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물건 -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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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이라..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 김정운 교수가 공중파에서 우연히 강의하는 것을 듣고 매혹되어 책을 주문하게 되었다.

 

어쩌면 사람이 저리도 한 없이 가벼울 수 있을까도 싶었지만, 그 가벼움이 항상 삶의 무게에 허덕이는 내 모습을 반추해보게 되기도 하고, 맘에 위로를 주는 것 같아 유쾌하게 강의를 들었던 것 같다.

 

책의 내용은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이라는 거창한 부제를 달았지만 사실 잡설에 가깝다.

여기서 잡설이라함은 나쁜 의미라기 보다는 재미있고 유쾌한 말 잘 하는 형이 술자리에서 이것저것 농을 섞어 가며 지껄이는 자기만의 개똥철학, 그러나 왠지 와 닿고 공감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중년의 한국 남자, 표현에도 서툴고 자기에 대한 관심보다는 주변의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나이, 스스로 애착을 가질만한 그 무엇도 소유하지 못하고 자신이 만든 왕국에서 머슴으로 존재하는 남자들..

 

그런 남자들에게 김정운 교수는 열등감 가지지 말고,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 줄 수 있는 물건을 소유하라고 이야기 한다. 자신을 대표할만한 스토리를 가진 물건 하나쯤은 소유하라는 것이다.

 

어찌보면 물신만능주의로 비칠 수도 있지만, 난 그럴듯한 개똥철학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만을 위해서 물건을 샀던게 언제였나? 매주말 마트를 순회하면서 카트 가득 물건을 사지만 과연 그 속에 내가 진정으로 가지고 싶었던 나만의 물건을 샀던 적이 있었는가?

 

유쾌함과 재미도 있고, 남들의 삶을 훔쳐보는 듯한 관음증도 적당히 만족시키는 책이다.

 

내 또래의 남자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 와이프도 이 책을 무지 재미있게 읽더라는..

덕분에 이 책을 읽자마자 나도 내 만년필 하나를 와이프의 선선한 '허락'하에 가질 수 있었던게 큰 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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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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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1.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
2. 바른 의의(意義).
3. 개인 간의 올바른 도리. 또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

사전적 의미는 위와 같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이고 바른 의의일까?

 

사람들은 늘 정의를 추구하고, 정의의 이름으로 이야기 하지만 사실 정의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별로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정의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너무나 다르고, 본인이 처한 환경에 따라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적당한 정의의 기준을 앞세우곤 한다.

 

마이클 샌델은 멀리 아리스토텔레스에서 헤겔, 칸트를 거쳐 최근의 롤스에 이르기까지 정의를 정의하기 위해 노력했던 여러 사조와, 그러한 사조를 실생활에서 겪는 딜레마에 직접 적용하여, 이것이 어떠한 판단을 이끌 수 있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모든 사물은 존재 목적이 존재하고 그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되는 것이 정의라는 목적론적 정의론,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정의라는 공리주의, 개인의 목적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정의라는 자유주의 정의론까지 다양한 정의론을 이야기하고 그러한 정의론이 가진 함정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샌델이 지지하는 정의는 단 하나의 논리를 정의할 수 없고, 정의란 개인과 해당 공동체가 가진 도덕 의식과 종교적 인식과 분리되어서 존재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도덕 의식과 종교적 인식은 개인별로 다르므로 정의를 이야기 하기 위해서 무엇이 미덕이고 공동선인지 사안별로 고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자유주의적 경향에 의해 무엇이 도덕이고 공동선인지 논의를 회피하는 상황이 오히려 진정한 정의에 대한 논의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들의 도덕과 종교적 신념을 이해하고, 그러한 도덕관념과 종교적 신념이 사회 공동선에 이바지할수 있을지를 드러내놓고 논의하는 풍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명확한 답을 기대했던 사람에게는 결론이 다소 못마땅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정의라는 것이 그렇게 명확한 것이었다면 수천년동안 수많은 철학자가 연구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리차드 도킨스가 '만들어진 신'에서 이야기하 듯, 정의와 도덕도 고착화된 것이 아니라 삶의 필요에 의해 점차 진화되어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에 맞는 도덕의 기준을 드러내놓고 논의를 통해 만들어가야 한다는 샌델의 의견이 역시 타당한 견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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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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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소유>는 필요치 않다. 물건은 빌려 쓰고 인간의 체험까지 돈을 주고 사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가 시작되었다. "

 

이 책의 맨 뒤편에 써 있는 말이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소유의 단계를 넘어, "접속" 과 "체험"을 사고 파는 단계로 이행되었음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접속이란 단순히 인터넷, 네트워크의 접속 뿐만 아니라, 모든 경험과 체험에 대한 접속을 이야기한다.

 

가령 과거에는 집을 "소유"하고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 중요하였다면, 점차 집을 렌트하고 차를 렌트하는 다른 말로 하면 집을 빌려 경험하고 차를 빌려 경험하는 것이 중요해 진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거대 쇼핑몰에 의한 광장의 대체, 문화 체험 관광, CID에 의한 폐쇄된 공동체 및 서비스로 변화하는 재산 등 과거 소유해야 경험할 수 있었던 것들이 경험 그 자체를 판매하고, 그러한 경험에 접속권을 판매하는 산업으로 변화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의 경제가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체험이 점차 상업적 네트워크로 변질되고, 이에 대한 접속권한이 중요해지면서, 이는 앞으로 모든 관계에 있어 체험은 돈을 내야만 하는 세상으로 변하게 됨을 의미한다고 이야기 한다.

 

이러한 접속과 체험 중시 경제는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다양한 문화를 상품화하고 이는 문화의 대중화를 넘어 획일화하고 일회성으로 소모시킴으로써 문화적 다양성을 고갈시킬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그 제도 자체보다도 그 뒤를 떠 받치고 있는 시장 참여자간의 신뢰관계가 중요한데, 체험중심 경제는 이러한 신뢰관계의 위기를 가져오고 이는 자본주의 자체의 위기가 될 것이란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이미 10여년 전에 쓰여졌던 저자의 주장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저자의 주장이 많은 부분
미래를 잘 예견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가 그린 미래의 모습이 이미 많이 현실화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리프킨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에 대해 어느 정도 동감하지만, 그 작동 원리에 대한 해석에는 약간의 이의가 있다.

 

재산의 서비스화, 공동 재산화 등에는 동의하지만, 이는 소유의 관계가 희박해진다기 보다는 과거에는 소유권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던 부분에까지도 점차 광범위하게 소유권이 확산되고 있다고 본다.

 

이로 인해 과거 무료로 향유할 수 있었던 부분까지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제로 이행하고 있으며, 이는 개인적 체험을 제한하고, 체험의 획일화를 일으키고 있다.

 

또한 이러한 체험과 접속에 대한 소유권을 획득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간의 격차를 확대시킬 것이란 것이 개인적 의견이다.

 

즉 "소유의 종말"이라기 보다는 "소유의 확대"가 맞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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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양장본)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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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우리를 진정으로 놀라게 하거나 매혹했던 무언가를 떠올리라고 하면 상당수가 애플과 연계된 상품을 뽑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매킨토시에 이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은 그 이름 자체로 혁신의 대명사이자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제품을 만들어낸 애플 이라는 브랜드보다 더욱 혁신적인 브랜드는 애플의 CEO 스티브잡스였다.

 

기업CEO이면서 여느 슈퍼아이돌보다 더욱 많은 광신도를 몰고 다녔던 스티브잡스...

 

과연 그의 무엇이 그를 이토록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이 책을 읽게된 이유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정리해 본 그의 성공요인은 아래와 같다.

 

 1. 핵심에의 집중

 2. 엔드 투 엔드를 통제하고자 하는 열망

 3. 타고난 미적 감각 및 끊임없는 아름다움의 추구

 4. 솔직한 성격과 이를 통해 남을 변화시키는 능력

 5. 원대한 포부와 이에 대한 지속적인 추구

 6. 최고의 인재를 알아보고 가까이 두는 노력

 

성공요인을 위와 같이 정리하긴 했지만,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나도 스티브잡스처럼 살 수 있을까? 또는 과연 스티브잡스처럼 사는 것이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쩜 그의 삶이 드라마틱했었던만큼 주변에 상처를 남기는 모습이 책속에 너무도 많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리라.

 

다만 위의 요소 중 내가 가지고 있는 부분, 가지고자 노력해야 할 부분, 가지기 어려운 부분을 정리하고 보니 앞으로 내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할지 조금은 명확해지는 부분이 있었다.

 

한 천재의 삶을 책으로 읽는 것 자체만으로 드라마틱한 재미가 있고, 스티브잡스 자체가 컴퓨터의 역사로서 IT의 역사를 한번에 일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 책의 미덕이 있는 것 같다.

 

영웅호걸이 등장하는 무협지처럼 쉽게 읽을 수 있으니 책 두께 때문에 선택하기를 주저했던 독자는 맘 편히 주문해도 좋을 듯 하다.

 

끝으로 이 책을 읽고 내 다이어리 맨 앞장에 써 놓은 문구는 아래와 같다.

 

"어떤 일이든 그것을 해 낼 능력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면 해낼 수 있게 된다.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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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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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에서 이야기하듯이,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우주의 역사에서 시작해서, 지질학, 화학, 생리학, 유전학, 해양학, 물리학 마지막으로 진화론 및 인류의 진화까지 폭 넓은 과학의 영역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현재까지 인정된 이론 뿐만 아니라 그와 상치되는 이론들은 어떤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이론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발전되어 왔고 그러한 이론을 도출하게 된 과학적 방법론은 무엇인지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과학의 이론들이 이를 연구하는 개인 연구자들의 개인적 성격이나 성향에 의해 영향을 받아왔다는 것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으며, 과학 또한 인간의 영역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책의 최대 미덕이라면, 우리 인류가 알고 있는 것보다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 준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인류가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일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것이 무지하게 많고 그 모르는 것은 어떤 것들이며, 그것이 왜 연구할 가치가 있는지를 깨닫게 해 준다. 순수 자연과학에 뜻을 두고 있는 과학도라면 이 책을 읽고 다양한 방면에 호기심을 가지고 연구 의지를 불태워볼만도 하다.  

또한 비록 자연과학과 멀리 떨어져 있는 독자라 하더라도, 현대 과학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지 대략적인 감을 가지는데 이 책은 매우 유용할 것이라 판단된다. 

무더운 여름 더위를 잊고 모처럼 광대한 우주와 우리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해준 저자에 감사하며, 이 책을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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