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 신나는 노빈손 어드벤처 시리즈 1
박경수.박상준 글, 이우일 그림 / 뜨인돌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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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에 빠져본다. 무인도에 홀로 표류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안락한 오두막집에서 낮에 사냥한 고기와 물고기로 배를 채우며 신나게 뛰어 다니는 모습. 운이 좋으면 사냥을 나갔다가 또 한 명의 생존자, 그것도 이성을 만나 해피한 나날을 보내는 꿈... 그래 그것은 말 그대로 꿈이다.

아니면 무릉도원쯤 되겠다. 여기에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가 빠져있다. 아무 것도,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당장 어떻게 물을 마실 것이며 불은 어떻게 지필 것이며 맹수의 갑작스런 습격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아, 우리들은 만화와 영화를 너무 열심히 본 것 같다.

이 책은 무인도 표류라는 가정 하에서 시작된다. 책의 주 내용은 노빈손이라는 로빈슨 크루소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대학생이 여행 중 비행기사고로 홀로 무인도에 표류해 생존을 위해 애쓰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신세대인 노빈손은 무인도에 떨어지면서 모든 인생관이 바뀐다. 표류 전 그의 꿈은 영화배우였으나 표류 후 무인도 탈출로 바뀌었다. 무인도 표류 전 그가 존경하는 인물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으나 표류 후 존경하는 인물은 로빈슨 크루소로 바뀌었다. 노빈손은 과연 살아남을 것인가?

그렇다고 이 책이 모험담이나 스릴러물은 절대 아니다. 노빈손이라는 대책 없는 주인공을 앞세우긴 했지만 생활 속의 과학원리를 흥미롭게 설명한 세미 과학서적이라 보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단지 무인도를 배경으로 삼고 있을 뿐이다.

그래야만 더욱 절실하고 머리에 쏙쏙 박힐 테니까. 책의 공동 저자가 과학소설 평론가이자 과학 칼럼니스트이며 여행, 문화 칼럼니스트라는 명함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책에 대한 구차한 설명은 생략해도 좋다. 거기에 보태어 도널드 닭으로 친숙한 이우일씨의 재미있는 일러스트가 책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독자는 바로 책으로 들어가기 전에 무시무시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식수 만들기, 식량 구하기, 불피우기, 뗏목 만들기 등 단계별 테스트를 통해 할 줄 아는 일이 2개 이상이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사망'이 된다. 심심풀이로 한다해도 통과되지 못하면 영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만약 몇 단계를 통과했다면 조금은 자신감을 가지고, 첫 단계부터 막혀버렸다면 조금은 진지하게 책을 접하는 것이 좋다.

단순한 생활물리학적인 지식뿐 아니라 식물학, 식용학, 의학, 집짓기, 고립된 인간의 정신적인 압박에 따른 심신장애까지 다루고 있으며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과학용어나 과학상식들은 별도로 작은 공간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어 꼼꼼히만 읽으면 좋은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렌즈와 필름을 이용해 불을 피우면서 왜 검은 먹지나 필름은 잘 타는지, 인류가 최초로 불을 사용한 건 언제쯤인지를 설명한다. 주인공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보여주면서 날씨와 기분의 밀접한 관련이나 스트레스에 대해 설명하고 우울증에 대한 원인을 얘기한다.

어쨌든 재미있게 책장을 넘겼다. 게다가 생활에 필요한 지식들도 많이 배웠다. 그러나, 책을 읽고 절대적으로 느끼는 것은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것, 아는 만큼 오래 버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절대로 무인도에 표류되기 싫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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