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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팩토리
안지훈 지음 / 학고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그 만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존재들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그것이 사람인지, 물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물건 역시 사람 못지 않게, 사용자에게 새로운 추억들을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람은 빈 손으로 태어나 다양한 물건을 접하고, 취하고, 사용하고,
또 때론 아끼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이 책은 물건에 담긴 진정성을 볼 줄 아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하나 둘 모아둔 물건들에 대한 추억을 이 책에서 아낌없이 풀어놓는다.
이 책에는 저자가 유학생활을 하던 중,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다양한 물건들의 이야기도 담겨있고,
때론 일상 생활에서 우연히 얻게 된 물건들의 추억도 담겨 있다.
저자는 물건이 자신에게 오게 된 경위, 그 물건이 탄생한 장소 등을 추적해나가면서
물건이 가진 독특한 매력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사진과 함께 기록되어 있는 저자의 설명들을 읽다보면
저자가 오래된 물건을 바라보는 애정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필자는 사실 물건의 가치를 잘 알아보지 못하기에,
빈티지 가게에서 멋진 물건들을 한 눈에 찾아내는 저자의 안목이 그저 놀랍고 부럽기만 하다.
필자같은 까막눈의 손에 들어왔다면 아무리 귀한 물건이라도 그 빛을 발하지 못하고
집안 어느 구석자리에 보관되거나 벼룩시장에 다시 팔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것을 보면 저자가 발견한 보석같은 물건들은
자신의 가치을 알아봐주는 사람의 손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책을 살펴보면 물건에 대한 저자의 추억들과 더불어,
물건의 이름, 브랜드, 물건이 지닌 특징에 대한 간단한 지식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이 지닌 오래된 물건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면서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더불어, 물건의 신상정보(!)를 꼼꼼하게 짚어준다.
이때, 물건들의 정보를 바로 알아보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물건에 새겨진 작은 단서들을 추적하여
이 물건이 만들어진 시기와 브랜드를 찾아낸다.
또한 저자는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귀한 물건들을 보면서
물건을 만든 장인의 정성을 기억하고 감사해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오래된 물건들에 대한 저자의 애착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래된 물건은 사용하는 사람들의 손때와 추억들을 함께 가지고 있다.
돈의 잣대가 아닌, 그 안에 담겨진 추억과 기억들로 물건의 가치를 측정하는
저자의 따뜻함에 깊이 감동받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