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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하얀 생쥐
마르 베네가스 지음, 안드레아 안티노리 그림, 남진희 옮김 / 창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세상에서 가장 하얗다는 비유가
마치 경험하지 않은 것들이 아직 너무나 많아 하얀 도화지같은 아이들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어른들과는 달리 세상에 낯설고 처음인 것들이 너무 많은 아이들.
처음 가보는 장소, 처음 만나는 사람, 처음 먹어보는 음식. 그래서 그 모든 것들이 때로는 두렵다.

어른들이야 이미 오래전부터 겪어보고 익숙해진 것들이라 그것이 아이들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 아주 오래전에 우리도 매일매일이 낯설음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적이 있었는데 너무 오래되어 잊어버렸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 두려움 너머에 있을 새로움과 두근거림만 강조하느라 자꾸 아이들을 몰아붙이는 것 아닐까.

부끄럼많고 낯선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아이들에게 용기를 강요할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북돋아주고 싶을 때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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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이 책은 지난 5월에 읽었던 책이다.
아이들을 두고 떠나는 내 첫 여행에서, 시카고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던 책이다.
이 책이 있어 4시간의 비행이 지루하지 않았고, 사실 5년만에 아이들 없이 탄 비행기인지라 그 시간이 어찌나 달콤하던지.
더구나 흠뻑 빠지기 쉬운 책이어서 그 시간이 더 좋았다.

그런 면에서 저는 행복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가로운 일요일 오전 11시에 고양이가 내 무릎에 앉아 잠자고 있고, 제이슨 므라즈의 음악이 들리고, 책 한 권 읽는, 그런 순간이 잊히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순간이 몇 개가 각인되어 있느냐가 내 삶의 풍요라는 생각이 듭니다. (p. 51)

저자와 같은 독서내공을 가지고 책을 읽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요즘은 '다시, 책은 도끼다'를 읽고 있는데... 부끄럽게도 지난 5월에 이 책을 읽은 이후로도 나의 독서습관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깊이있는 독서를 하기에는 내가 아직 여러모로 부족하기도 하고, 특히 여유가 없달까. 내가 원하는 순간에 책을 읽기 시작하고 사색하고 끊는 것이 아니라, 그저 틈나는 대로 읽고, 강제적으로 누군가에 의해(누군지 뻔하지만) 그 흐름이 끊기는 마당에... 그저 읽어내려가기만 급급할 뿐, 내가 원하는 풍요로운 독서는 아직 먼 얘기인것만 같다. 그렇다고 풍요로운 삶까지 멀게 느껴지는 건 아니고, 그냥 지금은 지금 그대로가 좋다. 책 속의 세상도 좋지만 책 밖의 세상도 좋으니까.

다만, 이 책을 펼치면 기억나는 시카고행 비행기처럼, 온전히 나와 책만 있는 그런 시간이 가끔 그립기는 하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밤 중에 책을 펼쳐들기도 하지만, 밤이란 시간은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사색적으로 되기 쉬워서 오히려 책에 휘둘리는 느낌이다. 요즘같이 체력이 부족할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낯선 곳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에요. 땅버들 씨앗 같은 삶의 태도로 살았으면 좋겠다고요. 땅버들 씨앗들이 의도를 가지고, 이번 물살이 좀 안전하니까 이번에 타야지, 하고 가는 게 아니잖아요. 갑자기 급한 물이 내려오면 어쩔 수 없이 쓸려가야 해요. 우리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내 마음대로 직조할 수 없어요. 시대라는 씨줄과 내 의지라는 날줄이 맞아야 해요. 내가 아무리 날줄을 잘 세운다고 해도 씨줄이 너무 세게 밀고 들어오면 휘게 되어 있어요. 살다보면 우리 뜻대로 되지 않아요. 급한 물이 밀려올 때가 있죠. 그럼 타야지 어쩌겠어요. 그러고 나서 결국 어딘가에 닿았어요. 사실 나는 거기에 닿고 싶지 않았는데, 아래쪽으로 3미터쯤 더 가고 싶었는데 그 기점에 가지 못하고 닿았딴 말이죠. 그럼 어쩌겠어요. 땅버들 씨앗처럼 거기서 최선을 다해 싹을 틔워야죠. (p. 154)

그래도 내가 닿아있는 인생의 이 지점에서, 나는 나만의 도끼를 찾아야지.
나는 나를 자극하는, 이런 독서론에 대한 책들이 좋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수혈받는 느낌이랄까.
요즘 읽고 있는 '다시, 책은 도끼다'도... 그래서 아껴읽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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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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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가 말하는 '슬로 리딩', 즉, 속독이 아닌 깊이 생각하며 읽는 독서법에 관한 책이다. '무엇을' 읽는가가 아닌 '어떻게' 읽는가에 대한 책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은 어떻게 책을 읽는가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결국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문자를 눈으로 읽어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작가는 '왜' 이런 글을, 대사를, 인물을, 상황을 연출하였는가. 작가가 이를 통해 하고 싶은 진심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탐구해가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저자는 본인이 좋아하는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부터, 모두가 난해하다고 하는 카프카, 그리고 저자 자신의 소설도 예시로 다루며 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작가 자신이 설명하는 자신의 책 읽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제법 흥미로웠다. 책 읽는 방법 뿐만 아니라 소설가들은 어떤 식으로 책의 장면을 연출하는 지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책. 그리고 이유 있는 '오독'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한 권의 책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느냐 아니냐는 읽는 방법에 따라 달려있다. (중략) 여행은 어딘가에 갔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흔히 그것을 자랑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곳에 가서 그 지역의 매력을 얼마나 만끽하였는가 하는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 독서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떤 책을 속독하고서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시간에 쫒기는 여행자와 같다. (p.20)

독서라는 행위는 책을 다 읽은 시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독서는 책을 다 읽었을 때 비로소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페이지를 넘기며 자기 나름대로 생각하고 느낀 것을 앞으로 생활에서 어떻게 살려나갈 것인가? -독서라는 체험은 그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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