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rc~en~Ciel - Clicked Singles Best 13+2 - Korean Version
L'Arc En Ciel (라르크 안 시엘)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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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J-pop하면 떠오르는 것은 흔히 말하는 '비주얼 록'과 '뉴에이지'입니다. 그런데 유독 L'Arc En Ciel의 베스트 앨범이 류이치 사카모토-유키 구라모토나 Every Little Thing-ZARD등의 다른 앨범에 비해 높은 판매고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첫번째로, '최신반의 물량공세'를 들 수 있겠죠. 최신 앨범 Smile과 함께 싱글 앨범인 눈동자의 주인, Ready Steady Go, 그리고 베스트 앨범인 Clicked Singles Best까지 총 4장의 앨범을 한꺼번에 내놓아서 L'Arc En Ciel을 주목하게 만드는 소니뮤직의 방식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이번 베스트 앨범의 선곡은 정말 괜찮거든요.(DUNE과 Tierra시절의 L'Arc En Ciel을 최고로 치는 사람이 아니라면) 전 앨범과 싱글을 통틀어서 베스트 앨범을 다시 만드라고 해도 이 이상 나오기 힘들 정도로 좋은 선곡입니다.

두번째로, L'Arc-en-Ciel의 성향이 우리나라에 잘 맞기 때문입니다. 물론 ZARD를 비롯하여 히로스에 료코나 쿠라키 마이, 우타다 히카루 등의 여성 뮤지션이나, Buck-Tick을 위시한 DEEN, Luna Sea, B`z, X-JAPAN등의 쟁쟁한 밴드들 사이에서 그러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말랑말랑하면서도 시원시원한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L'Arc-en-Ciel의 스타일이 잘 맞았다는 이유를 들 수 있겠군요. X-JAPAN처럼 오래되지도 않았고,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팝적인 느낌과 결합하여 무난하면서도 자기 색깔과 다양한 성향을 간직한 '무지개', 즉 예술과 대중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L'Arc-en-Ciel 특유의 '균형잡기'가 제대로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베스트 앨범이니까요. 아시아 8개국을 대상으로 투표를 통해 선곡했다는 사실에서 베스트 앨범이 가지는 의미를 잘 알 수가 있습니다.

세번째, 가장 중요한 이유로 '한국판'만의 장점을 살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다른 앨범들이 그저 라이센스 앨범에 포스터나 끼워주는 것과는 달리 L'Arc En Ciel은 홍보도 홍보이거니와 좋은 서비스 정신을 보여주었습니다. 한국판은 일본판과 다르게 특별히 네이트와 소니뮤직의 인터넷 투표를 통해 +2곡을 선별하여 수록한 Korean Version으로 발매했지요. Bonus Track은 역시 예상대로 나츠노 유우우츠 [夏の憂鬱 (time to say good-bye)] - '여름의 우울'과 snow drop이었습니다. 베스트 앨범 수록곡이 13곡뿐이라는 아쉬운 점을 상당 부분 메울 수 있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창적이거나 화끈한 이벤트는 아니지만, 모두가 인정할 만한 좋은 마케팅이지요. 그밖에는, 뭐, [강철의 연금술사] 2기 오프닝 곡으로 Ready Steady Go가 들어간 것도 조금(?) 홍보 효과가 되었으려나요. :)

Clicked Singles Best 13'+2'는 벌써 발매한지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여러 인터넷 몰에서 베스트 앨범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번 베스트 앨범이 많이 팔려서 ark, ray는 물론 DUNE과 Tierra까지 라이센스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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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 드리머
방지나 외 지음 / 명상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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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만 출간될 수 있는 것이 장르 판타지소설의 한계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여태까지 판타지 단편이 출간된 예는 2000년에 출판사 '명상'에서 출간된 [윈드 드리머]와 2001년 출판사 황금가지에서 출간된 [이영도 판타지 단편집], 같은 해 출판사 '드림필드'에서 출간된 [환상서고] 정도 뿐입니다. 그리고 이 책들은 모두 상업적으로 실패하였고 후속적으로 단편집이 나온 것은 [이영도 판타지 단편집] <오버 더 호라이즌>뿐입니다.(이것도 사실 단편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영도의 이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단편을 소개할 만한 장소- 장르문학 잡지나 장르문학 신문, 또는 무크지 같은 매체가 전무하고, 단편집이 상업적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는 현실에서 단편이 소외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장편보다 단편에 더 우수한 작품이 많은데도 이러한 판타지계의 현실로 인해 많은 작품들이 묻히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뛰어난 단편들이 독자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고, 등단은 철저하게 장편, 그중에서도 인기 순위에 의해 기회가 주어집니다. 인기 있는 판타지 소설이 일단 출간되면 작가는 상업적인 유혹에 빠져 이야기 전개를 늦춥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독자들은 점점 판타지 소설에 대한 흥미를 잃어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정갈한 글쓰기를 보여주는 이 단편집 '윈드 드리머'는 한국의 단편 판타지 소설이 가진 가능성을, 일말의 희망을 보여줍니다.

비록 아마추어의 냄새를 완전히 벗지는 못했지만 이들의 작품은 공을 들여 잘 만들어낸 흔적이 역력합니다. 특히 '1998년 폭우의 여름, 용'이나 '도서관 소녀' 같은 작품은 그 아이디어도 아이디어지만 안정된 글쓰기를 통해 소재를 맛깔나게 빚어내는 솜씨가 상당합니다. 하지만 단편집이 소외받는 한국 장르 판타지계의 풍토에서 이들이 설 자리는 없었습니다.

어떤 출판사든 간에 다시 한 번 단편집이 나오게 된다면, 단발성 행사가 아닌, 꾸준한 양을 지속적으로 발간하여 장르 팬들에게 단편의 묘미를 맛보게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그러한 투자가 판타지 소설계의 다양성을 획득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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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ohead - Hail To The Thief
라디오헤드 (Radiohead) 노래 / 워너뮤직(팔로폰)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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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Computer 이후로 라디오헤드는 최고 수준의 앨범을 꾸준하게 내고 있습니다. OK Computer와 Kid A, 그리고 Amnesiac까지, 앨범 하나 하나가 정말 잘 만들어진 앨범이지요. 얼핏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의 비율을 기준으로 OK Computer-> Hail To The Thief-> Amnesiac-> Kid A 순으로 발매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Kid A의 성공적 실험이 있었기에 이번 앨범 Hail To The Thief가 있을 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점점 상승하면서 갑작스레 폭발하는 사운드는 2+2=5와 Sit Down, Stand Up에서 서로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전자는 기타, 후자는 일렉트로니카로 그 성향이 뚜렷이 드러나는데, 처음 두 곡만 들어도 이번 앨범의 스펙트럼을 모두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추구한 기타+일렉트로니카의 진짜 완성형이라고 평하고 싶군요. 약간 늘어지는 듯 하지만 흠잡을 만큼은 아닙니다. 마지막 트랙까지 듣고나면 정말 푹 빠져들어 다시 한 번 듣고 또 듣고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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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워커 1 (반양장) - 미래를 걷는 자 퓨처 워커 1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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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면에서 퓨처 워커는 이영도적이지만 이영도적이지 않은 소설이라고 할까요? 이영도의 소설에 항상 등장하는 주제, [이상과 현실의 대립과 이상의 좌절]의 기본적 구조가 변형된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작 드래곤 라자에서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파고들었던 것에 비해 퓨처 워커는 인간과 변화, 시간의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보입니다.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현실의 연장]이 '이상'적이라면, 불가지의 세계인 [미래]는 오히려 '현실'적이지요. 하지만 인간이 신의 생명, 영생(神's life)을 얻는 순간 '이상'을 쟁취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에 파묻혀 색이 바래진 과거들이 생생하게 돌아오고, 잊혀져야 할 것들이 잊혀지지 않는 것이 과연 진정한 '이상'일까요?

칼의 말처럼 정의, 신뢰, 우정, 사랑... 드래곤 라자에서 유일하게 근대적인 캐릭터인 칼은 드래곤 라자에서 후치일행이 보여준 '낭만'들을 부수겠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퓨처 워커에서는 드래곤 라자처럼 아름답게 꾸며진 추억거리는 나오지 않습니다. 후속작이 전작을 배신한 셈이지요. 이것이 퓨처워커 흥행실패의 제1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드래곤 라자가 낭만을 미화만 한 것은 아니지만.(실제로 라자 마지막 부분에서 이영도는 퓨처 워커의 주제인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12권 전체를 통틀어보면, 후치일행의 목적 자체도 과거로의 회귀임을 생각해볼때 퓨처 워커는 드래곤 라자와 반대편에 서있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한'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인간은 '변화'를 선택합니다. 그것이 사실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은연중에 나타내는 것이긴 하지만요. 아홉 명의 핏값, 완전수 8을 뛰어넘는 9는 영생. 신의 생명(神's life)을 손에 넣은 인간은 스스로 그것을 버립니다. 과거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채. 이영도는 퓨처워커에서도 '현상태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가장 이상적인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과거, 현재, 미래 모두를 가진 인간이야말로 진정으로 시간의 주인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변화하되 변하지 않는 인간'이 한계에 다시금 부닥치는 모습을 보며 왠지 조금 씁쓸하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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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도넛 1.5집 - Speed King
슈거도넛 (Sugardonut) 노래 / 티엔터테인먼트/코너스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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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불만이 있다면, 슈가도넛을 아는 사람은 적다는 것이에요. 서태지의 그늘 아래 피아와 넬이 (자신의 실력과는 상관없이)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레이지본이나 3호선버터플라이 등의 밴드가 은근슬쩍 자신의 존재감을 획득했으며, 피터팬 컴플렉스나 스왈로우 같은 경우는 비록 대중적인 인기는 없지만 그래도 인디에서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슈가도넛은 미디어에서 얼굴을 드러내지도 못했고, 이렇다할 주목도 받지 못했어요. 그들이 홍대 클럽에서 두문불출하며 열심히 공연만 한 것도 아니라고요. 영화 [마들렌] OST에도 참여하였고 영화 [오디션]의 OST에도 참여예정이에요. 이정도면 홍보에서 밀릴 것이 없지요. 그렇다면 그들의 노래가 별로일까요? 저는 위에서 열거한 그 어떤 밴드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요? 그들의 앨범이 EP이기 때문일까요? 슈가도넛의 1.5집인 SPEED KING은 6곡밖에 들어있지 않은, 말그대로 1.5집이지만 그 내용은 어지간한 정규앨범을 능가할 만한 알찬 내용이 들어있답니다.

슈가도넛은 매우 대중적면서도 자신의 색을 가지고 있어요. 요즘 유행하는 강렬한 기타와 힘이 넘치는 드럼, (서태지 7집 이후로 이슈가 되었던) 이모코어emo-core적인 느낌을 들게 하는 멜로디의 다양한 변주, 소녀들의 감수성을 자극할 만한 매력적이고 힘있는 목소리,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죠. 앨범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여름'의 이미지 - 시원시원하고 속도감있는 진행, 펑크 특유의 중독성 강한 훅이 귀에 감기면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는 인상을 심어줍니다. 2~3분 안팎의 짧은 곡 길이를 채우는 달콤한 멜로디는 인디밴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슈가도넛의 장점이지요. 그리고 리듬의 다채로운 변화를 주도하는 드럼은 특히 '방학'과 '푸른 눈동자'에서 빛을 발합니다.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빠르게 달려나가는 드럼과 시원한 보컬이 어우러진 '라디오 스타일'은 절로 몸을 들썩이게 만듭니다. 하지만 슈가 도넛의 진짜 매력은 '바다'나 '푸른 눈동자', '그림 그리기'에서 들을 수 있는 아련한 목소리에요. 힘이 실려있으면서도 어딘지 아련하게 들리는 보컬이 독특한 슈가 도넛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면서 노브레인이나 크라잉넛 등의 펑크와는 사뭇 다른 감수성을 드러냅니다. 이 앨범에 실린 한곡 한곡이 슈가도넛의 매력에 흠뻑 젖게 해요. 온몸을 설탕으로 무장한,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독특한 맛을 간직한 정말 멋진 앨범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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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heart 2009-06-26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금껏 본 리뷰 중에 슈가도넛의 음악을 가장 잘 표현한 리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