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VS 6시간 - 켈로그의 6시간 노동제 1930~1985
벤저민 클라인 허니컷 지음, 김승진 옮김 / 이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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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동 시간에 관심이 많다. 내 실존을 결정하는 중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켈로그의 노동시간 단축 실험(이라기보다는 인력 수급을 위한 결정)의 과정을 다룬 보고서다. 흥미진진하다. 1930년에 켈로그 사장 루이스 브라운은 노동 시간 단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매우 개방적인 인물이었다. 

 

그 두 시간 단축이 삶의 질을 얼마나 바꿔놓는지를 보면, 경이로울 정도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자기 실현에 시간을 쓰기 시작한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심지어 비행기 조종을 배운 이도 있다. 이게 무려 90년 전의 이야기다. 지금 우리의 노동 환경은 1930년 당시의 켈로그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

 

요 근래 몇 년 동안 노동 시간 단축과 관련하여 숱한 논의가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별 실효도 거두지 못하는 데도 불구하고 야근 중독에 걸려서 회사가 허덕이는 모습을 보라. 실은 미국 켈로그에서도 퇴보하였다. 그렇다. 실패가 아니라 퇴보다. 노동자들은 더 많은 소득을 위해서 8시간 노동을 택했다.

 

8시간 노동과 6시간 노동은 패러다임이 다르다. 8시간 노동을 떠받치는 것은 소비주의 패러다임이다. 많은 노동은 많은 소득을 원해서다. 소득은 소비의 근간이다. 소비가 행복이다. 그래서 오래 일하고, 많이 번다. 6시간 노동을 떠받치는 것은 인간주의 패러다임이라고 해야 할까? 소득보다 관계를 우선하고, 소비보다 자유를 중시한다. 

 

<8시간 VS 6시간>은 각각의 노동 시간이 대변하는 패러다임을 계속 돌아보게 만든다. 자연스레 8시간(실은 그보다 더 심하지만) 노동시간 위에서 작동하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만큼 유익하고, 실은 그 이전에 재미있는 책이다. 꼭 읽어보시라. 구할 수 없다면, 도서관에서 빌려서라도 보시길 바란다. 그럴 만 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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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어린이가 함께 읽는 백범일지
이강하 엮음, 한동훈 그림 / 국민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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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 선생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이 책을 집어들었다. 백범 선생의 삶을 만든 여러 사건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백범일지>로, 독자들이 (각 장의 제목이기도 한) 스물두 개의 질문을 통해 백범 선생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기획된 것이다. 실은 어린이들에게 <백범일지>로 나아가는 데 진입장벽을 낮춰주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어린이를 독자로 상정하고 만든 책이라서 지루하지 않게 잘 읽힌다. 항상 질문 다음에 힌트를 제공해서 흥미를 유발하고, 본문 읽는 데에 몰입도를 높여준다. 더욱이 다양한 그림과 사진이 곁들어져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백범일지>를 이렇게 맛있게 재구성하고, 여러 가지 양념을 버무려 내놓으니 나 같은 성인에게도 재밌게 읽힌다.  


무엇보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통합이다. 이 책의 제목이 <남북 어린이가 함께 읽는 백범일지>다. 남한과 북한으로 분열된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헌신한 백범 선생의 노력에 초점을 맞추어 어린이들에게 통합이라고 하는 가치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한다. 통일에 대한 기대가 사라져가는 요즘 성인들도 함께 읽어볼 만 한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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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할더스 보스 그는 누구인가 게르할더스 보스 프로젝트 저작물 시리즈 1
김영호 지음 / 합신대학원출판부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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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할더스 보스는 내가 학부생 때에 열심히 씨름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배움을 얻었다. 이후로 어지간한 구속사 관련 문헌은 술술 읽혔다. 에베레스트 등정 후에 동네 뒷산은 아무 것도 아니듯이 말이다. 


그레엄 골즈워디의 <복음과 하나님의 나라>를 읽고 곧바로 읽은 책이 보스의 <하나님 나라와 교회>와 <성경신학>. 그리고 시드니 그레이다누스의 <구속사적 설교의 원리>였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순서였지 싶다. 


선생 없이 공부한 독학자의 슬픈 처지였다. 그래도 다 읽었다. 후루룩 읽을 책이 아니었기에 한 문장 한 문장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이후 보스의 책 자체도 의외로 잘 읽혔다. 물론 처음에 워낙 혹독하게 씹어먹어서다. 


요즘 독자분들이 구속사나 성경신학에 관심이 생겼을 때에는, 나처럼 읽을 필요가 없다. 골즈워디를 읽고, 보스를 읽기 전에 읽을 만 한 책이 얼마나 많이 나왔나. 꼰대로서 말하자면, 정말 좋은 시대 아닌가 싶다. 


여전히 게르할더스 보스는 성경신학 계보에서는 고전이며, 여진히 읽히고 있다. 실로 끝판왕 같은 위상을 자랑한다. 그렇기에 구속사 주제에 있어서는 험산준령과도 같은 이 대가를 감히 읽으라고 권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얼마 전 국내 연구자에 의해 <게르할더스 보스 그는 누구인가>라는 작은 책자가 나왔다. 그의 저작물시리즈의 1권으로 말이다. 즉 보스와 그의 교의학을 번역, 소개, 해설하는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실이다. 


막상 펼쳐보면 보스의 문헌 소개(7. 보스 연구자료~보스 글 찾아가기)가 분량의 절반을 차지하여 실제 본문은 52%에 해당한다. 더욱이 판형이 46판과 국판 사이(140*200)인 비교적 작은 책자다. 단숨에 읽혀버린다.


아쉬움이 없지는 않으나, 그래도 오랫동안 보스를 애호한 독자로서 반가운 기획이고, 깜짝 선물이다. 더욱이 보스의 여러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령 아래 인용한 문단을 한 번 살펴보시길 바란다.


"보스는 매일 정오가 되면 산책을 떠났다. 동행자는 거의 매일 벤저민 워필드였다. 후에 그래샴 메이첸이 함깨 했다. 머서 스트리트를 따라 걸었고, 보스는 애완견을 대동했다. 보스와 워필드는 여기서 에너지를 얻었고, 그들이 읽은 것들과 생각하고 있는 주제들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보스는 신학교 평의회에서 거의 말하는 일이 없었던 반면, 워필드는 강한 연설가였다. 그러나 워필드의 연설 내용 중 많은 부분은 보스와 나눈 대화의 결론이었다."(37쪽)


이 한 문단 만으로도 보스의 성격과 대인관계, 신학 입장 등에 대해 여러 가지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게다. 나는 이 책을 재밌게 읽었다. 저자(김영호 교수)가 어서 보스에 대한 다음 저술을 내주시길 바랄 뿐이다. 


보스를 애호하는 모든 이에게, 실은 존경하는 쪽에 가깝다 하더라도. 이 책을 추천한다. 보스를 좋아한다면, 재밌게 읽을 것이다. 그를 잘 몰라도 상관 없다. 보스 읽기의 첫걸음으로 이 책을 택하는 건 훌륭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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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기도 하는 법 - 한 권으로 끝내는 대표기도문의 이론과 실제
박태용 지음 / 선한청지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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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기도는 난감하다. 기도하는 당사자도 부담스럽다. 경우에 따라 흑역사의 한 부분이 되기도 한다. 듣는 이도 종종 불편하다. 특히 대표기도를 통해 설교하거나 강의하시는 분들을 만나면, 고통스럽다. 무한정 늘어지는 대표기도 끝나기만 온 교우가 기다리다 급기야 담임목사가 폭발한 사례도 있다. 


왜 이러한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대표기도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다. 기도하는 방법이나 피해야 할 방식, 그 내용과 준비 등에 대해서 하나하나 배워야 한다. 실상은 그저 계속 들으면서 어느샌가 따라하게 될 뿐이다. 가끔은 그 뜻도 모르면서 특정한 단어나 표현을 그대로 갖다 쓰기도 한다. 


우리가 신앙과 예배의 다른 영역을 배워야 하듯이 대표기도도 제대로 배워야 한다. 박태용 목사님의 <대표기도하는 법>이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교회에서 중진급 이상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구비해야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대표기도의 이론이고, 2부는 대표기도의 실제이다. 부록으로 각 교회 장로님과 집사님들의 실제 기도문이 실려있다. 2부에는 1월 첫 주부터 12월 마지막 주까지 주일 예배 기도문이 수록되어있고, 그 뒤에도 다양한 상황을 반영한 기도문이 하나 씩 실려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1부이다. 아래에 1부의 세부 목차를 소개하겠다.


1장 대표기도란

- 1. 대표기도, 예배의 한 순서
2. 대표기도, 기도의 한 종류
3. 회중을 대표해서 드리는 기도
2장 대표기도, 이렇게 해 주세요
1. 개인기도는 길게, 대표기도는 짧게
2. 문장은 간결하게
3. 발음은 분명하게
4. 속도는 적당하게
5. 톤은 적절하게
6. 용어는 정확하게
3장 대표기도, 이렇게 하지 말아주세요
1. 목사님을 대신하는 기도 ·52
2. 상투적인 표현, 낯선 한자어나 외국어
3. 부자연스러운 목소리
4. 불필요한 도입부
5. 의미 없이 반복되는 용어
6. 부정적인 표현
7. 성구의 단순 인용
8. 회의 같은 기도
9. 설교 같은 기도
10. 광고 같은 기도
4장 대표기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1. 대표기도의 근간, 개인기도
2. 많이 읽고, 많이 써 보고, 많이 생각하기
3. 기도문 작성
4. 기도 모니터링
5장 대표기도의 내용
1. 하나님을 부름
2. 기도의 네 가지 내용
3.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4. 아멘
5. 대표기도문 작성 실습
6장 대표기도자의 평소의 준비와 당일의 주의사항
- 1. 평소의 준비
2. 대표기도 전 한 주 동안의 준비
3. 대표기도 당일의 주의사항


목차만으로도 이미 설명이 다 되었으리라 믿는다. 이걸 보는 순간, 안도감이 밀려오지 않는가. 이제 나도 대표기도를 할 수 있겠다고 하는 안도감 말이다. 보석같은 대목이 여러 군데 있자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개인기도는 길게, 대표기도는 짧게"이다. 저자는 3분 내외로 하는것이 좋다고 한다. 


저자(박태용 목사)의 디테일은 도처에서 드러난다. 가령 대표기도 전 한 주 동안의 준비로 성대 관리에 대해 이야기한다거나, 당일에 기도할 때에도 (기도문을 준비했다면) 기도문을 몇 번 접어서 어떤 방식으로 가져가 어떻게 볼 지, 혹은 마이크는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등을 이야기할 정도이다. 


"자신에게 맞는 마이크의 높이를 미리 체크해 놓았다가 기도 시작하기 전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높이에 맘춘 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기도를 마친 후에는 원래 높이대로 조심스럽게 맞추어 놓고 내려오는 것도 잊지 않으면 더욱 좋겠지요."(91쪽) 


"기도문은 많아 한 번 정도 접어서 성경책이나 파일에 끼워 가지고 나갔다가, 조심스럽게 펼쳐서 읽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 될 수 있는 대로 강대상에 올려놓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읽는 것이 좋습니다."(91쪽)


더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되었으리라 믿는다. <대표기도하는 법>은 문자 그대로 대표기도의 모든 것을 다루었다. 내가 담임목사라면, 모든 중직들과 리더들에게 이 책을 읽게 할 것이다. 아예 직분자 연수 프로그램의 하나로 <대표기도하는 법>의 독서보고서 과제를 넣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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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혁명 - 자긍심을 회복하는 순간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 최종희 옮김 / 국민출판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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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혁명>은 자기계발서다. 그런데 저자가 페미니스트다. 그것도 아주 유명한 페미니스트다. 무려 미국 리버럴 페미니즘 대표자 가운데 하나다. 그런 그녀가 자기계발서를 집필했다. 이 책에서 그녀는 자기계발의 근간으로서의 자존감(self-esteem, 역자는 주로 자긍심이라고 번역하는 것 같다)의 문제를 세밀하게 다룬다. 문자 그대로 잘 쓰인 자기계발서다. 


자유주의 페미니스트가 쓴 자기계발서는 무엇이 다를까. 일단 이 책은 두 가지 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개인의 감정에서 사회구조까지, 자존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구조의 문제를 주목하는 자기계발서는 드물다. 모든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사회가 아니라) 자기 안에서 찾는 자기계발의 속성에 안 맞기 때문이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자기계발서는 명백히 구조의 영역을 주목한다.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기에 개인과 구조를 가르지 않는다. 물론 페미니스트가 자기계발서를 쓰는 자체가 놀라운 사건이다. 차라리 자기계발 비판서를 쓰는게 더 자연스럽다(미키 맥기의 <자기계발의 덫>처럼). 페미니스트는 대체로 구조를 말하고, 자기계발은 언제나 개인을 강조하니까. 


이 책에서 주목할 만 한 다른 하나는 남성 또한 독자 대상으로 초대한다는 점이다. 이는 한 면으로 피버럴 페미니스트다운 모습이기도 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계발서 작가다운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이게 딱히 별 게 아니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에 쏟아져나오는 많은 페미니즘 저서들을 살펴본다면, 그 차이가 확연하게 다가올 것이다.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과도 얘기를 나눠보면 볼수록,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불완전성, 공허감, 그리고 자기 회의나 자기 증오는 거의 같다. 누가 겪었든 상관없이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장벽이 많은 남녀 간의 힘의 균형 문제까지도 적당히 호도하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남성 독자들도 환영받는 느낌이 들도록 하자. 그것이 이 책을 쓸 때 마음 먹었던 것이기도 하고, 이 책이 해낼 수 있는 조그만 일이기도 하다."(5쪽)


물론 책의 도처에서 페미니즘의 전망이 완연하다. 애초에 드는 예시부터가 그렇다. 하지만 저자의 목적은 독자에게 페미니즘을 전도하는 데에 있지 않고, 독자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데에 있다. 그저 저자의 포지션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저자는 자기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서 메시지를 전하는 것 뿐이다. 남녀 독자를 향한 저자의 간절한 요청은 이것이다.  


"자꾸만 떠오르는 자신의 실체들을 아우르는 것, 그것은 자신 안에 있는 목소리다. 우리 내부에는 진정한 목소리가 늘 있게 마련이다. 믿으라. 그 목소리를!"(3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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