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 디 에센셜 에디션 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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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은화를 지갑 안에 미끄러뜨리며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의 쓰라림을 기억하건대, 고정된 수입이 사람의 기질을 엄청나게 변화시킨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고요. 이 세상의 어떤 무력도 나에게서 500파운드를 빼앗을 수 없습니다. 음식과 집, 의복은 이제 영원히 나의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력과 노동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증오심과 쓰라림도 끝나게 됩니다. 나는 누구도 미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도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없으니까요. 또 누구에게도 아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가 나에게 줄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하여 나는 스스로 인류의 다른 절반에 대해 아주 미세하나마 새로운 태도를 취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만의 방 中)) - P132

내가 이러한 결함들을 인식하게 됨에 따라 두려움과 쓰라림은 점차 완화되어 연민과 관용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그리고 일이 년이 지나자 연민과 관용도 사라지고 가장 커다란 해방, 즉 사물을 그 자체로 생각하는 자유가 생겨났습니다. 예를 들면 저 건물을 내가 좋아하는가 아닌가? 저 그림은 아름다운가 그렇지 않은가? 내 생각에 그것이 좋은 책인가 나쁜 책인가? 진정 숙모님의 유산은 내게 하늘의 베일을 벗겨 주었고, 밀턴이 우리에게 영원히 숭배하라고 천거한 신사의 크고 위압적인 모습 대신 훤히 트인 하늘을 보여 주었습니다. (자기만의 방 中) - P134

벤 부인은 유머와 활력, 용기라는 평민의 미덕을 모두 갖춘 중산층 여성이었지요. 그녀는 남편의 죽음과 몇 가지 불행한 사건들로 인해서 자신의 기지로 생계를 꾸려 가야만 했습니다. 그녀는 남자들과 대등하게 일해야 했지요. 열심히 일함으로써 그녀는 먹고살 만큼 충분히 벌었습니다. 그러한 사실이 지니는 중요성은 그녀가 실제로 쓴 것들, 「수천의 순교자들을 만들었네」와 「사랑은 환상적 승리 안에 앉았지」 같은 그 빛나는 작품들보다 더욱 귀중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기에서 마음의 자유 아니, 시간이 경과하면 마음 내키는 대로 자유로이 쓸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자기만의 방 中) - P180

그리하여 소설은 우리의 내면에 서로 적대적이고 상반된 온갖 감정들을 야기합니다. 삶은 삶이 아닌 어떤 것과 갈등을 일으키지요. 그러므로 소설에 대한 어떤 합의에 이르기가 어렵고, 우리의 개인적인 편견이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당신 — 주인공 존 — 이 살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될 테니까요. 그러나 다른 한편, 슬프게도 존, 당신이 죽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그 책의 형체가 그것을 요구하기 때문이지요. 삶은 삶이 아닌 어떤 것과 갈등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그것이 부분적으로는 삶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삶으로 판단합니다. (자기만의 방 中) - P194

소설이 실제 생활과 이러한 상응 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소설의 가치는 실제 생활의 가치와 어느 정도 동일합니다. 그러나 여성의 가치는 다른 성이 세워 놓은 가치와 다른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당연히 그렇지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만연되어 있는 것은 남성의 가치입니다. 조야하게 말하자면, 축구와 스포츠는 ‘중요’합니다. 반면 유행의 숭배와 옷의 구입은 ‘하찮은’ 일입니다. 이러한 가치들은 삶에서 픽션으로 불가피하게 전달됩니다. (자기만의 방 中)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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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교육받을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 나폴레옹은 여성이 교육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존슨 박사는 정반대로 생각했습니다.
24)
그들이 영혼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어떤 야만인들은 여성에게 영혼이 없다고 말합니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여성이 반쯤 신적인 존재라고 주장하며 그러한 이유로 그들을 숭배합니다. (자기만의 방 中)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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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 디 에센셜 에디션 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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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연의 수법을 알고 있다. 흥분이나 고통을 일으킬 조짐이 있는 생각을 끝낼 방법으로 행동을 취하라고 자극하는 것 말이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행동가를 약간 경멸한다. 우리는 그들이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그래도, 벽 위의 자국을 살펴봄으로써 불쾌한 생각을 완전히 끝낼 수 있다면 해로울 일은 없다. (벽에 난 자국 中) - P45

어쨌든, 어떤 주제가 상당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일 때 (성(性)에 관한 문제는 어느 것이나 그렇지요.) 진실을 밝히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다만 자신이 주장하는 견해를 어떻게 가지게 되었는지는 보여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리하여 청중이 강연자의 한계와 편견 그리고 특유한 성격을 관찰함으로써 그들 나름의 결론을 이끌어 낼 기회를 줄 수 있을 뿐입니다. 이런 점에서는 사실보다도 허구가 더 많은 진실을 내포할 것입니다. (자기만의 방 中) - P70

왜냐하면 첫째 그들이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했으며, 둘째 돈 버는 일이 가능했다 하더라도 자신들이 번 돈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턴 부인이 자기 자신의 돈을 한 푼이라도 가질 수 있게 허용된 지 이제 겨우 사십팔 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중략)

그들은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내가 버는 돈은 마지막 동전 한 푼까지도 빼앗길 것이고 내 남편의 현명한 처사에 따라 아마도 베일리얼이나 킹스 대학에 장학 기금을 설립하거나 연구원 기금으로 기부하는 데 쓰일 것이다. 그러니 내가 돈을 벌 수 있다 하더라도 돈 버는 것은 내게 별로 흥미로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남편에게 맡겨 버리는 편이 낫다." (자기만의방 中) - P104

이렇게 해서 나는 숙소로 돌아갔으며 어두운 거리를 걸어가면서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흔히 그러듯 이것저것 골똘히 생각했지요. 시턴 부인이 우리에게 물려줄 돈이 없었던 것은 어째서인가, 그리고 가난이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또한 부(富)는 마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숙고했습니다. (자기만의 방 中)
- P106

옥스브리지의 방문과 그곳에서의 점심과 저녁 식사로 의문들이 벌 떼처럼 무수히 일어났으니까요. 왜 남자들은 포도주를 마시고 여자들은 물을 마시는가? 무슨 이유로 남성은 그렇게 부유하고 여성은 그다지도 가난한가? 가난은 픽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데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가? 수많은 의문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왔지요. 하지만 필요한 것은 질문이 아니라 답입니다. (자기만의 방 中)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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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드먼은 아내에게 입을 맞추고 술을 한 잔 만들어주었다. 그는 묘한 입장에 처했다. 자기가 사기꾼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그림이 형편없다는 걸 알았고, 좋은 그림이 무엇인지, 좋은 화가가 어떤 것인지 알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결코 그 사실을 아내에게는 알려주지 않았다. 코닐리아가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한다는 건 그녀의 취향이 형편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었지만, 스테드먼이 가진 가장 귀중한 것이기도 했다. (사기꾼들 中) - P337

그는 자신이 예술적으로 실패한 것을 알면서도 여러 해 동안 즐겁게 살아왔다. 수중의 현금으로 실패를 덮으며 잘 지내왔다. 하지만 이제 자신의 실패가 아주 노골적이고 극적으로 드러날 것이고, 그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기꾼들 中)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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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음, 이봐," 그가 말했다. "조금 있다가 흰 수염을 길게 기른 멍청이가 우리 모두에게 줄 선물을 잔뜩 가지고 지붕 위로 종을 딸랑이며 날아올 거야."
"네, 그럴 겁니다."
"꼬마 사슴에게 채찍질을 하는 사람이라면 뭐든 할 수 있을 테지."
"네, 그럴 것 같네요."
"젊은이, 자네가 내게 좀 알려주겠나? 이 빌어먹을 콘테스트는 대체 뭐하는 행사지?" (세상이 잠든 동안 中) - P164

"조명 장식을 보고 싶답니다." 집사가 말했다.
임무가 밝혀지자 해클먼은 굉장히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러고는 중얼거렸다. "우리가 그 빌어먹을 멍청한 위원회 소속이거든."
"심사는 크리스마스이브에 하는 줄 알았는데." 그리번이 말했다. "그때까지는 켜지 않을 계획이었어…… 이 지역사회를 기분좋게 놀래줄 생각이었지."
"독가스 생성기야?" 해클먼이 말했다.
"알았어, 잘난 척하는 놈 같으니." 그리번이 거만하게 말했다. "오늘밤 너는 J. 스프레이그 플리트우드가 어떤 시민인지 알게 될 거야." (세상이잠든동안 中)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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