 서른 개가 넘으 정도였다. 훗날 그들은 그때 촬영한 테이프를 1시간 분량으로 압축해 일본 전역에 방송했다.-147쪽

그러다 보니 <난타> 전용극장이 생긴 것을 가장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바로 여행사 관계자들이다. 예전에는 관광객을 유치해도 저녁을 먹고 나면 딱히 데리고 다닐 데가 마땅하지 않아 고민이 무척 많았다고 한다. 초저녁부터 잠이나 자라고 호텔로 들여보낼 수도 없을 뿐더러, 하나라도 일정을 더 만들어야 여행사 쪽에서 수익을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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