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 전부터 조금씩 읽다가, 어젯밤에는 내친 김에 다 읽고 잤다.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읽는 것도 좋았다. 우리가 "모른다"는 핑계로 지나가는 이 세상의 수많은 일들. 그렇게 가난한 사람이 있는 줄, 그렇게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 줄 "몰랐어요" 하면서ㅡ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외면하고 그저 자신의 행복을 자신의 성공을 추구하느라 바쁜가. 두 개의 이야기가 왔다갔다 하면서 펼쳐지는 것도 좋았고.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가운데 장을 건너 뛰고 싶던 유혹이 계속 있었지만 잘 참았다!)

'강간과 살인'--사형수의 이야기와 '부잣집 태생 화가'--교수님의 이야기. 둘 중에 누가 더 행복하고 누가 더 불행할까. 둘 중에 누가 더 악한 사람일까. 누가 위선자인가. 자칫 잘못하면 교훈만 가득담긴 내용이 될 수 있었겠지만, 작가 공지영은 그렇게 두지 않았다. 소설을 쓴 작가와 소설 속의 인물들과 나--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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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1
최명희 지음 / 한길사 / 199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최명희가 17년동안 '혼'을 쏟아 낳은 작품이다.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덜컥 손에 들었는데, 이후 열권을 다 읽어내기 전에는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이미 읽은지 6년도 넘었기 때문에 기억이 희미해져버린 부분들도 있지만, '정말 치밀하다'는 느낌은 지금도 강하게 남아있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우리나라의 전통풍습 및 의식에 대한 묘사가 담긴 부분이 상당히 많은데 어찌나 치밀하게 그리고 멋드러지게 써내려갔는지. "흰 쌀로 죽을 짓는 법", "전통결혼 풍습", "의복"과 같은 것들에 대한 묘사는 탄성을 자아낸다. 자칫 잘못하면 '전통풍습'에 관한 묘사로 가득한 책처럼 들릴 수도 있겠으나 만약 그렇다면 열권을 쉬지 않고 읽어내릴 수 없으리. 내용 또한 워낙 재미있고 그 구성은 참으로 탄탄하다. 혼불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정말 작가의 말대로 글자를 하나씩 새겼구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읽는 사람도 이렇게 벅찬 소설을 쓰는 사람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안타깝게도 작가 최명희는 혼불의 집필을 마친지 몇년도 지나지 않아서 53세의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장례식은 전주시민장으로 치러졌다고 한다. 언젠가 시간과 마음이 허락한다면 다시 한번 잡고 싶은 작품이다.

"쓰지 않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때때로 나는 엎드려 울었다. 그리고 갚을 길도 없는 큰 빚을 지고 도망다니는 사람처럼 항상 불안하고 외로웠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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