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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빌 - 오직 싱글만을 위한 마을
최윤교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6월
평점 :
살다보면 누군가의 온기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어쩌면 삶이란 끊임없이 서로의 온기를 나누어 가지는 것일런지도 모르겠다.
온기를 나눔으로써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고 안심하는 것, 그것이 인생은 아닐까?
연인과의 사랑이든, 가족애 혹은 동료애든 간에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누구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그 공동체적 유대감 속에서 평안함을 느낀다.
싱글빌(Single Ville)의 기반은 바로 그런 인간의 본질적인 외로움에 있다 .
사랑에 지치고 간섭에 지친 고단한 영혼들을 위한 싱글빌.
이곳에서는 사랑 싸움으로 감정을 소모할 필요도 없고
그 누구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며
편안한 삶을 보장하는 최첨단 시스템까지 보장되어 있다.
고요하고 아늑한 나만의 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권리와 자유라니!
싱글빌은 점점 개인화되어 가는 현대 사회의 우리에게 매우 유혹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경쟁률도 상당히 치열하다.
성윤, 강현아, 정건우, 고성민, 이정혁은 나름의 사연을 품고 싱글빌에 입주한다.
그들에게 싱글빌은 자신만의 보금자리이자 새 출발의 상징이다.
불필요한 사람과의 관계를 끊고 고독 속으로 침잠하기 위해,
사랑에 실패했던 과거의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외면받는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등등, 그들이 싱글빌에 스며든 이유는 모두 제각각이다.
각각의 사연, 서로 다른 성격과 사고 방식으로 인해 입주자들은 몇 번이나 서로를 오해하기도 하고
거기에 소영, 미인, 태호라는 인물까지 더해지면서 사건의 호흡은 급박해지고 이야기는 좀 더 다채로워진다.
싱글빌은 기본적으로 1인 공간을 지향하고 서로의 생활에 간섭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사건이 진행되는 사이, 어느새 인물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기대는 모습을 보인다.
타인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싱글빌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 들어와 놓고는
그 안에서 따뜻한 온기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
그들의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감정에 공감하게 된다.
그들이 느끼고 있는 근원적인 외로움은 곧 우리 안에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혼자가 더 편하다는 이유로, 상처입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타인을 밀어낸다.
하지만 때론 곁에 누군가가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고 위로가 되는 때가 있기 마련이다.
아무 말 없이 단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싱글빌>은 이런 인간 내면의 고독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하지만 고독으로 인한 내면의 상처들을 성급하게 치유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상대를 이해하고 가만가만 어루만져주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작품이 처음부터 로맨스 소설로 분류되었던 만큼
독자들은 <싱글빌>을 읽기 전부터 싱글빌 입주자들의 연애담을 기대하고 작품을 들여다보게 된다.
더구나 싱글빌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보니
아무래도 사건이 확장되기도 어렵고 뻔한 이야기로 전락되진 않을까 다소 우려하는 마음도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는 소영과 태호라는 인물을 배치해 싱글빌 외부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임으로써,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서사에 활력소를 마련해주었다.
또한 이 덕분에, 제각각이던 입주자들의 이야기도 일정한 하나의 유기성을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예상했던 지점들이 속속 포착되는 경우도 있었고
대체적으로 이야기들이 너무 잔잔하게 흘러갔다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오늘날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춘 설정과 눈에 보이는 듯한 묘사,
그리고 문체에서 느껴지는 인간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에 높은 평을 해주고 싶다.
※ 본 서평은 출판사 다산책방의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