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
박대겸 지음 / 호밀밭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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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소설을 써야 겠다는 충동에 사로잡힌 필립 로커웨이가 소설을 쓰기 위해 처음 한 행동은 구글링이었다. 소설을 쓰려면 먼저 소설을 읽어봐야 하니까. (우리의 주인공은 지금까지 독서와는 담 쌓고 살아왔다) 나름 고심해서 고른 키워드로 <666, 페스트리카>이라는 소설을 알게 되고 그 책을 구하기 위해 뉴욕의 크고 작은 서점을 방문하며 겪는 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쩌면, 소설을 써야겠다는 충동의 발현은 그로 하여금 들여다 보고싶지 않았던 과거를 마주보게 하는 ‘소설 같은‘ 사건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야기를 기록으로 보존하고 어떤 이야기를 기록에서 배제해야 하는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야. 나는 나의 이야기를 기록해서 보존해야 해. 잘 알지도 못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잘 알고 있지만 굳이 꺼내 보려하지 않는 나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야 해. 그러니까 나는 형에 대해 써야 해. (중략) 나는 곰이 있는 장소로 돌아가야 해. 내가 공포를 느끼는 곳으로, 자꾸 덮으려 하고 모른 척 하려 하고 없었던 일처럼 생각하려 하는 곳으로 돌아가야 해. (p. 173)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르죠. 그러고 나서 반성을 하고 회개를 하고. 물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다시 사회로 돌아와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 나가야 해요. 하지만 여기서 짚어야 할 포인트는, 그가 돌아와야 할 사회가, 사람들의 시선이 주목되는 무대 위가 되어서는 안 되는 점이에요." - P57

흔히 책에는 답이 있다, 삶의 길이 있다고들 말하지만, 사실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읽히는 책에는 답 보다는 의문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러므로 독서라는 것은, 길을 찾는 행위하기보다는, 어쩌면 미로에 빠지는 행위에 가까울지도 모르죠. - P85

지칠 줄 모르는 인내심을 발휘한 끝에 필립은 3주에 걸쳐 [666, 페스트리카]를 다 읽을 수 있었고, 책을 덮는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고 말았다. 책에 담긴 메시지나 소설의 의미 같은 것이 몰아쳐서 그랬던 것은 아니고, 소설의 어떤 장면이 강렬하게 떠올라서 그랬던 것도 아니고, 차라리 그 반대, 3주에 걸쳐 읽었음에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내용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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