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플레이어 원 - 2045년 가상현실 오아시스 게임에 숨겨진 세 가지 열쇠를 찾아서 AcornLoft
어니스트 클라인 지음, 전정순 옮김 / 에이콘출판 / 201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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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사실 영화를 먼저 접했기 때문에 큰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너무나 뛰어났고, 만족스러운 전개, 매력적인 배우들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의 영상에는 다 담아내지 못한 무엇인가가, 더 깊은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표지는 아쉬움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영화 개봉 이후 변경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표지는 영화의 후광을 직접적으로 이용하려는 노골적인 의도가 느껴졌습니다. 띠지로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 같았으며, 기존 표지에 대한 궁금증만 커져갔습니다.

이는 소설 내용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식었거나, 불확실성에서 나온 선택으로 보였습니다. 간혹 원작이 영화나 다른 2차 작품들이 훨씬 좋았던 경우들이 있어 우려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작부터 이어지는 종교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흥미를 유도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반 신앙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종교적 이야기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려는 시도가 엿보였습니다. 물론 주인공의 환경이 누가 봐도 불우해 보였고, 착취까지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신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 당연하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비슷한 상황, 혹은 같은 환경에 있는 이웃은 신을 믿는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대조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런 종교적 입장의 반대에 있으면서도 그들은 서로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도,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보여주었을 뿐이며, 그것은 나름의 존중으로 느껴졌습니다.

그저 그의 이웃과는 다르게 일반적인 우리들 중 누군가로 표방되는 사람으로 여겨졌으며, 평범한 존재였기 때문에 누구보다 현실적인 판단을 내린듯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환경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 그곳에서 딱히 필요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도 아닌, 그만의 판단으로 내린 선택 같았습니다.

이는 종교적인 논쟁거리를 만들기보다는 각자의 상황을 수려하게 보여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분명 누군가는 불편하게 느끼겠지만 그것을 부정하는 것도, 긍정하는 것도 개인의 영역이며, 뭐라고 할 수 없는 부분임을 말하는 듯했고, 저자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포함되는 듯했습니다.

초반의 이러한 흐름은 한순간에 책에 빠져드는 요소가 되기도 했으며, 이후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저자가 얼마나 많은 연구와 공부를 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많은 책과 영화들을 보고 자신이 선보일 수 있는 모든 것을, 온 힘을 다해 표현하고 녹여내려는 것 같았습니다.

단순하게 지식을 펼쳐놓는 것이 아닌, 그것을 충분히 자신의 것으로 온전하게 습득한 뒤 여러 표현들을 통해 뿜어내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나 스타트렉의 "페이저 조준 완료"를 이야기할 때는 소름까지 돋았습니다. 단 몇 마디일 뿐이었지만 이 시리즈를 봤던 기억을 한순간에 떠오르게 했고, 긴 시간 함께한 감흥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대략적으로 알고만 있었다면 절대 그런 감정을 일으킬 표현으로 느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분명 정확히 인지한 상태로 담아냈으며, 이는 추억을 통해 웃음 지을 수 있는 부분이 되었습니다. 영화도 그랬지만 해당 도서 역시 이런 요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와 전체적인 흐름과 인물만 같을 뿐 전개되는 방식과 등장하는 게임 캐릭터, 게임, 영화 및 각종 작품들은 대부분 달랐습니다. 그저 일부 겹칠 뿐이었습니다. 멜로적 측면이 더 강조되지 않았고, 인물들 간의 우정 역시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훨씬 완벽하고 직접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어쩌면 더 세심한 묘사들이 흘러넘쳤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로 넘어가면서 영상화할 때, 각종 라이선스 협의가 발생했을 것입니다. 그 금액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기 때문에 온전히 녹여내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며, 각색이 필수였을 테지만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것은 놀라웠습니다.

물론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만큼은 분명하게 같은 선상에 있는듯했지만, 전혀 다른 작품으로 같은 이야기를 하는, 같은 제목을 갖고 있을 뿐인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보였습니다. 오히려 훨씬 많은 요소들을 충분히 집어넣은 도서의 힘이 더 강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들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은 삶에 대한 것이며, 그것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를 말하고자 하는 듯했습니다.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과 불확실한 무엇인가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고 맞서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낍니다. 오히려 눈을 돌리려는 경향이 강하며, 사실 자체를 외면하고자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다가온 파도를 피할 수 없습니다. 결국 모두 받아내야 하고 선택해야 합니다. 파도를 넘을 수도, 그것에 올라탈 수도, 그저 휩쓸릴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무엇인가 해야 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일 것이며, 차분히 또 다른 곳으로,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저 우리가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를 원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와 도서의 결정적인 차이는 주인공의 모든 선택과 행동들이 영화보다 도서가 훨씬 더 풍성하게 다가왔다는 것입니다. 인용하는 작품들이 더 많다 보니 그것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훨씬 구체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이후에 해당 도서를 다시 볼 때는, 도서 내에 등장하는 각종 산물들인 게임, 음악, 영화 등을 더 경험해 보고 시도해 본 뒤에 새로운 느낌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마 그렇게 되면 훨씬 풍부한 묘사와 감동이 찾아올 것이 분명하며, 이전보다 더 즐거운 소설 읽기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과거의 이야기이며, 이해할 수 없는, 즐기지 못할 콘텐츠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저 추억이며, 그 추억을 자극받은 이들에게만 좋은 느낌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이 순간도 기억이 되고, 추억으로만 남을 것입니다. 분명 언젠가는 같은, 혹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우리는 지금이라는 이 순간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쉬운 점

  • 인용되는 캐릭터, 영화, 게임 등의 요소들이 너무나 방대해서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그만큼 방대한 분량과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으며, 자칫 피로도를 느낄 수 있지만, 일부만 그것들을 알아도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대중적으로 인지도 높은 요소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추억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영화와는 전혀 다른 내용 전개와 이야기 때문에 당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소설을 먼저 보거나, 소설만 접했다면 해당되지 않을 이야기입니다. 유명한 도서이기 때문에 영화보다 먼저 접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르적 특성 때문에 먼저 출판이 되었음에도 외면받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소설과는 인물과 일부 등장 작품이 겹칠 뿐 전혀 다른 내용이 펼쳐집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즐겁게 볼 수도 있습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예측이 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접하기 때문에 더 흥미진진할 것입니다.

  • 전반적으로 80년대를 추억하지 않는다면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방대하게 인용된 작품들은 대부분 과거의 것들이 많기 때문에 아무리 대중적이어도 시대적 특성을 탈 수밖에 없습니다. 자칫 이해도가 떨어진다면, 도서에 대한 흥미 자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먼저 독서를 한 뒤, 도서에서 만나는 작품들을 추후에 일부라도 다시 보거나 경험한 뒤 추가적인 독서를 한다면, 훨씬 더 흥미롭고 풍성한 느낌이 될 것 같습니다.


총 평

극한의 상상력을 활용한 새로운 이야기인지에 대한 것은 의문으로 남지만, 80년대를 겪었거나, 당시 작품들을 어느 정도 알고, 좋아했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체험할 수 있는 내용들이 흘러넘칩니다. 단순하게 이것들 중 하나는 걸리겠지의 의도보다는 저자 본인이 경험했거나 접했던 것들을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충분히 공부한 뒤 온전하게 녹여낸 것 같습니다. 또한 삶에 대한 지극히 단순하지만 진리에 가까운, 철학적인 이야기를 흥미롭게 섞음으로써 우리 자신, 삶에 대한 방향과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볼 수 있는 조금은 심도 있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도서인 것 같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8 구성 8 재미 9 재독성 9 표현력 8 가독성 8 평균 8.33)

SF 소설에서 접하게 된 삶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

이런 아이템들은 오아시스 서버에 저장된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에 지나지 않았지만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상징물로 자리잡았다. - P89

바로 그때였다. 하늘에서 쇳덩이가 떨어져 두개골에 내리꽂힌 느낌이었다. 나는 같은 반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많은 것을 배워야‘하는 집단은 대체 누구인가?
학생들이었다. 고등학생들이었다.
나는 ‘많은 것을 배워야‘ 하는 학생들로 가득 찬 바로 그 행성에 있었다. - P103

어스름이 질 무렵 나는 승합차 밖으로 나와 차문을 잠근 다음 열쇠를 폐차 더미 어딘가로 휙 던져버렸다. 그러고 나서 책가방을 들쳐 메고는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다짐하며 빈민촌을 벗어났다. 나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 P237

그녀의 답장은 점점 길어졌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가 되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였다. 얼마 후부터는 점점 내용도 길어지고 더 속 싶은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최소한 하루에 한 번씩은 주고받기 시작했다. - P253

이 장치는 내 감각을 속여 존재하지도 않는 가짜 세상에 살도록 만드는 정교한 기계 덩어리에 불과했다. 장치의 부품들은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옥죄는 감옥의 빗장이었다. - P287

몸에 덜컥 이상이 왔다. 숨쉬기가 곤란했다. 일종의 공황 발작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장이 덜덜 떨렸다. 정신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뭐라고 부르든지 간에. 나는 머리가 약간 돌아버렸다. - P341

오히려 사진 속의 얼굴은 그녀의 아바타보다도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생명이 깃든 진짜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 P419

바로 그 순간 키가 크고 흰 수염을 기른 할아버지 아바타가 우리 뒤에 나타났다. 그레이트 앤 파워풀 오그, 바로 오그던 모로의 아바타였다. - P448

나를 둘러싼 막강한 두 군단이 지상과 공중에서 격돌하는 장면에 나는 차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어찌나 격렬하고 압도적인 광경인지 꿀벌집과 말벌집 여러 개가 서로 부딪쳐 박살이 난 다음 거대한 개미집에 떨어진 듯했다. - P482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 몰랐지 나는 평생토록 두려워만 했었다. 끝이 가까웠음을 알았을 때 비로소 깨달았단다. 현실은 두렵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만 진정한 행복을 찾알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말이지. 현실은 실제 삶이니까. - P527

그때, 나는 내가 기억하기로는 생애 처음으로, 오아시스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씻은 듯 사라져 버렸다. - P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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