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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했는데 혐오와 차별이라고요? - 혐오와 차별 ㅣ 교실 속 작은 사회 2
김청연 지음, 김이주 그림 / 어크로스주니어 / 2025년 7월
평점 :

“무심코”라는 단어는 우리를 방심하게 하지만, 곧 이어지는 “혐오와 차별”이라는 단어는 날카롭게 우리의 일상과 양심을 찌른다. 이 책은 혐오와 차별을 거창하고 먼 문제가 아닌, 우리가 매일 쓰는 말, 매일 마주치는 장면 속 문제로 끌어온다.
‘진지충’, ‘극혐’, ‘맘충’ 같은 인터넷 유행어, 식당이나 카페에서 들려오는 무심한 말, 그리고 어린이라는 이유로 제한되는 권리들. 독자는 페이지를 넘길수록, “아, 나도 저런 말을 그냥 따라 했었는데”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책은 먼저 혐오와 차별이 누구를 향하는지를 보여준다. 36쪽에서 저자는 사회적 약자를 “성향이나 겉모습이 다르거나, 가난하고 힘이 약한 사람”으로 정의하며, 어린이, 청소년, 여성, 노인,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 노동자, 새터민 등을 그 범주에 포함한다. 특히 여성은 인구 절반에 가까운 수를 차지하지만, 정치·경제·가정 등 여러 영역에서 차별받아 사회적 약자에 속한다고 짚는다. 이 설명은 어린 독자에게 ‘약자’의 개념을 수량이 아닌 권력과 구조의 문제로 이해하게 만든다.
저자의 설명은 단순히 정의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린이가 사회적 약자임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이는 독자가 책 속 여러 사례—식당에서 ‘조용히 먹고 싶은 어른의 자유’와 ‘아이의 식사권’이 충돌할 때, 혹은 놀이터나 공공장소 출입에서 제한을 받는 순간—를 읽으며, ‘어린이의 권리’가 단순한 예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권리의 문제임을 이해하게 만든다.
68쪽에서 제기되는 질문은 꽤 철학적이다.
“누군가의 자유가 또 다른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그 자유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까요?”
이 문장은 어린 독자뿐 아니라 어른 독자도 멈춰 생각하게 만든다. 자유와 권리는 종종 충돌한다. 어른이 조용히 식사할 자유와, 아이가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며 식사할 권리 사이의 갈등은 단순한 매너 논쟁이 아니다. 이 장면은 어린이와 어른의 관계가 ‘동등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어린이가 사회적 권력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상기시킨다.
또한 이 책은 혐오 표현을 ‘언어’에만 국한시키지 않는다. 이 책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혐오가 제스처와 상징을 통해서도 전달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저자는 단순히 ‘이건 나쁜 행동이에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제스처가 어떤 역사적 맥락과 인종 차별의 상징을 담고 있는지 설명하며, 혐오의 뿌리가 무지와 편견에 있음을 드러낸다. 해외에서 오래 살았던 아이는 이 인종차별 부분이 제일 인상 깊었던지 그 부분을 강조하며 독서감상문을 썼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어른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무심코 했는데 혐오와 차별이라고요?》는 ‘나쁜 말 쓰지 말자’라는 식의 피상적 훈계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무심코’라는 이름으로 덮어버린 말과 행동의 그림자를 드러내고, 그 그림자가 누구를, 어떻게 다치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읽고 나면 한동안 내가 쓰는 단어, 내가 하는 농담, 내가 보이는 표정 하나까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혐오와 차별은 거대한 사회 문제이지만, 동시에 아주 작은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교실 속에서 그 씨앗을 뽑아내는 것, 그것이 이 책이 제안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변화다. 어크로스의 <교실 속 사회 시리즈>는 바로 어린이와 청소년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실을 무대삼아 아이들이 피부로 겪는 사회 문제를 친근하면서도 깊이 있게 풀어낸다. '폭력'을 다루었던 지난 책에 이어 이번 '혐오와 차별'도 아이와 함께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어 좋았다. 앞으로 이 시리즈를 통해 아이와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무수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