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 워커 1 (반양장) - 미래를 걷는 자 퓨처 워커 1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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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면에서 퓨처 워커는 이영도적이지만 이영도적이지 않은 소설이라고 할까요? 이영도의 소설에 항상 등장하는 주제, [이상과 현실의 대립과 이상의 좌절]의 기본적 구조가 변형된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작 드래곤 라자에서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파고들었던 것에 비해 퓨처 워커는 인간과 변화, 시간의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보입니다.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현실의 연장]이 '이상'적이라면, 불가지의 세계인 [미래]는 오히려 '현실'적이지요. 하지만 인간이 신의 생명, 영생(神's life)을 얻는 순간 '이상'을 쟁취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에 파묻혀 색이 바래진 과거들이 생생하게 돌아오고, 잊혀져야 할 것들이 잊혀지지 않는 것이 과연 진정한 '이상'일까요?

칼의 말처럼 정의, 신뢰, 우정, 사랑... 드래곤 라자에서 유일하게 근대적인 캐릭터인 칼은 드래곤 라자에서 후치일행이 보여준 '낭만'들을 부수겠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퓨처 워커에서는 드래곤 라자처럼 아름답게 꾸며진 추억거리는 나오지 않습니다. 후속작이 전작을 배신한 셈이지요. 이것이 퓨처워커 흥행실패의 제1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드래곤 라자가 낭만을 미화만 한 것은 아니지만.(실제로 라자 마지막 부분에서 이영도는 퓨처 워커의 주제인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12권 전체를 통틀어보면, 후치일행의 목적 자체도 과거로의 회귀임을 생각해볼때 퓨처 워커는 드래곤 라자와 반대편에 서있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한'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인간은 '변화'를 선택합니다. 그것이 사실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은연중에 나타내는 것이긴 하지만요. 아홉 명의 핏값, 완전수 8을 뛰어넘는 9는 영생. 신의 생명(神's life)을 손에 넣은 인간은 스스로 그것을 버립니다. 과거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채. 이영도는 퓨처워커에서도 '현상태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가장 이상적인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과거, 현재, 미래 모두를 가진 인간이야말로 진정으로 시간의 주인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변화하되 변하지 않는 인간'이 한계에 다시금 부닥치는 모습을 보며 왠지 조금 씁쓸하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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