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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섭의 대한민국 입시지도
심정섭 지음 / 진서원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 및 도서 소개
강남과 대치동에서 20년간 영어를 가르친 입시학원의 강사였던 그는 과연 제자들은 행복한가?에 의문을 던지게 된다. 진짜 교육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맹목적으로 사교육에만 올인하는 작금의 세태를 막고자 방향을 튼다. '더나음연구소'를 만들어 행복한 어른으로 아이들이 성장케 하기 위해 부모는 어떤 자세여야 하는지, 함께 토론하며 성장해가는 공동체 연대를 설립했고 저자가 다년간 쌓아온 학군에 관한 정보와 지식을 다방면의 온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설파한다.
이 책은 '대한민국 입시지도'라는 타이틀처럼 현재의 입시 현황을 세세히 들여다 보고 부모로써 내 아이에 적합한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준다. 타인의 눈치로 무작정 학원으로 떠밀고, 학원 보낸 것으로 부모의 사명을 다했다고 치부하는- 주관이나 목적 의식 없이 이끌려다니는 소극적인 부모의 태도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내용 및 느낀 점
준비마당
1 변하는 입시제도 vs 변치않는 교육원리
2 대한민국 입시, 시실은 50년간 변한 적이 없다?
3 대학은 중학교 때 이미 결정된다?
4 입시에 실패한 가정은 조용하다
5 10년뒤 성적 중위권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우리 아이는?
6 상위권, 중위권, 하위권 맞춤 입시 로드맵
우리집이 교육시장의 호구가 되지 않으려면?
사실 부모내공의 핵심은 올바른 입시정보와 플랜B를 준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를 넘어서는 자기 인생의 분명한 철학과 소신이다.
이런 기준이 있는 부모는 아이의 성적이 떨어질까봐,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할까봐 불안해하지 않는다. - 계속 무언가를 시키지 않으면 불안한 것은 투자 성과가 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내공', 즉 아이를 믿고 기다려줄 수 있는 '내공'이 없기 때문이다. 이 내공은 확실한 신념이 있어야 하며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자녀와 함께 토론하며 우리 가정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만 맺히는 오랜 수련의 열매다.
필자가 자주 이야기하는 직관적인 공부머리의 기준은 자존감과 자기 통제력이다. 우리나라 공부나 입시의 핵심은 정해진 시간에 주어진 문제를 정확하고 빠르게 푸는 것이다. 자기 통제력이 있어야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고, 이런 인지적인 문제풀이를 잘해내려면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불안, 걱정 같은 심리적인 문제로 시험에서 실수하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눈을 잘 맞추고 작은 유머에도 잘 웃으며 표정이 밝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해도 절반 이상이 실업자인 상황에서 중,고등학교 때 전체 수능 인원의 상위 20~30%에 못 든다면 초중고 사교육에 쓸데없이 돈을 많이 쓸 필요가 없다. 그 돈을 아껴서 아이 장사 밑천이라도 해주고 이후에 집 한 채라도 마련해 주는 게 아이 삶을 위해 더 낫다. - 2016년 통계 자료를 보면 그 해에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은 전국에서 47만명이었다. 여전히 적지 않은 서민 자녀들이 비정규직, 신용불량자의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대학을 나온 부모들 대부분이 아이가 공부가 되든 안되든 문제지 풀고 대학 가는 것만이 유일한 교육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앞서기 위해 어려서부터 학습지를 풀리고,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각종 학원에 보내면서 정작 자신들의 노후는 포기하고 있다.
심정섭님을 책으로 만난 건 처음이었다. 학군 전문가로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고 칼럼으로 글도 여러 차례 읽었으나 소신이나 철학을 엿보기에는 지면이 부족했다. 워낙 유명한 <대한민국 학군지도>는 위시리스트에 언제나 랭킹되어 있었는데 우연찮게 <대한민국 입시지도>를 먼저 읽게 되었다. '이 이 분 제대로네' 하는 생각은 책을 펴든 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준비마당의 챕터를 대충 훑어도 이 분의 교육에 관한 진실성과 예리한 분석은 점쳐졌다. 책 속의 단락을 읽으며 공감하는 바가 커서 남편에게 한 페이지를 찍어 전송했다. 남편이 대답한다. '그래. 우린 잘하고 있어.' 내 아이는 이제 고작 여섯살이라 남편의 대답처럼 자화자찬을 하기에는 매우 이른 감이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보고 혹자는 이렇게 말할거다. '좀 키워봐. 학원 보내게 될 걸? 닥달하게 될 걸?' 그러지 않기 위해, 심정섭님이 말하듯 부모로서의 '내공'을 키우기 위해 부모인 남편과 나는 노력할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꼴지라 해도 자존감이 높아 세상 사는 게 즐거운 아이로 자랄 수 있게 말이다.
첫째마당
1 학비가 대학등록금 2배인 영어유치원, 입시영어 효과는?
2 초등학교, 어디를 보낼까? (1)사립, 국립
3 초등학교, 어디를 보낼까? (2)공립(혁신vs일반)
4 초등학교, 어디를 보낼까? (3)시골학교
5 명문대 입학 보장하는 첫 단추, 우수 중학교 찾는 법
6 영어를 잘하면 국제중학교가 맞을까?
7 학생 선발권을 가진 서울삼육중, 울산서생중
8 고등학교 4개 유형과 입학 전형방법
9 고등학교 최고의 갈림길, 특목고vs일반고
10 상위권 학생의 선택 (1)영재고
11 상위권 학생의 선택 (2)과학고
12 상위권 학생의 선택 (3)외고
13 상위권 학생의 선택 (4)국제고
14 학생 선발권을 가진 자율고 (1)전국 선발 자사고
15 학생 선발권을 가진 자율고 (2)광역 선발 자사고
16 학생 선발권을 가진 자율고 (3)개방형 자율학교(일반고)
17 또 다른 입시 선택지, 자율형 공립고와 비평준화 명문 일반고
맹모의 선택!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좋은 학교 찾기
영어유치원에 관해-
어린아이들이 먼저 해야 할 것은 영어 단어 외우기와 영어 DVD 많이 보기가 아니다. 남들보다 좀 더 일찍 영어를 배워 유창하게 발음하는 것보다는 자기를 절제하는 능력을 길러 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쌓고, 국어를 비롯한 다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공부그릇'부터 만들어야 한다.
-영어는 국어나 수학과는 다른 아주 특별한 과목이다
-영어는 결정적 시기(5~12세)를 놓치면 제대로 할 수 없다
-영어에서 미국 발음은 절대적이다
영어 사교육 현장에 오래 몸담았던 필자의 경험과 많은 영어교육학 연구에 의하면 이 세가지는 모두 틀린 가정이다.
첫째, 영어는 특별한 과목이 아니다. 다른 과목을 잘하며 스스로 방법을 터득한 아이들은 어떤 형태로든지 필요한 수준의 영어실력에 도달할 수 있다.
둘째, 결정적 시기를 놓친 성인 학습자가 습득하기 어려운 영어 혹은 제2외국어 요소는 발음과 억양 뿐이다.
셋째, 우리나라에서만 미국 발음이 대세지, 전 세계적으로 보면 영국 발음이나 호주, 인도 영어 발음도 인정받는 추세다.
초등학교에 관해-
사립초등학교에 다닌다고 해서 아이가 이후 중,고등학교에서 입시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는 인과관계를 찾기는 어렵다. 처음부터 잘하는 아이들이 사립초등학교를 다녔을 뿐이다.
교육에 돈을 써야 한다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보다, 대학이나 대학원 혹은 사회생활을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데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해 보인다.
필자에게 혁신초와 일반초 중 어디에 아이를 보내겠느냐고 묻는다면 "별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아이가 혁신학교에 가고 싶어 하고, 혁신학교 배정 아파트가 더 비싸지 않다면야 혁신학교에 보낼 것 같다"라고 말하겠다. 혁신교육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혁신이든 아니든 뭐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교육뿐만 아니라 사교육 현장에서 보면 아이들의 상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이러니 교육적 효과를 떠나 선생님들이 열정을 가지고 뭐라도 하나 더 시도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아이가 아직 어려 입시의 기준 등에 전혀 무지했던 나로서는 생소하기도 했으나 알아야 할 내용을 미리 공부한다 치고 읽으니, 오우- 일목요연한 정리가 매우 돋보인다. 전체적인 흐름의 전개가 친절해서 좋다. 특히, 곧 초등학교에 입학할 아이를 둔 학부모 입장이라, 영어유치원의 언급이라든지 초등학교를 보내기 전 고려해야 할 사항들은 더 꼼꼼히 읽게 되었다. 서론에 저자가 언급하였듯이, 이 책은 순차적으로 꼼꼼히 읽는 것보다 내 아이의 나이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골라 읽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에 동의한다. 그래서, 나도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부분까지의 내용을 집중해서 읽었고 때에 따라 적용시키고자 표시를 해두었다. 이 책의 강점은 정상으로 가기 위해 내 아이를 밀어주는 것이 아니라 한 발자국 앞에 서서 당겨주는 힘에 있다. 어디까지나 아이의 성향과 학업의 성취도를 기준해 상위권, 중위권, 하위권으로 구분지어 그에 맞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준다는 것이 참 선해(?) 보였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는 고리타분한 말이지만 내 아이에게 잣대를 들이밀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봐주고 인정하는 것. 부모의 입장에서, 그런 내 아이를 곧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안다면- 모두에게 행복은 낯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둘째마당
1 수시vs정시? 대입 전형부터 파악하자
2 정시를 확대하면 과연 서민 가정에 유리할까?
3 이과(1) '설카포' 합격은 기본! 영재고, 과학고 로드맵
4 대입보다 치열한 영재고, 과학고 입시준비
5 이과(2) 취업보장 공대입시, 수학이 좌우한다!
6 이과(3) 의대 진학 최적경로, 일반고 로드맵
7 문과(1) SKY 합격 핫코스 외고, 국제고 로드맵
8 문과(2) 로스쿨 진학 로드맵
9 로스쿨 학비 1억원 시대, 현실적 대안 필요
10 문과(3) 최고 선호도, 상경대 합격 로드맵
11 문과도 상위권은 수학을 잘해야 유리!
12 문과(4) 교사가 되는 길, 사범대 합격 로드맵
13 사범대 최고 취업률은 컴퓨터 교육학과! 다른 학과의 미래는?
14 사관학교, 경찰대 합격 로드맵
15 에술 명문대는 수능 3등급 이상!
16 체육-취업 기회가 많은 체대 로드맵
SKY 인서울 명문대 합격 길잡이
셋째마당
1 집안 형편은 넉넉한데 아이공부가 안된다면
2 서민 가정이라면 냉정하고 현실적인 입시지도 필요
3 중학교 내신으로 미래 진학결과 예측하기
4 중위권 맞춤 사교육과 학원 활용법
5 늦된 아이를 기다리는 방법-재수&편입
6 또 다른 선택지를 찾아서 - 대학원, 유학
7 대안학교는 과연 대안이 될 수 있을까?
8 사회적 인식이 개선된 홈스쿨링
9 새로운 미래교육을 꿈꾼다면 - 스토리교육
10 AI 시대에 살아남을 학교 소개 (1)미네르바 스쿨
11 AI 시대에 살아남을 학교 소개 (2)에콜 42
AI시대, 중하위권 틈새 공략법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식 교육에는 물불을 안 가리고 돈을 아끼지 않지만 본인이 배우고 공부하는 데는 인색하다. 중학교 때까지 공부를 시켜 보았지만 자녀가 공부로 승부를 보지 못할 것 같다면 부모가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교육시장에서 서민은 누구인가?
서민의 사전적 정의는 '사회적 특권이나 경제적 부를 누리지 못하는 일반 사람'이다. 각종 복지 정책 집행에서 많이 사용되는 2018 도시 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80만원 선으로, 연봉으로 계산하면 6,960만원, 약 7,000만원 선이다. 하지만 가정마다 씀씀이가 다르므로 소득기준보다는 아이들을 다 교육시키고 나서 부부가 최소 30~40년간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노후준비가 돼 있는가를 기준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 많은 재정 전문가들은 자녀 교육에 올인하느라 노후가 위태로운 서민 가정이 많다고 경고한다. 로스쿨을 나와도 변호사 합격률이 50%밖에 안 되는 시대다. 정말 공부로 확실히 승부를 볼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자녀 사교육비나 대학 교육비용을 책정할 때 좀 더 합리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
중학교 1,2학년 내신을 보면 4년제 대학을 목표로 공부를 시켜야 할지 다른 진로를 선택해야 할지 답이 나온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런 결단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막연히 입시 레이스에 참여하는 가정이 많다.
수업을 많이 듣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자습 시간을 통해서 얼마나 내 것으로 만드느냐가 입시 공부에서는 훨씬 중요하다. 많이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잘 소화, 흡수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과 같은 원리다. 공연히 이런저런 특강 찾아 듣지 말고, 위에서 말한 대로 수업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최소한 1:1 이상 자습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욕심 부리지 말고 듣는 수업 시간을 줄이고, 다니는 학원 수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수업에서 들은 내용을 내 지식으로 만드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챕터가 셋째마당이다. 허식없는 제안들이 곳곳에 즐비하기 때문. 저자 역시 집안 형편이 넉넉치 못한 가운데 이만큼의 발판을 마련해서인지 형편을 고려해서, 자녀를 어떻게 지도하면 윈윈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보인다. 특히, 여러 고견 중에서 와닿았던 것은 Tip으로 소개된 짧은 글 '교육시장에서 서민은 누구인가'에 대한 단락이다. 자녀의 교육과 노후대책, 어떤 것이 더 가치있는 삶인가를 논할 수는 없다. 다만, 슬프게도 작금의 현실을 냉정하게 놓고 보자면 노후대책이 되어 있는 부모라면 자녀를 다른 방향으로 틀어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좋은 책이다. 현실이 잘 반영된 군더더기 없는 알짜배기.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