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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학원 준비반 준비반 ㅣ 아이스토리빌 44
전은지 지음, 김무연 그림 / 밝은미래 / 2021년 7월
평점 :
일등, 멋진 외모, 근사한 옷차림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요즘 시대에
진짜로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주는 그림책,
일등학원 준비반 준비반

제목이 뭔가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으세요? 준비반 준비반이라니.......
그런데 아이들을 학원에 좀 보내본 부모들은 아실 거에요. 상위 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하위 학원이 존재한다는 것을요.
여기서는 바로 이 점을 콕 찝어서 나타내고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학원 시스템은 이렇습니다.
<일등학원>이 있고, <일등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학습을 하는 <미래학원>이 있습니다.
일등학원도 성적에 따라 반이 세분화되어 있어요. 즉, 어떤 반이냐에 따라 아이의 서열이 정해지는 것이지요.
책의 주인공 수아는 미래학원을 다니며 일등학원을 준비하는 아이이고, 바다는 전학을 오자마자
바로 일등학원 2반에 들어가게 된 아이에요. 여기에서부터 갈등은 시작됩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작가의 말> 코너를 꼭 먼저 읽어봐요.
그러면 책의 주제가 정확히 보이거든요.
수아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만 갈 수 있는 학원에 다니고 싶고, 다리가 날씬해져 반바지나 스키니 진을
멋지게 입고 싶은 아이에요. 그런데 새로 전학온 아이에게 심한 질투를 느끼게 됩니다.
그 아이는 모든 면에서 완벽해보였거든요.
수아는 욕심쟁이이고 나쁜 아이일까요? 작가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평범한 아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이렇게 평범한 아이는 어쩌다 나쁜 친구가 되어 버립니다. 나쁜 친구가 되려고 애쓰지 않았는데,
결론적으로 나쁜 친구가 되어 버렸어요. 이 말은 어느 누구라도 어쩌다, 혹은 본의 아니게 나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꽤 생각해볼 여지가 많은 이야기인 것 같죠?
차례를 보면 1단원의 제목이 '신은 공평한가?' 이고, 마지막 10단원 에필로그의 제목이 '신은 공평하다'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 되겠네요.
소단원의 제목 배치도 센스있는 것 같아요.

그림이 깔끔하고 귀여워요. 그래서 아이들이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일등학원에 다니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등 준비반 준비반에 다니는 신수아.
전학 온 즉시 일등학원 2반에 합격한 안바다. 수아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바다가 거슬립니다.
그러다가 바다의 손에서 수상한 흉터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이후 수아는 바다의 일거수일투족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수아는 바다를 처음 봤을 때부터 못마땅했습니다. 예쁘고 날씬한 데다 옷도 잘 입고 머리핀도 비싸 보였습니다.
외모만 보면 날라리가 분명한데, 공부까지 잘합니다.
수아의 목표도 일등학원입니다. 하지만 다섯 번이나 일등학원에 들어가는 데 실패하여
지금은 일등학원 준비반 준비반에 다니고 있습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해보이는 바다는 수아의 질투의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하여, 바다의 치명적인 약점을 발견하기 위해 바다를 계속 감시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수아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친구에게 말하게 됩니다.
"바다는 학교폭력에 휘말려 우리 학교로 강제 전학을 온 거 같아."
이 말 한 마디로 학교가 발칵 뒤집힙니다.
수아는 바다가 미운 마음에 자신이 의심하던 내용을 친한 친구에게 말했을 뿐이지만,
결과적으로 일이 커져버린 것이지요.
책은 이런 일련의 사건을 통해 사소하고 별것 아닌 행동과 말이 다른 사람에게는 큰 고통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꼭 주먹으로 때려야 폭력인 게 아닙니다. 말로, 거짓 소문으로 친구를 괴롭히는 것 역시 폭력입니다."
교장선생님의 말을 통해 학교폭력은 반드시 물리적인 폭력이 동반되지 않아도,
사소한 말 한 마디로도 학교폭력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얘기하고 있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이었는데요, 모든 갈등이 마무리되고 친구들의 관계도 복원된 것처럼
보였지만 바다는 여전히 힘들어하고,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만큼 학교폭력의 상처는 오래 지속된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 같습니다.
책은 유머러스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지만 그 속에서 변화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날카롭게 포착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하게 만듭니다.
아이들에게는 책을 읽으며 학교폭력이 별 거 아닌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음을, 피해자의 아픔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됨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아이들을 의미없는 경쟁에 너무 몰아넣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모들도
함께 읽어보고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