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없는 집 ㅣ 율리아 스타르크 시리즈 1
알렉스 안도릴 지음, 유혜인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을 어떻게 줘야할지 한참 생각했다. 뒤통수를 후려칠 정도의 반전은 아니어도 나름 재밌었고 영화화 된다면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문제는 주인공인데 보통 시리즈물은 주인공을 계속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야하지 않나? 등장인물 중 주인공이 제일 비호감이면 어쩌자는건데. 다른건 차치하더라도 일하는 내내 전남편무새인건 좀 난감했다. 앞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 과거의 부부관계도 밝혀질테지만 그걸 모르고 읽는 입장에서는 주인공이 진입 장벽이었다. 욕하면서 읽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다음 사건 예고를 보고 한 번만 더 속아볼까? 이러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어쨌거나 주요 전범들이 자신들의 아버지나 친척 어른이다 보니, 전후의 일본 정치 지도자들은 일왕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전쟁 책임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마치 해방 직후에 한국의 지도층이 자신들의 친일 행각을 감추기 위해 반민족행위특별위원회 활동을 방해한 것과 유사하다. 그리고 그 이후에 독재 정권, 권위주의 정권에 끊임없이 충성하며 친일 청산에서 벗어난 과정과 유사하다. - P54

우리나라도 비슷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기에 모타니의 지적 중에 특히 새겨들어야 할 점이 많다. 그중 하나는 인구 감소가 수요 감소를 유발하기 때문에 일본의 역대 정권들이 추진해온 공급 위주의 정책으로는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기업의 영업이나 생산활동, 투자 등을 도와주더라도 인구 충격에 따른 수요 감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장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발상을 180도 바꾸어 수요 위주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사회 안전망을 촘촘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주는 것이다. - P66

역대 자민당 정권은 공급 사이드 위주의 정책으로 기업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다. 하지만 혜택을 받은 기업들은 이익만 잔뜩 쌓아두고 좀처럼 투자를 하지 않았다. 소위 ‘낙수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 P68

문제는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IMF 논문에 따르면 미중 패권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이 일대일로 경쟁하면 한국은 최대 피해국이 된다. 10년에 걸쳐서 GDP가 6%나 하락하는 분석 결과를 보여주었다. (P.219-220) - P2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는 걸 펄롱은 알았다. - P22

두 사람은 계속 걸었고 펄롱이 알거나 모르는 사람들을 더 마주쳤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 P119

펄롱은 미시즈 윌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미시즈 윌슨이 아니었다면 어머니는 결국 그곳에 가고 말았을 것이다. 더 옛날이었다면, 펄롱이 구하고 있는 이가 자기 어머니였을 수도 있었다. 이걸 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면. - P1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이런 문장을 암송하여 내 마음을 안정시킨다. 내 콤플렉스는 얼굴로 드러나지 않는다. 내가 보는 나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 바와 다르다. 모든 것이 잘되고 있다. 나는 내 자리에 있다. - P66

나는 내 남편을 안다. 그의 안목이 예리하다는 것을 안다. 그에게 통찰력이 있고 그의 연상에 상당한 일리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가 어떤 사람을 한두 마디 말로 쉽게 크로키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니까 나는 다음과 같은 점을 분명한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나와 결혼해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남자는 내가 한낱 귤이라고 생각한다. - P85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면 그 사람을 초조하게 기다리기 마련인가?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린다는 것은 그에게 의존한다는 것이고 그를 열렬히 사랑한다는 뜻일까? 다른 여자와 결혼했기 때문에 하루 중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절대로 전화를 받지 않는 남자, 성탄 전야나 여름 휴가 중에는 연락할 필요가 없는 유부남, 뜨거운 사랑은 그런 사람과 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열렬한 사랑은 전화기 앞의 수동적인 기다림에서 생겨나고, 그가 침대 위에서 어떤지 아는 사람에 대한 질투나 다음에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처지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혼외정사를 하는 연인들이건, 멀리 떨어진 채로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건, 이제는 사랑받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건,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사랑은 불안의 문제도 아니었고 기다림의 문제도 아니었다고, 규칙성과 상호성은 사랑의 강도를 전혀 변화시키지 않는다고. 그들에게 이런 말도 하고 싶다. 열렬한 사랑은 한 가정의 안정성 속에서 성장할 수도 있고, 귀가 시간의 정확성과 애착의 확실성과 일상의 반복성 속에서 자라날 수도 있다고. 또 나는 이런 말도 들려주고 싶다. 심장은 시간을 정해 놓고 사는 규칙적인 삶 속에서 빠르게 뛸 수도 있다고 말이다. (P. 116-117) - P115

만약 내가 페드르에게 말할 수 있다면,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이미 소유하고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게 훨씬 더 고통스럽다고. 나는 슬플 이유가 전혀 없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내가 왜 우는지를 설명해야 한다면, 무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 남편이 나를 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마음이 황폐하다고? 내 남편이 라사냐를 시켰기 때문에 내 가슴이 무너진다고? 내 남편이 거액의 팁을 주고 왔기 때문에 내가 눈물짓는다고? 따지고 보면 내 눈물에는 존재할 이유가 전혀 없다. - P127

역설적이게도, 나는 우리가 막 만나기 시작했던 그 때에 더 마음이 편했다. 당시에 나를 향한 그의 사랑은 더 순수했다. 왜냐하면 그 무엇도 그를 내 곁에 붙들어두지 않았으니까. 자금 나는 이곳저곳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다. 결혼을 사랑의 궁극적인 증거로 여기며 기다리는 모든 여자에게 말하고 싶다. 결혼은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고, 만약 당신 남편이 어느 여자 동료와 몰래 바람을 피우고도 당신에게 고백하지 않는 것은 그저 잃을 게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 P331

이제 끝장이다. 내 결혼이 무너진다. 이건 실패이다(이별이란 언제나 실패가 아니던가). 그렇다고 해서 사랑하는 여자의 삶을 선택한 것이 잘못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누구나 어느 순간에는 내려야 하는 결정을 한 것이니까 말이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때가 되면 사랑하느냐와 사랑받느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사랑을 서로 대등하게 주고받는 부부는 세상에 없다. 서로에게 사랑을 대등하게 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니 어떤 사랑의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받는 사람이 될 것인지 아니면 주는 사람이 될 것인지. - P334

만약 내가 사랑하는 쪽보다 사랑받는 쪽을 선택했다면, 아마도 나는 훌륭한 어머니가 되었을 것이고, 마음을 크고 넓게 쓰면서 아름다운 우정을 가꾸고 경력에 대해 진정한 야심을 품는 사람이 되기도 했으리라. - P3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읽는 속도가 느리지 않은 편이다. 한 달에 열다섯 권 안팎의 책을 읽기 때문에, 그중에 한 권의 추천사를 쓰는 일은 별로 부담스럽지 않게 여겼다. 읽는 시간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고, 읽은 것을 여과시켜 짧은 몇 문장을 쓰는 쪽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크게 무리는 아니다. 내가 보탠 몇 줄의 소개가 좋은 책이 멀리 가는 데 약간의 추진력이라도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1년 내내 추천사를 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추천사를 어쩌면 좋을까? 中) - P11

몇 년 동안 마음의 속도 방지턱에 덜컥덜컥하고 걸렸던 부분은, 인터넷 서점에서 하는 투표가 책 사진이 아닌 작가들의 얼굴 사진을 클릭하도록 되어 있을 때가 많다는 것이었다. 얼굴 쪽이 호응도가 높다는 것은 알고 있다. 생명이 없는 물체 위에 눈코입만 그려도 친근감을 느끼도록 우리의 머릿속이 설정되어 있으니까.
그렇지만 본능에서 애써 멀어지는 방향으로, 역시 사람 얼굴보다는 책 표지가 낫지 않을지 이야기를 꺼내 함께 고민해보고 싶다.
(책과 얼굴 사이 中) - P40

정렬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북디자인 분야에서 드물게 논쟁적인 주제다. 글자 배치를 두고 논쟁까지 하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무언가를 정렬한다는 것은 결국 질서를 세우고 그것을 타자에게 강제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넓은 의미에서 정치적 성격을 지닌다. 게다가 정렬 방식에 대한 호불호가 출판 노동자들의 직군에 따라 갈리는 경향이 있다면 갈등을 피하기 어렵지 않을까.
(취향의 방향을 가늠하기 中) - P96

21세기 한국 북디자인 현장에서 정렬을 둘러싼 논쟁은 정치적, 윤리적 충돌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미적 선택지를 확보하고자 하는 디자이너의 욕구와 기존 편집 규범이 마찰을 일으키면서 일어나는 실무적 논쟁의 성격이 짙다. 한국에서 왼끝맞춤 디자인은 1980년대에 발행된 잡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단행본 분야에서는 여전히 금기 시 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으며 독자에게 편집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질 때도 있다. (P.97-98)
(취향의 방향을 가늠하기 中) - P97

하나의 표지는 작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도 이모저모 뜯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다.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는 과정을 단계로 나눈다면 첫 단계는 차이를 감지하게 되는 순간이 아닐까. 뭔가 달라 보이는 느낌,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이상함. 어쩌다 눈에 띈 작은 차이는 ‘그것‘을 그것 아닌 모든 것들로부터 떠내어 흐릿하던 세상을 대상과 배경으로 선명하게 구분하여 인식하게 만든다. 취향과 사랑 같은 편향적인 감정은 그렇게 차이가 벌린 틈에서 자라나기 시작한다.
(취향의 방향을 가늠하기 中) - P109

(인용)
저명한 남자가 쓴 소설을 비평하려고 손에 펜을 쥐자마자, 천사는 내 뒤로 살그머니 다가와서는 속삭였습니다. "아가씨, 당신은 젊은 여성이에요. 당신은 남자가 쓴 책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 호의를 베푸세요. 부드럽게 대하세요. 듣기 좋은 말을 해주세요. 기만하세요. 당신의 성이 가진 모든 기술과 책략을 동원하세요. 당신이 자기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하세요. 무엇보다 순수함을 지키세요."
(버니지아 울프, <자기만의 방> 中, 펭귄클래식코리아, 2015, P.162) - P141

디자이너가 늘 수동적인 약자 혹은 피해자라고 보는 것도 타당하지 않을 것이다. 어제까지의 관계가 내일은 달라질 가능성이 완전히 닫혀 있는 것만은 아니고, 때로는 구조에 기꺼이 순응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사실 진정한 천사는 후자에 가깝다. 누구의 강요도 아닌 그렇게 해야 내 마음이 편하다는 내면의 소리. 눈에 띄지 않기를 원하는 마음. 큰 목소리로 무언가를 말할 때 느껴지는 수치심과 죄책감. 이것의 어디까지가 타고난 성격이고 어디부터가 권력이 내재화된 결과일까.

버지니아 울프는 그래서 천사와의 싸움에서 어떻게 했을까. 목을 졸랐다고 한다. 끊임없이 속삭이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그 목을. 아마 그래봐야 천사는 다음날 또 살아날 테지만 그때는 다시 목을 조르고, 또 썼을 것이다.
(북디자인과 여성 中) - P1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