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 - 장진영·김영균의 사랑 이야기
김영균 지음 / 김영사 / 2009년 12월
평점 :
나는 처음에 이 책을 읽기 전에 참 많은 고민을 했다. 작년 9월 1일 장진영이 위암으로 하늘로 떠나갈 때, 그녀의 곁을 항상 지켜주었던 남자가 있었고 그 남자가 죽기 직전에 장진영과 결혼식을 하고 혼인신고를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영화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고 감동받는 한편, 서글퍼졌으니까. 다시 한 번 그 슬픔을 책으로 만나야 한다는 게 왠지 괴로울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이 책 인세의 일부가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다고도 하고 또 왠지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제대로 알고 싶었다. 비록 많이 울게 되고 슬플지라도.
저자인 김영균씨는 마흔 한 살에 장진영을 만났다. 사업에 전념하느라 연애할 시간도 없이 무미건조하게 보냈던 그가, 운명같은 사랑을 만나 그녀로 인해 생기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고, 그 행복이 계속 되길 바랬으나...장진영은 2008년 8월경 위암 4기로 판정을 받게 된다. 그는 한창 진행중인 사업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그녀 곁을 지켜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시간이 갈수록 몸이 약해져갔고, 결국 그는 장진영이 미국으로 치료갔을 때, 라스베가스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린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혼인 신고로 '아내'라는 소중한 이름을 장진영에게 선물했으나 4일 후에 장진영은 혼자 신이 있는 그 머나먼 길을 떠나고 만다.
처음 장진영을 소개받았던 때부터 하나하나의 감정들, 그리고 그녀와 주고받았던 편지며 문자들까지 세세하게 다 기억하고, 간직하고 다 적어놓은 그의 세심함에 상당히 놀랬다. 그들이 주고받았던 편지나 문자속에서 정말로 사랑한다면 이런 모습이어야 하는구나 라고 느끼면서 적잖이 가슴이 찡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가 멀리 하늘로 떠나고 나서, 대한민국 최고 여배우였던 그녀의 진실된 모습을 많은 대중들에게 기억에 남기고, 둘의 사랑을 오래도록 간직하고자 그녀를 위한 마지막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책까지 펴내는 정성이 정말 대단했다. 아마 책을 쓰면서 저자는 하나하나 그녀를 떠올리면서 많은 눈물을 흘렸을 것 같다.
살아 생전에 어려운 환경에 있는 어린아이들을 위해 봉사했고,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 전달을 유언으로 남겼던 그녀는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할 줄 알고 매사에 긍정적인 모습을 지닌 여자였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그리고 더 안타까웠던 것은 유명인이라 여기저기서 검증되지 않은 암 치료법들을 제시했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장진영은 검증되지 않은 치료들을 행하게 되어 삶의 시간을 더 단축시켰고, 그 옆에서 막아내고 싶었으나 환자의 고집을 꺽지 못했던 김영균씨도 안타까웠으리라 하는 마음이다. 강남 모 성형외과 원장의 소개로 미국의 병원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의료 후진국인 멕시코에서 방사선으로 치료를 하면서 더 급격히 나빠져서 죽음의 길로 더 빨리 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나 뜸치료를 통해서 악화되었던 것도 여러가지 면에서 안타까웠다. 아무리 죽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이라도 죽기 직전엔 더 살고 싶어한다는 마음이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까? 오히려 담담하게 검증된 병원에서 치료를 했더라면 좀 더 오래 살 수 있지는 않았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난 날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사랑한 날보다 더 많이 그리워해야 한다 해도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일 수 밖에 없는 운명적인 사랑인 그녀를 만나 누구보다 열열히 사랑했던 그를 보면서 참된 사랑의 가치와 모습을 배웠다. 그런 사랑이 바보같다고 남들이 뭐라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진정한 사랑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랑을 했던 그가 결국 그녀와 안타까운 이별을 하게 되었지만 그녀와의 사랑을 통해서 삶이 변화되어 갔고, 그 사랑을 통해서 많은 세상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슬프지만 그의 헌신적인 사랑은 참 가치있는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득 나도 곁에 누군가가 있다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잘해야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