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빌 - 오직 싱글만을 위한 마을
최윤교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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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누군가의 온기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어쩌면 삶이란 끊임없이 서로의 온기를 나누어 가지는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온기를 나눔으로써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고 안심하는 것, 그것이 인생은 아닐까?

연인과의 사랑이든, 가족애 혹은 동료애든 간에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누구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그 공동체적 유대감 속에서 평안함을 느낀다.

싱글빌(Single Ville)의 기반은 바로 그런 인간의 본질적인 외로움에 있다 .

 

사랑에 지치고 간섭에 지친 고단한 영혼들을 위한 싱글빌.

이곳에서는 사랑 싸움으로 감정을 소모할 필요도 없고

그 누구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며

편안한 삶을 보장하는 최첨단 시스템까지 보장되어 있다.

고요하고 아늑한 나만의 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권리와 자유라니!

싱글빌은 점점 개인화되어 가는 현대 사회의 우리에게 매우 유혹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경쟁률도 상당히 치열하다.

 

성윤, 강현아, 정건우, 고성민, 이정혁은 나름의 사연을 품고 싱글빌에 입주한다.

그들에게 싱글빌은 자신만의 보금자리이자 새 출발의 상징이다.

 불필요한 사람과의 관계를 끊고 고독 속으로 침잠하기 위해,

사랑에 실패했던 과거의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외면받는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등등, 그들이 싱글빌에 스며든 이유는 모두 제각각이다.

각각의 사연, 서로 다른 성격과 사고 방식으로 인해 입주자들은 몇 번이나 서로를 오해하기도 하고

거기에 소영, 미인, 태호라는 인물까지 더해지면서 사건의 호흡은 급박해지고 이야기는 좀 더 다채로워진다.

 

싱글빌은 기본적으로 1인 공간을 지향하고 서로의 생활에 간섭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사건이 진행되는 사이, 어느새 인물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기대는 모습을 보인다.

타인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싱글빌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 들어와 놓고는

그 안에서 따뜻한 온기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

그들의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감정에 공감하게 된다.

그들이 느끼고 있는 근원적인 외로움은 곧 우리 안에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혼자가 더 편하다는 이유로, 상처입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타인을 밀어낸다.

하지만 때론 곁에 누군가가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고 위로가 되는 때가 있기 마련이다.

아무 말 없이 단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싱글빌>은 이런 인간 내면의 고독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하지만 고독으로 인한 내면의 상처들을 성급하게 치유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상대를 이해하고 가만가만 어루만져주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작품이 처음부터 로맨스 소설로 분류되었던 만큼

독자들은 <싱글빌>을 읽기 전부터 싱글빌 입주자들의 연애담을 기대하고 작품을 들여다보게 된다.

더구나 싱글빌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보니

아무래도 사건이 확장되기도 어렵고 뻔한 이야기로 전락되진 않을까 다소 우려하는 마음도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는 소영과 태호라는 인물을 배치해 싱글빌 외부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임으로써,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서사에 활력소를 마련해주었다.

또한 이 덕분에, 제각각이던 입주자들의 이야기도 일정한 하나의 유기성을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예상했던 지점들이 속속 포착되는 경우도 있었고

대체적으로 이야기들이 너무 잔잔하게 흘러갔다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오늘날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춘 설정과 눈에 보이는 듯한 묘사,

그리고 문체에서 느껴지는 인간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에 높은 평을 해주고 싶다.

 

 

 

 

※ 본 서평은 출판사 다산책방의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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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빵의 위로
구현정 지음 / 예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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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음식은 치유의 마법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몸이 아플 때, 기운이 없을 때, 지치고 힘이 든 삶의 순간들..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는 그런 기분이 들 때

우리에게 전해지는 따뜻한 음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한편 추억 역시 그런 기능을 한다.

기쁘고 행복한 일 뿐만 아니라 고단하고 당황스럽고 슬펐던 그 모든 일들까지도

과거라는 이름 앞에 모두 지나간 추억이 되어 현재의 내 자신을 미소짓게 만든다.

 

이 책은 이 두 가지가 잘 버무려진 책이다.

빵이라는 음식, 그리고 그에 관련된 일화들과 사람들의 이야기..

지은이의 기억 속에 '빵'이란, 참으로 행복하고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음식인 듯하다.

 

 

빵의 맛과 향으로 기억되는 추억이 있는가?

밥으로 주식을 삼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 밥이 있듯이 유럽에는 빵이 있다.

우리가 밥상 위에서 모락모락 뽀얀 김을 피워올리는 밥을 기억하듯

유럽 사람들은 빵집에서 퍼져나오는 갓 구운 빵의 구수한 향을 기억한다.

어느 나라의 음식이든 정성껏 만들어낸 음식 속에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이 책은 유럽에서 생활하던 지은이의 소소한 추억담이다.

유럽 현지의 빵을 직접 맛보고 만들어보면서 느꼈던 감정들과

빵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했던 순간들을 기록하고 있다.

 

 

사실 타인의 추억 속에 깊이 공감하고 빠져드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나도 모르게 지은이의 발자취를 함께 더듬어가며

빵에 얽힌 그녀의 추억에 푹 잠기게 만들었다. 

브레첼, 바게트, 와플, 마카롱처럼 친숙한 이름부터

브로트, 슈네발, 카놀리같은 낯선 이름까지..

'빵'이라는 이미지가 가지는 아늑하고 달콤한 그 무엇 때문일까?

책에 실려 있는 다양한 빵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안락하고 편안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 세상에는 마카롱, 슈네발처럼

달콤한 향과 부드러움으로 유혹하는 빵들이 있는가하면

때론 브로트처럼 묵직하고 정직한 빵들도 있다.

그리고 이런 빵들의 다양한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삶과도 닮아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지은이가 전해주는 빵 이야기들이 더 가슴에 와 닿는 것인지도.. 

  

이 책은 단순히 빵의 유래와 소개에 그치는 것만이 아닌

지은이 자신의 추억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책 속에서 느껴지는 정겨움과 따뜻함은

바로 그런 추억의 공유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한다. 

 

아직 독일어가 익숙하지 않은 지은이에게 친절히 빵을 사도록 도와준 독일인 할머니,

지인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며 빵을 나누던 기억들,

친구의 결혼식날 보게 된 커다란 케잌과 앙증맞은 디저트들.

이런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나에겐 너무나 정감있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사진 속 낯선 이국의 풍경까지도 정겹게 보이게 만드는 신비한 책이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몇몇 빵들에 대한 레시피가 함께 실려 있다.

평소라면 마냥 어렵고 까다로워보였을 레시피들도

지은이의 추억과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친숙하게 느껴진다.

 

빵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을 읽어 나가다보면

어느샌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게 된다.

지은이가 빵 때문에 겪었던 희노애락들이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다.

 

가슴을 따뜻하게 적시는 추억의 힘 <유럽, 빵의 위로>.

'빵 테라피'를 내세운 책 표지의 카피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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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2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2
초(정솔) 글.그림 / 북폴리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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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매 주 새로운 웹툰을 기다리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인터넷 상에 만화가 웹툰의 형태로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능력은 있지만 기회가 없었던 많은 작가들이 대량 발굴되기 시작했고

대중들도 쉽게 만화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독자들이 댓글로 작품에 대한 평을 달면서, 작가와 독자들의 거리도 줄어들고

작가들 역시 바로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비록 필자는 웹툰에 눈을 뜬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즐겨찾는 웹툰을 매 주 꼭꼭 챙겨볼 정도로 웹툰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그 중에서도 네이버 웹툰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는

매번 뭉클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어

필자가 좋아하는 웹툰으로 꼭 꼽는 작품이다.

그런 작품이 벌써 책으로 1, 2편이나 나왔다니!

웹툰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

 

이 책은 웹툰의 이야기들을 그대로 책으로 묶어 출간한 것으로,

중간 중간 작가의 말이 에세이처럼 좀 더 삽입되어 있다.

 이미 웹툰으로 한 번 본 이야기들이건만,

책을 읽는 내내 또 한번 진한 여운과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이 이야기는 한 마리의 늙은 개와 또 한 마리의 어린 고양이의 이야기이다.

-물론 잠시 작가에게 맡겨진 탁묘 뾰롱이도 등장해서 독자들을 즐겁게 한다.♡-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반려견 낭낙이는

이제 눈도 잘 보이지 않고 털 빛깔도 회색으로 물들었다.

한편 반려묘 순대는 선천적으로 각막백반이라는 병을 안고 태어나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로,

눈 속에 마치 뿌연 은하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고양이이다.

 

작가는 낭낙이와 순대를 위해서 자신의 첫 작품으로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반려동물이 인간보다 수명이 짧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반려동물이 이제 더 이상 곁에 없을 때에도

그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다른 동물들을 키우게 되더라도, 자신이 나이 든 할머니가 되었을 때에도,

낭낙이와 순대를 떠올릴 때에는 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반려동물이 준 사랑과 추억들을 오랫동안 가슴 속에 간직하고 싶은 것이다.

 

세상에는 쉽게 정을 주는 사람이 있고,

그렇게 한없이 사랑을 주던 대상을 한 순간에 놓아버리는 사람도 있다.

순간의 감정 만으로 상대를 대하는 행동은

사람 간의 관계에서도, 그리고 반려동물에게도 정말 해서는 안될 짓이다.

 

어린 동물의 귀여움을 사랑해서 그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예뻐하면서 기르다가

반려동물이 어느덧 몸이 자라고, 병이 들고,

예전과 같은 모습을 잃었다고 길 거리에 버리는 사람들.

반려동물은 자신의 허영심으로 취했다 버렸다 할 물건이 아니다.

그러나 아직 세상에는 이를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반려동물과 주인 사이에 깊은 교감과 사랑이 가능할 때에야,

그들은 진정한 가족으로 묶일 수 있게 된다.

늙어서 모습이 추해졌다고, 혹은 신체 일부가 불편하다고 가족들을 함부로 버리는 사람이 있을까?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은 그들을 가족으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라야 가능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주인 자신에게도, 동물에게도 불행한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더 불행한 건, 주인이 자신을 버렸다는 걸 알면서도

동물은 계속 주인의 사랑을 갈구하고 그리워한다는 사실이다.

한 생명이 온전히 자신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왜 못하는 걸까? 

반려동물을 '선택'한 그때, 그들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오롯이 주인에게 종속된다.

인간인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을지 몰라도 동물인 그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이는 반려동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에도, 그리고 버려지는 순간에도 마찬가지이다.

 

반려동물에게는 주인이 그의 온 세상이고 전부이다.

온 마음을 다해서 주인을 바라보고 사랑하기에,

때로는 투정도 부리고 애교도 부리면서 1분 1초라도 주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고양이의 경우 외로움도 잘 타지 않고, 주인에 대한 애정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고양이도 주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고, 자신의 주인을 몹시 아끼며 사랑한다.

살갑게 꼬리를 흔들며 주인을 맞이하는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다른 방식으로 주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한다.

그저 애정 표현의 방식이 다른 것 뿐이다.

 

개든, 고양이든, 혹은 다른 그 어떤 반려동물이든 주인을 사랑하는 마음은 모두 같다.

그렇기에 주인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도 크고, 반대로 주인의 관심을 받았을 때의 기쁨도 크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관심을 받고 싶고,내 생활을 그와 공유하고 싶고,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듯이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로 주인에게 그런 감정을 느낀다.

그렇기에 같이 놀자고 주인 곁에 딱 붙어있기도 하고, 쫑알쫑알 옆에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뭔가를 해보겠답시고 사고를 치기도 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많은 반려동물이 있고 이들을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주인들도 많다.

나는 길 고양이들에게 조금씩 먹이를 가져다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동물학대에 반발하고 이들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리고 이 책의 작가 초(정솔)님을 보면서,

동물학대에 대한 어두운 소식들 속에서도 조금의 희망을 엿보곤 한다.

 

이 책의 작가는 동물과의 교감이 무엇인지,

그들을 진정으로 위하고 사랑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된다.

그렇기에 진정어린 이야기들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위로를 주고,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를 이루는 따뜻한 기운들은

동물을 사랑하는 작가의 진심이 담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평생토록 낭낙이와 순대를 기억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게 될 만화가 초님.

낭낙이, 순대와 함께 오랫동안 행복한 이야기를 많이 만드시길 바라며,

더불어 그녀처럼 동물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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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팩토리
안지훈 지음 / 학고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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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그 만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존재들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그것이 사람인지, 물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물건 역시 사람 못지 않게, 사용자에게 새로운 추억들을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람은 빈 손으로 태어나 다양한 물건을 접하고, 취하고, 사용하고,

또 때론 아끼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이 책은 물건에 담긴 진정성을 볼 줄 아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하나 둘 모아둔 물건들에 대한 추억을 이 책에서 아낌없이 풀어놓는다.

이 책에는 저자가 유학생활을 하던 중,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다양한 물건들의 이야기도 담겨있고,

때론 일상 생활에서 우연히 얻게 된 물건들의 추억도 담겨 있다.

 

저자는 물건이 자신에게 오게 된 경위, 그 물건이 탄생한 장소 등을 추적해나가면서

물건이 가진 독특한 매력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사진과 함께 기록되어 있는 저자의 설명들을 읽다보면

저자가 오래된 물건을 바라보는 애정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필자는 사실 물건의 가치를 잘 알아보지 못하기에,

빈티지 가게에서 멋진 물건들을 한 눈에 찾아내는 저자의 안목이 그저 놀랍고 부럽기만 하다.

필자같은 까막눈의 손에 들어왔다면 아무리 귀한 물건이라도 그 빛을 발하지 못하고

집안 어느 구석자리에 보관되거나 벼룩시장에 다시 팔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것을 보면 저자가 발견한 보석같은 물건들은

자신의 가치을 알아봐주는 사람의 손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책을 살펴보면 물건에 대한 저자의 추억들과 더불어,

물건의 이름, 브랜드, 물건이 지닌 특징에 대한 간단한 지식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지닌 오래된 물건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면서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더불어, 물건의 신상정보(!)를 꼼꼼하게 짚어준다.

이때, 물건들의 정보를 바로 알아보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물건에 새겨진 작은 단서들을 추적하여

이 물건이 만들어진 시기와 브랜드를 찾아낸다.

 

또한 저자는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귀한 물건들을 보면서

물건을 만든 장인의 정성을 기억하고 감사해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오래된 물건들에 대한 저자의 애착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래된 물건은 사용하는 사람들의 손때와 추억들을 함께 가지고 있다.

돈의 잣대가 아닌, 그 안에 담겨진 추억과 기억들로 물건의 가치를 측정하는

저자의 따뜻함에 깊이 감동받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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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유포죄 - 법학자 박경신,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 현주소를 말하다
박경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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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 대한민국.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곳에서 '표현의 자유'는 얼마나 보호되고 있는가?

 

저자는 민주주의를 표방한다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허울 뿐인 거짓인지 신랄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이 땅에서는 소수, 약자를 위한 표현의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이 입 밖에 '진실'을 말하는 순간, 모든 책임은 그들에게 전가되며

그들이 그 '진실'을 명확하게 증명해내지 못할 시에는 순식간에 '죄인'으로 취급된다.

 

이 말은 일면 타당하게도 느껴진다.

명확한 증거도 없이 다짜고짜 진실이랍시고 악을 쓴 듯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미 '명예훼손죄'의 개념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

위와 같은 상황은 그야말로 '고소'감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소수, 약자가 왜 '소수'이고 '약자'이겠는가?

왜 그들은 굳이 '표현의 자유' 뒤에서 숨을 죽이고 진실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가?

그건, 그들이 힘이 없기 때문이다.

 

힘없는 약자가 거대 권력에 맞서서 그 속에 감춰진 진실을 어떻게 '증명'해낼 수 있겠는가?

그들에게 있어서는 진실을 말하는 것 자체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런 그들에게 그 진실을 증명할 증거물까지 요구하는 건,

그리고 그들이 머뭇거릴 사이에 '죄인'으로 취급해버리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오히려, 그 증거물은 검찰 측이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저자는 이처럼 처음부터 가혹한 처벌을 지움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일절 차단해버리는 오늘날의 세태를 꼬집는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히는건 그런 소수, 약자가 점차 '국민'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국민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표현의 자유를, 그 권리를 호소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담긴 한 문장 한 문장은 저자가 가진

온전한 '표현의 자유'의 산물인 것이다.

 

 

 

 

 

 

'표현의 자유'라고 하니까 몇 마디는 하고 넘어가려 한다.

사실, 책 속에서 은연 중에 계속 부정되고 있는 특정 '계층'에 대한 비난은

필자로 하여금 불편함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물론 그 계층에 속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들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다.

 

그러나 필자는 책 속의 민감한 사항을

그래도 저자가 '중립적'인 견지에서 이끌어 나가주길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한쪽으로 치우친 그의 견해에는 다소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이처럼 강렬한 어조로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가 있기에

우리는 경각심을 되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덕분에, 더 이상 특정 계층에 끌려다니는 어리석은 인간으로는 남진 않을 거라고. 

 

처음부터 '진실유포죄'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책에게

양 측의 편을 들어주길 바라는 것 자체가 이미 착오적인 발상이었다.

 

 

 

 

 

마지막으로 책 표지에 관한 이야기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진실유포죄>의 표지는 필자에게 굉장히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활에 맞아 쓰러져 있는 한 사람.

그 사람의 존재를 의식하고 그를 유심히 지켜보는 건 오로지 단 한 사람 뿐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 빨간 느낌표의 사나이는 이 책의 저자일 것이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생각을 나누는 한 사람으로서,

그 화살의 시위가 어느 순간 나에게 당겨질 수도 있다는 사실은 필자를 소름끼치게 했다.

 

표현의 자유, 그리고 이를 억제하려는 일부 세력들.

다소 멀게만 느껴졌던 이 모든 일들이

사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리고 한번 쯤은 민주 국가라는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그래, 한 번쯤은 생각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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