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식당으로 오세요 (2종 중 랜덤)
구상희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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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처음 해당 도서를 읽었을 때, 당혹스러운 감정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드라마는 다소 무거우면서 어두웠고, 그러면서 드문드문 풋풋함이 느껴졌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가벼운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와 비교를 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드라마를 먼저 보았고, 상상하고 기대하는 바가 분명하게 있었습니다.

그 가벼운 문체는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다가왔습니다.

단점이라면 위에 언급한 것들이며, 장점은 그만큼 쉽게 읽힌다는 것입니다.

또한 대화하는 것처럼 독자에게 계속해서 말을 거는 듯하여 친근감을 느끼게 합니다.

위의 특징들을 보면 요즘의 독자들이나 나이 어린 사람들이 하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말투나 사용하는 단어들 등이 옛 표현들이 많았습니다. 그것으로 작가의 나이대가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 어렵게 표현하는 어린 사람들의 말투 같았습니다.

이런 가벼움 속에 한 번씩 번뜩이는 표현들이 나타나 나름의 반전미를 보여줍니다.

처음 만난 마녀를 표현할 때와 같이 서로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가 공존해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전혀 통일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긋난 통일성이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은 처음부터가 아닌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이 이 책을 계속 읽을 때의 최대 위기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다른 위기는 거창하게 소제목까지 달아 진행되는 이야기를 완벽한 결말로 마무리 짓지 않는 것입니다.

오히려 소소하게 마무리하여, 그 뒤의 이야기들은 모두 상상에 맡기는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호불호가 분명 갈립니다. 그래서 해당 도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호함을 가득 품은 것 같습니다.

거기에 사랑에 빠진 사람을 표현하는 방식이 무척 귀여운데, 왕따 문제를 다룰 때의 표현은 악랄하고 자극적입니다.

귀엽다거나 악랄하다거나 하는 식의 감정이 나오는 것을 보았을 때, 풍부한 표현을 갖춘 문장들은 맞습니다.

어떤 에피소드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아 힘들었습니다.

분명 활자로만 표현이 됐지만, 슬프다는 감정을 충분히 느꼈습니다.

언젠가 이와 같은 일을 겪는다면, 분명 마녀 식당의 존재를 찾아다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이 도서는 일종의 마법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살면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 바뀌는 결과같이, 지금 외우고 있는 마법 주문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이 말입니다.

삶은 주문처럼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닌 계속 이어지지만, 그 주문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무한정 바뀌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보다 삶과 닮은 게 있을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폭력적인 표현들이 점차 과도하게 느껴졌습니다.

데이트 폭력이나 악인을 표현하는 것이 너무 잔인했고, 이렇게까지 적나라할 필요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단순하게 주인공을 내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 것 같았습니다.

분명 세상에는 아물지 않는 상처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상처 때문에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단순하게 문장 하나로 담아낼 무게의 말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가 얼마나 이 세상을 쉽게 생각했는지, 이러한 표현을 가볍게 썼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주인공의 감정선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데 급하게 마무리를 한 것 같아 다소 무책임하게 느껴집니다.

용서라는 아름다운 말로 마무리하기에는 이전까지 자극적인 표현들이 너무나 많이 나왔습니다.

감정이 이입되도록 하는 내용들도 더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각 에피소드를 다른 이야기처럼 다룬 것이 그 실패의 원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혹스러움에서 시작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표현들이 불편함으로 마무리되기에, 왜 이 책이 드라마화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단점만 조금 걷어내면 괜찮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과 뒤 모두 존재하지 않으면 제구실을 할 수 없는 동전과 같이, 장단점을 모두 갖고 있기 마련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앞면이건 뒷면이건 어느 것을 더 잘 보여줄지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점보다 장점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들이 부족해 보였으며, 어떻게 하면 장단점을 잘 어우르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매우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여자는 어느 대륙, 어느 나라에 갖다놓아도 현지인처럼 보일 외모였다. 거음 머리에 검은 눈동자, 한국어를 구사하기에 한국 사람으로 보일 뿐이었다. 어느 곳에도 어울리는 사람. 달리 말하면 어느 곳에도 확실히 속하지 않는 것 같은 사람이다. - P47

검은 그림자는 소리도 냄새도 공기의 움직임도 없이 말 그대로 그림자처럼 움직여 선미 곁에 와 앉았다. 선미는 응당 그래야 한다는 듯이 입을 벌렸다. 그림자는 그녀의 입가에 작은 유리병 하나를 가져다 대었다. 유리병은 한 손으로 가볍게 잡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 P93

식당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것 같은데 밤은 아직 제자리였다. 거리는 고요하고 차가운 공기도 여전했다. - P184

이 모든 일이 지나간 후, 윤기는 마녀식당을 떠올렸다. 어찌 됐든 소원은 이루어진 셈이었다. 하지만 의문은 남았다. 이 드라마틱한 전개는 삶의 우연이 빚어낸 결과였을까? 아니면 정말 마녀식당의 요리에 깃든 마법의 힘 덕분이었을까?



어쩌면 삶 자체가 마법인지도 몰랐다. - P199

세상에 아물지 않는 상처는 없다.



어째서인지 그 말이 자장가처럼 진을 편안히 감싸주었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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