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드 드리머
방지나 외 지음 / 명상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장편소설만 출간될 수 있는 것이 장르 판타지소설의 한계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여태까지 판타지 단편이 출간된 예는 2000년에 출판사 '명상'에서 출간된 [윈드 드리머]와 2001년 출판사 황금가지에서 출간된 [이영도 판타지 단편집], 같은 해 출판사 '드림필드'에서 출간된 [환상서고] 정도 뿐입니다. 그리고 이 책들은 모두 상업적으로 실패하였고 후속적으로 단편집이 나온 것은 [이영도 판타지 단편집] <오버 더 호라이즌>뿐입니다.(이것도 사실 단편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영도의 이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단편을 소개할 만한 장소- 장르문학 잡지나 장르문학 신문, 또는 무크지 같은 매체가 전무하고, 단편집이 상업적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는 현실에서 단편이 소외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장편보다 단편에 더 우수한 작품이 많은데도 이러한 판타지계의 현실로 인해 많은 작품들이 묻히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뛰어난 단편들이 독자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고, 등단은 철저하게 장편, 그중에서도 인기 순위에 의해 기회가 주어집니다. 인기 있는 판타지 소설이 일단 출간되면 작가는 상업적인 유혹에 빠져 이야기 전개를 늦춥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독자들은 점점 판타지 소설에 대한 흥미를 잃어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정갈한 글쓰기를 보여주는 이 단편집 '윈드 드리머'는 한국의 단편 판타지 소설이 가진 가능성을, 일말의 희망을 보여줍니다.

비록 아마추어의 냄새를 완전히 벗지는 못했지만 이들의 작품은 공을 들여 잘 만들어낸 흔적이 역력합니다. 특히 '1998년 폭우의 여름, 용'이나 '도서관 소녀' 같은 작품은 그 아이디어도 아이디어지만 안정된 글쓰기를 통해 소재를 맛깔나게 빚어내는 솜씨가 상당합니다. 하지만 단편집이 소외받는 한국 장르 판타지계의 풍토에서 이들이 설 자리는 없었습니다.

어떤 출판사든 간에 다시 한 번 단편집이 나오게 된다면, 단발성 행사가 아닌, 꾸준한 양을 지속적으로 발간하여 장르 팬들에게 단편의 묘미를 맛보게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그러한 투자가 판타지 소설계의 다양성을 획득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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