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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이 책은 지난 5월에 읽었던 책이다.
아이들을 두고 떠나는 내 첫 여행에서, 시카고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던 책이다.
이 책이 있어 4시간의 비행이 지루하지 않았고, 사실 5년만에 아이들 없이 탄 비행기인지라 그 시간이 어찌나 달콤하던지.
더구나 흠뻑 빠지기 쉬운 책이어서 그 시간이 더 좋았다.
그런 면에서 저는 행복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가로운 일요일 오전 11시에 고양이가 내 무릎에 앉아 잠자고 있고, 제이슨 므라즈의 음악이 들리고, 책 한 권 읽는, 그런 순간이 잊히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순간이 몇 개가 각인되어 있느냐가 내 삶의 풍요라는 생각이 듭니다. (p. 51)
저자와 같은 독서내공을 가지고 책을 읽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요즘은 '다시, 책은 도끼다'를 읽고 있는데... 부끄럽게도 지난 5월에 이 책을 읽은 이후로도 나의 독서습관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깊이있는 독서를 하기에는 내가 아직 여러모로 부족하기도 하고, 특히 여유가 없달까. 내가 원하는 순간에 책을 읽기 시작하고 사색하고 끊는 것이 아니라, 그저 틈나는 대로 읽고, 강제적으로 누군가에 의해(누군지 뻔하지만) 그 흐름이 끊기는 마당에... 그저 읽어내려가기만 급급할 뿐, 내가 원하는 풍요로운 독서는 아직 먼 얘기인것만 같다. 그렇다고 풍요로운 삶까지 멀게 느껴지는 건 아니고, 그냥 지금은 지금 그대로가 좋다. 책 속의 세상도 좋지만 책 밖의 세상도 좋으니까.
다만, 이 책을 펼치면 기억나는 시카고행 비행기처럼, 온전히 나와 책만 있는 그런 시간이 가끔 그립기는 하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밤 중에 책을 펼쳐들기도 하지만, 밤이란 시간은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사색적으로 되기 쉬워서 오히려 책에 휘둘리는 느낌이다. 요즘같이 체력이 부족할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낯선 곳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에요. 땅버들 씨앗 같은 삶의 태도로 살았으면 좋겠다고요. 땅버들 씨앗들이 의도를 가지고, 이번 물살이 좀 안전하니까 이번에 타야지, 하고 가는 게 아니잖아요. 갑자기 급한 물이 내려오면 어쩔 수 없이 쓸려가야 해요. 우리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내 마음대로 직조할 수 없어요. 시대라는 씨줄과 내 의지라는 날줄이 맞아야 해요. 내가 아무리 날줄을 잘 세운다고 해도 씨줄이 너무 세게 밀고 들어오면 휘게 되어 있어요. 살다보면 우리 뜻대로 되지 않아요. 급한 물이 밀려올 때가 있죠. 그럼 타야지 어쩌겠어요. 그러고 나서 결국 어딘가에 닿았어요. 사실 나는 거기에 닿고 싶지 않았는데, 아래쪽으로 3미터쯤 더 가고 싶었는데 그 기점에 가지 못하고 닿았딴 말이죠. 그럼 어쩌겠어요. 땅버들 씨앗처럼 거기서 최선을 다해 싹을 틔워야죠. (p. 154)
그래도 내가 닿아있는 인생의 이 지점에서, 나는 나만의 도끼를 찾아야지.
나는 나를 자극하는, 이런 독서론에 대한 책들이 좋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수혈받는 느낌이랄까.
요즘 읽고 있는 '다시, 책은 도끼다'도... 그래서 아껴읽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