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평점 :
벨아미를 재미있게 읽은 후 비문학 읽으려고 이 책 저 책잡다가 안 읽히길래 문득 생각나서 집어 들었다. 이 책 또한 2년 전(이제 3년 전) 민음사 패밀리 세일 때 구입. 그때 양장본으로 된 쿤데라 전집 중 5권 정도 구입했는데 그것도 모르고 반양장본으로 다시 구입했네.
'내 영혼은 프랑스에 있는 것 같다. 나는 굉장히 보수적인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갈구하는 영혼은 해체에 있다. 하지만 이미 그곳에 서있는 사람들을 경멸한다.'라고 블로그에 쓴 적이 있다.
20대 초반 영화 '몽상가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을 볼 때 젊은이들의 나체와 황량한 거리, 색감, 나른함. 이런 것들에 거부 반응이 있었다. 거부반응 이전에 우울감이라 해야 되나, 나는 우울증이 있었고 그게 힘들다는 걸 알기에 굳이 저런 우울감을 느끼게 하는 감독의 의도(?) 또는 태도(?)가 싫었다. 또 그걸 보고 아ㅅㅂ 인생이란 이런 거지. 우울감 죽이는데?!라며 즐기는 부류도 싫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시부야케이 음악도 싫어했다. 정확하게는 제대로 우울한 건 좋아했고 우울감과 멋이 섞인 작품을 싫어했다.
그런데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 소설의 국적을 찾아보면 대체적으로 유럽, 그중에서도 프랑스가 많다. 왜 그런지는 조금 더 공부를 해야 알 수 있겠지만 이제는 그곳에 서있는 사람들을 경멸하지 않는다. 환영합니다♡
뭔 개소리...
참 잘 읽었다.
읽히지 않았지만 잘 읽었다. 잘 읽었지만 읽히지 않았다. 영원회귀, 정신분석, 무의미, 운명. 토마시 같은 옛 친구도 생각나고 어디선가 방황하고 있을법한 사비나, 프란츠는 괜히 그리스인 조르바의 두목이 생각고 특히 테레자와 카레닌...아ㅠ
이분법에 길들여져서 그런지 가벼움과 무거움, 영혼과 육체 등의 목차 또한 흥미를 이끌었다. 이런 소설을 읽을수록 비문학을 더 많이 접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글을 읽더라도 더 많은것을 보고 느끼고 싶다. 재독 예약.
인상 깊은 구절
Einmal ist keinmal. 한 번은 중요하지 않다. 한 번이면 그것으로 영원히 끝이다. 유럽 역사와 마찬가지로 보헤미아 역사도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보헤미아 역사와 유럽 역사는 인류의 치명적 체험 부재가 그려 낸 두 밑그림이다.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그녀는 바닥에 엎드려 카레닌을 품에 껴안았다. 카레닌은 아주 천천히 그녀의 냄새를 맡더니 한두 번 힘없이 그녀를 핥았다. 그녀는 이 애무를 영원히 기억 속에 각인하려는 듯 눈을 감고 애무를 받아들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다른 쪽 뺨도 핥도록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