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만들어진 위험 -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당신에게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1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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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이 책의 목적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을 때,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설득'


물론 이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 책을 고르는 사람의 다수는 저자의 명성일 것이며, 어떤 이들은 본인이 신의 존재를 믿지 않기에 확인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설득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처음부터 그 사실을 믿는 사람이라면 '설득'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 책을 선택한 독자들은 설득당할 준비가 된 사람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근거들을 갖고 하나하나 이야기해 나가다 보면(작가) 그 이야기를 듣는 상대(독자)는 그 말이 맞는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1부 6장과 2부 6장, 총 12장으로 나누어진 이 책은 이러한 설득을 기본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흐름은 분명 다르지만, 각 장에서는 설득을 위한 사전작업을 충실하게 합니다.

특히 1부는 어떠한 논제를 던지고 그것을 깨부수며, 하나하나 장을 나아갈 때, 묘하게 설득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완벽한 설득이 되기 전, '그럼 맞다 치고'라고 하며 그에 수반되는 다른 논제를 꺼냅니다.

그렇게 새로 제시된 논제를 한참 이야기하다가 '그럼 이것도 맞다 치고'라며 또 다른 논제를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수반되는 논제들을 하나하나 짚어 가기에, 책의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하게 읽게 합니다.

이야기의 집중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계속해서 유사하지만 다른 주제를 던지며 독자들을 잡습니다.

하지만 과연 처음 제시된 논제부터 충분한 설득이 이루어졌는지를 되짚어보면 너무 빠르게 '맞다 치고'를 던져버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새로운 용어, 접해보지 못했던 지식을 계속 던지며 다소 떨어질 수 있는 흥미를 보충하고, 그 사실들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초점을 맞춥니다.

이때, 주제가 다르기 때문에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도 다소 변화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A라는 논제를 던지기보다는, 조금 다른 B라는 논제를 이야기 한 뒤 A라는 결론과 엮습니다.

다만, 이 방식이 다소 부드럽지 못한 것 같아, 마치 억지로 엮은 뒤 '이제부터 설명할게 말하는 식입니다.

인내심이 있고, 남의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는 사람, 생물학적 지식과 진화론, 진화에 관련된 이야기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끝까지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라면 이 책은 그때부터 덮어버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책을 덮었다면, 그 설득은 이미 실패가 된 게 아닐까? 의문이 듭니다.

물론 쉽게 '실패'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그것들이 이후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각 장에서 친절하게 마무리를 한 것은 아니지만, 각 장이 조금씩 연결되며, 다음 장을 찾게 됩니다.

마치 양날의 검과 같지만, 그래서 그 모호함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계속해서 나타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비유하자면, '신의 존재'라는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하기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담겨 마치 가지가 많지만, 몸통은 얇은 나무 같습니다.

그러한 나무에서 열매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는 희박해 보이며, 오히려 보는 이를 위태롭게 합니다.

각 나뭇가지는 분명 하나의 몸통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틈이 분명 존재했습니다.

그 틈을, 부족한 논리를, '신'이라는 존재로 메우려고 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신이라는 존재가 더 없이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일 수 있지만 과학에도 아직 모두 증명되지 못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유독 신이나 종교에 대해 비판적인 날을 세우는 것은 다소 이분법적 사고에 따른 결론 같습니다.

과학보다 신이 추상적이기에 신을 믿을 필요가 없다는 것은 분명 적절한 결론이 아닙니다.

분명 신은 없을 수도 있고, 인간의 만들어 낸 허상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욱더 깊이 있고 다양한 측면으로 바라봐야 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독자들이 가진 과학적 지식이 부족해서 발생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단점도 존재하고 읽기에 불편한 점이 존재하지만, 명확한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접근성이 좋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정보를 갖고 있고, 그 정보들을 생각 이상으로 다룹니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만 한 것 같습니다. 1부와 2부만을 놓고 비교해 보자면, 1부의 성서 부정하기가 더 그럴싸해 보였습니다. 2부의 부드럽지 못한 연계가 언젠가는 모두 해소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총평

접근성이 좋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에 비해 그것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지 못해 얕은 지식이라는 느낌이 드는 등 여러 단점이 두드러집니다.

신이 존재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기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무조건 신이 없다고 말하는 저자의 의사가 아쉬워집니다.

차라리 1부의 이야기를 조금 더 길고 깊이 있게 끌고 갔더라면, 지금 느끼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감정은 훨씬 완화되었을 것 같습니다.


상세별점

★ 5개 만점

★★☆(주제 5 구성 6 재미 6 재독성4 평균 5.25)



상세 내용 : 감상자(鑑賞者)의 감상(리뷰) 블로그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044428187


여러분과 나, 그리고 총리, 여러분의 고양이와 창밖에서 지저귀는 새 등 우리 모두는 저마다 자기 조상을 돌아보며 다음과 같은 자랑스러운 주장을 할 수 있다. "내 조상 중에 일찍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상당수의 개체가 일찍 죽지만, 그들은 누간가의 조상이 되지 못했다. 여러분의 조상 중 적어도 한 명의 자식을 낳기 전에 절벽에서 떨어지거나, 사자한테 잡아먹히거나, 암으로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물론 생각해보면 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정말, 중요한 사실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 모든 동식물과 곰팡이와 박테리아, 이 세계에 살고 있는 70억 인구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살아남아 조상이 되는 데 적합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 P238

발생학자들은 DNA가 어떻게 아기를 만드는지 연구한다. 현재 꽤 많은 사실이 알려져 있지만 여기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려면 책 한 권이 통재로 필요한데, 이 책의 목적은 그게 아니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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