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딸들 1
장융 지음, 박국용 옮김 / 금토 / 1999년 11월
평점 :
품절


                                    

-맨위부터. 필자의 외할머니, 엄마, 그리고 필자.

**중국 본토인으로는 최초로 영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Jung Chang. 이제 50대 중반에 접어든 그녀는 중국 사천성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외할머니는 아직 전족을 하던 풍습이 남아있던 시절에 태어나, 아버지에 의해 강제로 돈에 팔려가 듯 그녀보다 수십 살 더 많던 한 지역유지의 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태어난 아기가 필자의 엄마. 첩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지역유지는 세상을 떴고 그녀는 혼자가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결혼한 필자의 외할머니, 새 아버지 밑에서 자란 엄마. 필자의 엄마는 전족이나 첩제도와 같이 당시 중국의 전통이라고 불리던 것들에 강한 반발심을 느꼈고, 당시 중국에 열풍처럼 불어닥친 공산당 혁명에 합류하게 된다.

당시 중국은 국민당과 공산당의 대립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던 때. 순수한 젊음을 바쳐 열혈 공산당원이 된 그녀의 엄마는 당내에서 이미 '골수 공산당원'으로 인정받던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 둘은 공산당의 허가를 받고 결혼을 하고...그 둘째 딸이 이 책의 필자이다.

모택동의 '희한한' 경제정책으로 인해 수백만 명이 굶어죽은 1950년대. 모택동의 '희한한' 사상교육으로 인해 수도 없이 희생된 사람들. 그 속에서 방황하던 필자는 영국 요크 대학으로 유학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면서 또 다시 방황을 한다. 유학 시절의 어느 날 그녀는 엄마를 영국으로 초대했다. 엄마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 했지만, 어쩐지 그녀의 엄마는 시큰둥하다. 그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던 필자. 중국으로 돌아가기 며칠 전, 그녀의 엄마는 며칠에 걸쳐 우여곡절 많았던 자신과 자신의 엄마의 삶을 녹음기에 녹음했다. 온 기력이 다하도록 녹음기에 이야기를 쏟아낸 필자의 엄마는 그제서야 평생의 한이 풀렸다면서 웃으며 중국으로 돌아간다.

영국에 정착하게 된 필자.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자신도 모르던 수많은 이야기를 듣고 또 듣던 그녀는 그것을 글로 쓰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이 책은 1990년에 세상에 나왔고 2003년에 수정판이 출판되었다. 지난 십여 년동안 이 책은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전세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작년에 홍콩 공항에서 산 책--너무 두꺼워서 다 읽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국민당과 공산당의 정치 싸움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 공산당 치하에서 고생한 사람들의 이야기 등등등. 길고 긴 다큐멘터리를 본 기분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는 이야기. 물론 나도 그 사람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웃 나라 중국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본의 식민통치, 한국전쟁, 남북분단, 이후의 정신없던 경제성장을 겪은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도 워낙 가슴 찡해서일까.

남북의 이념대립을 다룬 한국 소설은 너무나도 많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은 김원일의 긴 소설 <불의 제전>. 다른 나라로 가보면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즈 이야기를 다룬 책 , 그리고 중국 공산당 이야기까지. 한결같이 읽고 나면 진이 빠질만큼 감정의 소모가 크다. 이제 당분간 공산당 이야기는 그만 읽어야겠다. 휴.

**우리나라에는 <대륙의 딸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와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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