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빵의 위로
구현정 지음 / 예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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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음식은 치유의 마법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몸이 아플 때, 기운이 없을 때, 지치고 힘이 든 삶의 순간들..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는 그런 기분이 들 때

우리에게 전해지는 따뜻한 음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한편 추억 역시 그런 기능을 한다.

기쁘고 행복한 일 뿐만 아니라 고단하고 당황스럽고 슬펐던 그 모든 일들까지도

과거라는 이름 앞에 모두 지나간 추억이 되어 현재의 내 자신을 미소짓게 만든다.

 

이 책은 이 두 가지가 잘 버무려진 책이다.

빵이라는 음식, 그리고 그에 관련된 일화들과 사람들의 이야기..

지은이의 기억 속에 '빵'이란, 참으로 행복하고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음식인 듯하다.

 

 

빵의 맛과 향으로 기억되는 추억이 있는가?

밥으로 주식을 삼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 밥이 있듯이 유럽에는 빵이 있다.

우리가 밥상 위에서 모락모락 뽀얀 김을 피워올리는 밥을 기억하듯

유럽 사람들은 빵집에서 퍼져나오는 갓 구운 빵의 구수한 향을 기억한다.

어느 나라의 음식이든 정성껏 만들어낸 음식 속에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이 책은 유럽에서 생활하던 지은이의 소소한 추억담이다.

유럽 현지의 빵을 직접 맛보고 만들어보면서 느꼈던 감정들과

빵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했던 순간들을 기록하고 있다.

 

 

사실 타인의 추억 속에 깊이 공감하고 빠져드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나도 모르게 지은이의 발자취를 함께 더듬어가며

빵에 얽힌 그녀의 추억에 푹 잠기게 만들었다. 

브레첼, 바게트, 와플, 마카롱처럼 친숙한 이름부터

브로트, 슈네발, 카놀리같은 낯선 이름까지..

'빵'이라는 이미지가 가지는 아늑하고 달콤한 그 무엇 때문일까?

책에 실려 있는 다양한 빵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안락하고 편안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 세상에는 마카롱, 슈네발처럼

달콤한 향과 부드러움으로 유혹하는 빵들이 있는가하면

때론 브로트처럼 묵직하고 정직한 빵들도 있다.

그리고 이런 빵들의 다양한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삶과도 닮아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지은이가 전해주는 빵 이야기들이 더 가슴에 와 닿는 것인지도.. 

  

이 책은 단순히 빵의 유래와 소개에 그치는 것만이 아닌

지은이 자신의 추억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책 속에서 느껴지는 정겨움과 따뜻함은

바로 그런 추억의 공유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한다. 

 

아직 독일어가 익숙하지 않은 지은이에게 친절히 빵을 사도록 도와준 독일인 할머니,

지인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며 빵을 나누던 기억들,

친구의 결혼식날 보게 된 커다란 케잌과 앙증맞은 디저트들.

이런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나에겐 너무나 정감있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사진 속 낯선 이국의 풍경까지도 정겹게 보이게 만드는 신비한 책이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몇몇 빵들에 대한 레시피가 함께 실려 있다.

평소라면 마냥 어렵고 까다로워보였을 레시피들도

지은이의 추억과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친숙하게 느껴진다.

 

빵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을 읽어 나가다보면

어느샌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게 된다.

지은이가 빵 때문에 겪었던 희노애락들이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다.

 

가슴을 따뜻하게 적시는 추억의 힘 <유럽, 빵의 위로>.

'빵 테라피'를 내세운 책 표지의 카피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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