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엄마는 나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했을까? - 불량한 유대인 엄마의 유쾌한 엄마 노릇
질 스모클러 지음, 김현수 옮김 / 걷는나무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두렵지만 행복한 일, 엄마가 된다는 것

 

 

이 책은 세 아이의 엄마인 질 스모클러의 첫 번째 육아 에세이이다.

계획하지 않은 임신으로 준비 없이 엄마가 된 저자가 육아, 가사, 자녀교육으로 둘러싸인 '엄마'라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면서 느낀 혼란과 불안, 외로움, 좌절, 그리고 성취감과 행복감을 진솔하게 써 내려간 육아 에세이.

 

공감 뿐 아니라 혼자 실실거릴정도로 책을 읽는 내내 재미를 느꼈다.

정답같은 좋은 이야기들보단 저자처럼 불량스러운 엄마의 모습이 더 공감하기도 쉽고

읽으면서 위안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나도 불량한 엄마이므로...

 

하고 싶은 것 다 하며 스스로의 삶을 만족하며 살던 저자에게 임신 사실은 인생의 끝을 알리는 것과 같았다고 한다.

혼란을 받아들이고 아이와의 만남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두려움들과 아이를 낳고 본격적인 육아로 힘들어하는 저자의 모습은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다.

 

신혼여행 가기 며칠 전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서 평생을 꿈꿔왔던 나의 신혼여행에 대한 환상이 깨져버렸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몸이 임신사실과 함께 입덧이 시작되어 날 괴롭게 만들었다. 

저자는 임신해서 가장 좋은 점은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먹어서라고 했는데 난 그 반대였다.

임신해서 가장 좋은 건 툭 튀어나온 뱃살을 신경 안써도 된다는 점 말고는 좋을게 없었다.

먹어선 안되는 음식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아이를 낳을 날이 다가올 때쯤엔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진통이 와 입원수속을 하고 내 몸에 이상한 기구들을 붙이고 아이 낳을 준비를 하는데 그 두려움은 말도 못했다.

직원 한 분이 자기는 퇴근할 시간이라며 무통주사를 놓기위해 미리 내 등 뒤에 작업(?)을 하는동안에 눈에 보이지 않는 두려움과 또 싸워야 했고, 갑작이 진행이 빨라져 무통주사를 맞을 수 없게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또 어땠는지...

결국 난 무통주사를 맞지도 않고 애를 낳았다.

그 직원분이 어찌나 원망스럽고 억울했던지...

막상 애를 낳을 때는 그 고통이 심해 저자나 우리가 걱정했던 여러가지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상상했던 대로라면 아이와의 첫 만남에 경의로움을 느껴야 하는 게 맞는데

힘든 그상황에서도 눈알을 돌려 간호사에게 안겨있는 우리 딸의 손가락, 발가락을 세느라 정신없었다.

그리고 곧 육아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엄마가 되면 여러가지 문제로 잦은 고민에 빠진다.

모유를 먹일 것인지 분유를 먹일 것인지

아이가 왜 우는지

왜 자주 토하는 것인지,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너무나도 많다.

몸이 좋지않아 이젠 쉴 수 있겠구나 내심 좋아했던 저자,

하지만 더 심하게 아픈 남편.

그 순간, '저 인간이 또 나를 이겨버렸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는 저자의 말.

그 말이 우스워 맞어, 맞어. 맞장구까지 치며 공감했다.

엄마는 아플 권리도 없다.

 

 


 

 

아이들에게 몸에 좋은 음식을 먹이기 위해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 안에 몰래 숨겨 먹이고 나서

기분 좋아하는 엄마의 모습에서는 가슴이 찡해지기까지 한다.

 

 


 

 



 

아이들의 소중한 모습을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하루에도 수십번의 사진을 찍는다.

아이한테 오히려 안 좋은 건 아닐까 때론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나의 행동에 변함은 없다.

아이가 크면 이런 엄마를 분명 고마워 할 것이라는 확신도 있다.

하지만 사진은 주로 엄마인 내가 찍기 때문에

사진 속에는 내가 거의 빠져있다.

저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었구나...생각하니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첫째를 키우면서 너무나 힘들어 했는데도 둘째를 낳았다.

형제는 하나 만들어줘야 나중에 외롭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첫째를 왠지 배신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과연 두 아이를 함께 사랑할 수 있을 것인가...의심도 들었다.

 

 

 

힘들 줄 알면서도 아이를 갖는 이유

 

아이 하나 키우기도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여러 명을 낳아 키울 수 있는 것인지...

둘째를 낳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

걱정과는 다르게 첫째는 첫째대로, 둘째는 또 둘째대로 모두 사랑스러웠다.

육아도 첫째 혼자 키울 때보다 오히려 더 쉽게 느껴졌다.

 

 

 

 

둘째가 태어나면서 엄마가 자식에게 줘야 할 사랑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저자의 말에 크게 공감한다.

 

두 아이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

 

 

 

 

경쟁하지마라, 당신은 이미 꽤 괜찮은 엄마다.

 

어쩌면 나에게 가장 많이 위로가 되어주는 말이다.

아이를 위해 무언가 끊임없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이것이 과연 잘 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스스로도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적어도 남들보다 뒤쳐져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다보니 내 삶은 너무 피곤하다.

 

어느 날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을 한 저자가

지칠 대로 지치고 자포자기해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울어 버리려는데

80대 할머니가 테이블 옆을 지나가다 멈춰 서 이런 조언을 해줬다고 한다.

 

"그렇게 괴로워하지 말고 지금을 즐겨요.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지나가 버릴 거고,

당신은 남은 평생 그 시간을 그리워하며 살게 될 테니까."

 

나는 이 할머니의 조언을 사는 내내 가슴에 새겨두기로 했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엄마라서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을 한숨과 짜증으로 채우지 마라.

가끔씩 크게 심호흡을 하고 우리의 여정을 즐기며 가자.

 

난 오늘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이제 더이상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기로 했다.

아니, 노력할 것이다.

한숨과 짜증으로 채우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이 시간들이 다시는 돌아오질 않을 소중한 시간들이기에

그리워 할 시간들이기에

그래, 괴로워하지 않고 즐기며 가볼 것이다.

 

 

지금도 육아로 지쳐있을 많은 엄마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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