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보다는 비문학을 주로 읽고 문학이라면 서양문학을 읽으려 했던 내게 인간실격은 그저 `우울한 일본 소설` 정도로 알고 있던 책이다.사실 우울해질까 봐 미루기도 했던 책.잠들기 전 잠깐 펼쳤다가 문장이 간결하고 템포감도 있어서 쭉 읽었다. 나머지는 카페에서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다 읽었다.초반부에 스스로 선택한 `익살`을 이용하여 편하게 사는 놈이 수동적인척하는 것 같아 얄밉고 영악하게 느껴졌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허망하게 추락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아마 내가 조금 더 젊었을 때 읽었으면 감정선이 훅 내려갔을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니 그냥 지나치기에 더욱 안타깝다. 아니 찝찝하다.감정적으로 빠지면 안되는 상황이기에 글자를 튕겨가며 읽었다. 그래도 여운이 남았다. 다음에 다시 읽어봐야겠다.민음사판 `인간실격`이 끝나고 뒤에 나오는 `직소`는 성경을 깊게 읽던 그가 예수와 유다 둘의 인물을 담은 단편이라고 한다. 다자이 오사무는 유다라는 인물에 깊은 관심을 뒀다는데 흠... 한번 읽어봐야겠다.인상깊은 구절인간을 너무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무시무시한 요괴를 자기 눈으로 확실히 보기를 바라는 심리. 신경이 날카롭고 쉽게 겁먹는 사람일수록 폭풍우가 더 강하게 몰아치기를 바라는 심리. 아아, 이 일군의 화가들은 인간이라는 도깨비에게 상처 입고 위협받다 끝내는 환영을 믿게 되었고 대낮의 자연 속에서 생생하게 요괴를 본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익살 따위로 얼버무리지 않고 본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한 것입니다. 다케이치가 말한 것처럼 과감하게 `도깨비 그림`을 그려낸 것입니다. -p40`인간에게는 반응이 없으며 악마나 외계인에 반응이 있다.`라는 오래전 심리검사 결과 중 한 부분과 닮았다. 소설의 이런 부분들은 나를 불편하게 한다. 좆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