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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 - 친일파 김백일부터 광복군까지
김종훈 지음 / 이케이북 / 2020년 8월
평점 :
나는 지금껏 현충원에는 독립운동가를 비롯해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만 모셔진 줄 알았다.
신랑의 삼촌되시는 분이 현충원에 안장되어 있어서 우리는 해마다 현충원에 방문을 했기에,
현충원이 그리 낯설지 않은 장소다. 그런데 책을 보며 알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왜 현충원에 친일파가 있는 것일까?
[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는 현충원을 비롯해 수유리묘역, 효창공원에 잠든
독립운동가와 친일파들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현재 오마이뉴스 사회부 기자로 재직중인 김종훈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책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해준다.
이 책은 현충원 셀프 여행을 위해 만들어진 '가이드 북'이라지만, 그 안에는 우리 사회가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친일파들의 죽어서도 대접받는 행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심지어 친일파들의 발밑에 잠들게 된 독립운동가들.... 참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1부에서는 국립서울현충원, 2부에서는 국립대전현충원, 3부에서는
수유리모역, 4.19국립묘지와 서울 효창공원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채 친일파와 지사들의 공식적인 행적에만 집중해 서술했다.
2009년 11월 초, 민족문제연구소는 4,400여 명의 친일파 명단을 발표했다.
이 중 국립서울현충원에 35명, 대전현충원에 33명이 잠들어 있다. 이 책에서는
2009년 반민규명위가 발표한 1,000여 명의 '국가공인' 친일파에 들지는 않지만,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비공인 친일파'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을 만큼의 정신과 기백으로 일사봉공의 굳건한 결심입니다.
묵숨을 다해 충성을 다할 각오입니다. 한 명의 만주 국군으로서 만주국을 위해, 나아가
조국을 위해 어떠한 일신의 영달을 바라지 않습니다. 멸사봉공, 견마의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이 편지는 박정희가 일본에 충성을 맹세한 편지이다. 이 사람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기도 했다.
사후에는 국립서울현충원의 가장 안쪽에 자리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부끄러웠던...... 부끄러움은 독자의 몫인가.
국립대전현충원에도 친일파 34명이 잠들어 있다.
국립대전현충원에는 아직 가보지 않았는데, 책을 읽고는 가보고 싶어졌다.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2묘역 771번 무덤과 772번 무덤은 백범 김구 주석의 어머니
곽낙원 지사와 김구의 장남 김인 지사가 잠든 묘이다. 할머니와 손주가 나란히 잠들었는데,
국가공인 친일파 4인이 잠든 장군제1묘역과 걸어서 10분 거리다.
곽낙원 지사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 외에도 국립4.19민주묘지와 수유리묘역, 효창공원에 잠든 인물들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 대한민국이 어떤 과정과 희생을 거쳐 탄생하게 되었는지 역사가 보인다.
그리고 묘소와 묘역의 차이도 알게 된다.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를 현충원이라는 장소를 통해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