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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고 말해주면 좋겠어 - 상처 입은 동물들을 구조하며 써내려간 간절함의 기록
김정호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1월
평점 :
김정호 수의사의 『아프다고 말해 주면 좋겠어』는 청주동물원에서 상처 입은 동물들을 구조하며 써 내려간 기록이다. ‘간절함의 기록’이라는 부제처럼, 이 책에는 생명을 향한 절박한 마음과 조심스러운 윤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는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이기 이전에, 아픔을 말하지 못하는 존재들의 곁에 오래 머무르는 사람이다.
우리는 동물원을 떠올릴 때 흔히 건강하고 활기찬 동물들을 상상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이면을 비춘다. 동물원에는 어리고 귀여운 동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늙고 병들고 회복이 어려운 생명들 또한 존재한다. 동물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로병사를 겪지만, 우리는 그 후반부의 삶을 애써 외면해 왔는지도 모른다. 김정호 수의사는 바로 그 외면된 시간 속으로 들어가, 아픔을 숨긴 채 살아가는 동물들을 만난다.
저자는 타종으로서 인간이 동물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는 누구보다 동물의 아픔에 가까이 다가가려 애쓰는 사람임을 느끼게 된다. 단순히 몸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을 넘어, 동물의 마음과 삶의 존엄을 지키려는 의지가 글 곳곳에 배어 있다. 그 다정함은 과장되지 않고, 오히려 조심스럽고 절제되어 있어 더 깊이 다가온다.
동물원의 동물들은 ‘전시된 삶’을 산다. 더 이상 귀엽지 않고, 관람객의 시선을 끌지 못하는 순간에도 그들의 삶은 계속된다. 병들고 늙은 동물들을 돌보는 일은 결국 우리가 어떤 존재를 생명으로 대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동물권과 공존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설파하기보다, 현장의 기록을 통해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동물을 구조하는 과정이 곧 인간 자신의 인간성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야생동물은 포식자에게 약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아픔을 숨긴다. 그렇기에 수의사의 일은 보이지 않는 고통을 감지하고, 들리지 않는 비명을 듣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생명을 대상화하는 시선에서 벗어나, 관계 맺는 존재로 다시 서게 된다.
『아프다고 말해 주면 좋겠어』는 동물원이라는 공간을 소비해 온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가족 나들이의 장소로 익숙한 그곳이 사실은 동물들의 삶의 터전이자, 죽음에 이르러서야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일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이 책은 결국 묻는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가 인간성이라 부르는 것은 과연 누구를 포함하고 누구를 배제해 왔는가. 그 질문은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 남아, 조용히 마음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