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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도넛 1.5집 - Speed King
슈거도넛 (Sugardonut) 노래 / 티엔터테인먼트/코너스톤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불만이 있다면, 슈가도넛을 아는 사람은 적다는 것이에요. 서태지의 그늘 아래 피아와 넬이 (자신의 실력과는 상관없이)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레이지본이나 3호선버터플라이 등의 밴드가 은근슬쩍 자신의 존재감을 획득했으며, 피터팬 컴플렉스나 스왈로우 같은 경우는 비록 대중적인 인기는 없지만 그래도 인디에서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슈가도넛은 미디어에서 얼굴을 드러내지도 못했고, 이렇다할 주목도 받지 못했어요. 그들이 홍대 클럽에서 두문불출하며 열심히 공연만 한 것도 아니라고요. 영화 [마들렌] OST에도 참여하였고 영화 [오디션]의 OST에도 참여예정이에요. 이정도면 홍보에서 밀릴 것이 없지요. 그렇다면 그들의 노래가 별로일까요? 저는 위에서 열거한 그 어떤 밴드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요? 그들의 앨범이 EP이기 때문일까요? 슈가도넛의 1.5집인 SPEED KING은 6곡밖에 들어있지 않은, 말그대로 1.5집이지만 그 내용은 어지간한 정규앨범을 능가할 만한 알찬 내용이 들어있답니다.
슈가도넛은 매우 대중적면서도 자신의 색을 가지고 있어요. 요즘 유행하는 강렬한 기타와 힘이 넘치는 드럼, (서태지 7집 이후로 이슈가 되었던) 이모코어emo-core적인 느낌을 들게 하는 멜로디의 다양한 변주, 소녀들의 감수성을 자극할 만한 매력적이고 힘있는 목소리,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죠. 앨범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여름'의 이미지 - 시원시원하고 속도감있는 진행, 펑크 특유의 중독성 강한 훅이 귀에 감기면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는 인상을 심어줍니다. 2~3분 안팎의 짧은 곡 길이를 채우는 달콤한 멜로디는 인디밴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슈가도넛의 장점이지요. 그리고 리듬의 다채로운 변화를 주도하는 드럼은 특히 '방학'과 '푸른 눈동자'에서 빛을 발합니다.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빠르게 달려나가는 드럼과 시원한 보컬이 어우러진 '라디오 스타일'은 절로 몸을 들썩이게 만듭니다. 하지만 슈가 도넛의 진짜 매력은 '바다'나 '푸른 눈동자', '그림 그리기'에서 들을 수 있는 아련한 목소리에요. 힘이 실려있으면서도 어딘지 아련하게 들리는 보컬이 독특한 슈가 도넛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면서 노브레인이나 크라잉넛 등의 펑크와는 사뭇 다른 감수성을 드러냅니다. 이 앨범에 실린 한곡 한곡이 슈가도넛의 매력에 흠뻑 젖게 해요. 온몸을 설탕으로 무장한,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독특한 맛을 간직한 정말 멋진 앨범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