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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 한계 시간
율리 체 지음, 남정애 옮김 / 민음사 / 2024년 2월
평점 :
‘새해‘도 그랬고 이 책도 한번에 읽지는 못했다. (두껍지 않음) 두 권 밖에 안읽었지만 ‘율리 체‘의 소설을 읽을 때는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느낌이다.
잠수 강사인 스벤은 독일에서 법대를 졸업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음에도 무언가로부터 도망쳐 스페인의 섬 라호라에 정착한다. 어떤 상황에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그가 고수해 왔던 삶의 방식이었다.
그는 독일 귀족가문 출신의 여배우 욜라와 그의 연인이자 작가인 테오의 잠수 강습을 맡게 되고 서서히 어떤 ‘전쟁‘에 얽혀든다.
소설은 스벤의 1인칭 시점과 욜라의 ‘일기‘가 교차되며 진행되는데 처음에는 거의 일치했던 둘의 이야기가 조금씩 달라지더니 어느 시점부터는 완전히 상반된 내용을 들려준다. 그러다가 테오가 머리에 부상을 입고 바다로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엇갈리는 스벤과 욜라의 이야기 중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원제는 ‘Nullzeit‘ (무감압 잠수 한계 시간) - ˝수면 위로 바로 돌아가더라도 건강에 해를 입지 않으면서 특정한 수심에서 잠수가 가능한 시간˝ (본문 中) - 이다.
그것은 소설 속의 잠수에 관한 시간 뿐아니라, 그가 버리고 온 독일에서의 삶으로 돌아가야하는 (한계)시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쟁‘을 떠나 세상의 끝으로 도망쳐왔지만 낙원이라 생각했던 섬에서도 전쟁은 피할 수 없었고 마침내 스벤은 ‘잠수‘를 끝내고 자신의 삶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욜라와 테오는 제정신이 아닌 인물들이고 스벤은 소설을 읽는 내내 똥멍청이처럼 굴며 분노를 유발하는데, 나중에 그 이유를 짐작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스벤이 비겁한 겁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테오도 스벤도 참 못났다...
(율리 체가 말하는 ‘잠수‘란 참여(개입)하지 않는 삶, 누군가의 불행을 보고도 외면하는 삶이며, ‘잠수 한계 시간‘은 잠수하지 말고 사회적 변화를 위해 개입하는 것을 망설이지 말라는 의미의 소설이다.)
평점 4.5
(쩜오 평점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4와 4.5의 차이를 존중해달라.)
+)
1. 등장인물 중 누구도 이해되진 않는데 안톄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 (어떻게 저런 놈을 14년이나 참아줄 수 있었는지)
2. 한번 날려먹고 다시 적었더니 좀 두서없지만 나는 이미 지쳤고 율리 체 소설 너무 좋다.
어쩌면 내가 받은 법학 실습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인식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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