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들 블랙홀 청소년 문고 25
이영은 지음 / 블랙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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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어린이동화는 많이 읽어보았지만, 청소년소설로 분류되는 책들은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

 

이 책은 제목과 소개 문구에 끌려 덥썩 만나보았다.

 

"열네 살 우리는, 마치 무리에서 이탈한 늑대 같아."

 

 

 

주인공 승우와 공진이는 막 중학생이 된 아이들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사이 어디쯤에

 

어정쩡하게 걸쳐있는 아이들, 즉 이제 막 사춘기로 접어드는 아이들이다.

 

우리 아들도 주인공들과 같은 아이라서 더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처음에는 부모의 심정으로 책을 읽어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승우가 되고 공진이가 되어 있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뗄 수 없었다.

 

 

 

 

차례를 보면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모두 늑대로 지칭하고 있다.

 

늑대, 또 다른 늑대, 늑대의 진심, 떠도는 늑대......

 

작가는 사춘기의 소년들을 늑대라고 이야기하고있는 것일까? 아니다. 우리 모두가 늑대다.

 

이 소년들이 늑대의 무리에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것이다.

 

 

 

 

 

늑대는 무리를 이루며 산다.

태생적으로 혼자 살 수 없는 동물이다.

 

하지만 여기

스스로 무리를 빠져나온 한 늑대가 있다.

 

그리고 여기

 

무리에서 받아주지 않는 또 다른 늑대가 있다.

 

떠도는 늑대, 둘.

 

떠도는 늑대들.

 

 

책의 가장 앞에 놓여있는 글이 책의 줄거리를 잘 함축하고 있다.

 

나는 여기서 무리에서 받아주지 않는 늑대 라는 말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늑대들이 꼭 한두 마리 있기 때문에 보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승우는 유명하고 유능한 부모를 가졌지만 늘 외로운 아이였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환경 속에서 그는 항상 혼자였다. 집안 일을 봐주는 아줌마가 아니었다면

 

그는 자기편이라는 느낌조차 모르는 사람으로 자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은 승우에게 감옥같은 곳이었다. 어렸을 때의 경험이 트라우마가 되어 14살이 된 지금도 승우를 괴롭힌다.

 

14살 크리스마스때 승우는 또 다시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한 약속을 전화 한 통으로 취소해버리는 부모에게

 

보란듯이 가출을 해버린다. 굉장히 즉흥적이었지만, 이 일로 공진이라는 새로운 친구도 알게 되고

 

나와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승우가 중학생이 되자 부모님은 집에 혼자 남은 승우에게 더 이상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부모님에게 열네 살이란 나이의 승우는 더 이상 보호해야 할 어린이가 아니었다.

승우는 억울했다. 보호 받지 못하나, 여전히 부모의 울타리에 있어야 하는 제 처지가 이제는

조금 불공평하다고 느껴졌다.

 

 

이 부분을 여러번 읽었다. 사춘기 아이들의 반항이 시작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하는 생각때문에.

 

이 시기에는 부모가 아이에게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하기를 바라면서도 단, 내 울타리 안에서라는

 

전제조건을 달게 된다. 아이는 뭔가를 결정하다가도 커다란 벽에 부딪치는 기분을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승우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책을 읽다가 뒤로 갈수록 자연스럽게 공진에게 마음이 더 쓰였다.

 

 

공진의 환경이 너무 안타까웠고, 공진이가 안타까웠다.

 

공진이는 모든 것을 담담이 받아들이는 아이같지만, 사실은 그렇게 길들여진 것 뿐이었다.

 

영화나 소설에서 불량청소년으로 등장하는 아이들의 환경이 모두 공진이와 비슷했다.

 

하지만 공진이는 그렇지 않았다. 마음 깊숙이에서는 누구보다 아빠를 사랑하고 있다.

 

경찰서에 다녀와 아빠가 있는 방문 앞에서 아이같은 속내를 내비칠 때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빠....... 왜 나 데리러 오지 않았어요?"

"아빠, 진짜 잊은 거 아니죠? 나 아직...... 열네 살이에요."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무렵, 나도 모르게 해피엔딩을 기대하고 있었다. 현실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이야기에서만이라도 승우와 공진이가 행복해졌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승우는 잠시 반항을 하긴 했지만, 어쨌든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공진에게는 그 휴유증이 너무나 컸다.

 

아마 공진이가 어른이 되어가면서, 어른이 된 뒤에도 승우와의 기억은 행복과 절망감이 동시에 찾아오는

 

그런 기억이 될 것이다. 그것이 공진에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공진이와 같은 늑대들이 더 행복해졌으면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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