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더스 키퍼스 - 찾은 자가 갖는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빌 호지스시리즈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스티븐 킹은 믿고 보는 작가이다. 공포, 스릴러, 판타지 등을 막론하고 전방위적으로 활약한다. 그런데 그가 추리소설을 쓴다면, 과연 읽을 만 할 것인가? 그가 이 분야로 쓴 작품이 없지 않던가. 하지만 그가 빌 호지스라는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낸 순간 우리는 그가 곧바로 추리소설의 대가로 우뚝 서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3부작으로 기획된 이 연작은 두 가지를 특징으로 한다. 첫째로 주인공이 초인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티비를 끼고 살며 총을 만지작거리면서 자살을 생각하는 60대의 퇴임 형사가 빌 호지스이다. 더욱이 그의 파트너들은 정서적으로 불완전한 여성 히키코모리 홀리와 명민하지만 미성년인 흑인 남학생 제롬이다(그래도 2권에서는 대학생이다).

 

하지만 이렇듯 취약하나 개성 강한 이들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한다는 데에 작품의 특징이 있다. 제롬은 호지스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본질을 간파하고, 브래디의 사기 수법을 찾아낸다. 브래디를 제압하는 것은 홀리이다. 다시 말해서 이들 없이 사건을 해결될 수가 없었다. 전지전능한 퇴임형사에게 약간의 도움을 주는 것에 불과하지 않다는 뜻이다.

 

둘째로, 발 호지스 시리즈는 범인의 정체를 초반부터 드러낸다. 아예 그들의 이야기가, 그들의 내면과 삶을 촘촘하게 직조하여 만들어진 조밀한 서사가 소설의 한 축을 이룬다. 특히 브래디 하츠필드(1권의 악역)와 모리스 벨러미(2권의 악역)가 그들의 삶에서 일관되게 욕망을 투사할 수밖에 없던 대상(사람이든 물건이든)의 결말과 마주한 상황은 독자의 연민을 자아낸다.

 

반전 없는 추리소설을 스티븐 킹이 거침없이 이끌어갈 수 있는 동력이 바로 이런 강력한 서사에 있다. 설득력 있는 캐릭터의 구축이 서사를 튼실하게 만들어주고, 결과적으로 독자를 흡인력 있게 끌어당긴다. 이런 진부하게 들리는 설명은 스티븐 킹의 작품에 대한 실례와도 같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사실이 그런 것을.

  

작가와 캐릭터

2권까지 읽은 지금 빌 호지스 시리즈는 일종의 성장담으로 읽힌다. 빌 호지스는 운동을 하고 살을 빼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자기의 한계를 자각한다. 그렇게 인간적인 탐정 하나가 탄생하는 것이다. 홀리는 이제 자기만의 방을 나와서 사람들과 마주하기 시작한다(이들 둘을 묶어주는 것은 빌 호지스가 마음을 주었던 여인이자 홀리의 사촌인 제이니의 죽음이다)

 

빌 호지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반전을 찾을 수가 없다그 대신에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빛과 그림자의 세밀한 묘사를 통해서 구축된 입체적인 캐릭터가 강력하게 이끌어가는 서사에 올라타는 것으로 충분하다주인공과 악역의 모습들 속에서 우리는 울고 웃게 된다어느새 그들 곁에서 같이 뛰고 있는 우리를 발견하게 된다.

 

무엇보다 2권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것은 작가와 팬의 내면이다. 악역인 모리스나 그의 타깃인 피트 소버스 모두 작가 존 로스스타인과 그가 창조한 주인공 지미 골드에게 매료되었다. 하나 미공개된 두 권을 마저 읽고 지미의 총체적 인물상을 파악하게 된 피트와 달리 이미 공개된 3권까지만 읽고 주인공의 변절에 실망한 모리스는 전혀 다른 길에 서게 된다.

 

모리스가 러너’ 3부작(그 자체로는 미완성인 <러너>, <러너, 전쟁에 나서다>, <러너, 속도를 늦추다>이고, 후에 <러너, 서부로 떠나다>, <러너, 깃발을 들다>가 이어진다)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고 가로막힌 지점을 영문학자인 모리스의 어머니 애니타 밸러미는 간파하고, 자신의 작가상을 들려준다(아마도 스티븐 킹 자신의 것으로 보이는 이 견해에 나 또한 동의한다).

 

훌륭한 소설가는 등장인물들을 선도하지 않아. 그냥 따라가지. 훌륭한 소설가는 사건을 만들어내지 않아. 벌어지는 사건을 주시하다가 목격한 그대로 기록하지. 훌륭한 소설가는 자기가 신이 아니라 비서라는 걸 알아.”(186)

 

캐릭터가 제대로 구축되면, 내러티브의 전개는 작가의 몫이 아니라 캐릭터의 몫이 된다. 빌 호지스 시리즈가 그 좋은 사례일 것이다. 그러나 지미가 계속 성장해가는 과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리스(“성인이 된 이후의 지미[]는 싫은 거지?”, 186)는 결국 자신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어른이 되길 거부”(188)한다.

 

Tolle lege

 

그럼에도 우리는 독서에 대한 모리스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을, 살면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책을 읽는 수준을 넘어 책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대책 없이 푹 빠져 버린 순간을 말이다.”(180) 그렇다. 독서는 사랑이고, 독서가는 사랑꾼이다.

 

로스스타인의 또 다른 애독자 피트는 어떠한가? “피트가 아는 한 시리즈의 마지막 두 권을 읽은 사람은 전 세계를 통틀어 그 한 명뿐이었는데 그로 인해 그의 인생이 달라졌다.”(129) 물론 이제 갓 열여덟 살이 된 그는 뒷부분에서 이렇게 정정한다. “그의 작품으로 인해 제 감성이 달라졌다고 하는 게 맞겠어요.”(552) 피트는 분명 훌륭한 평론가의 길을 갈 것이다!

 

피트와 모리스가 러너 시리즈를 탐독했듯이 <파인더스 키퍼스>, 아니 빌 호지스시리즈는 추리소설의 애독자나 스티븐 킹의 팬이나 매한가지로 탐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직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읽지 않았다면, 곧바로 <파인더스 키퍼스>에 뛰어드는 것을 만류하고 싶다. 은퇴 형사 빌 호지스가 탐정으로 거듭나게 된 계기가 된 전작을 먼저 읽으시길 바란다.

 

이미 <미스터 메르세데스>을 읽었다면, 지금 이 서평을 보실 때가 아니다. 어서 빨리 <파인더스 키퍼스>를 집어드시길. Tolle lege(집어들어 읽어라).



"피트가 아는 한 시리즈의 마지막 두 권을 읽은 사람은 전 세계를 통틀어 그 한 명뿐이었는데 그로 인해 그의 인생이 달라졌다."(129쪽)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을, 살면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책을 읽는 수준을 넘어 책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대책 없이 푹 빠져 버린 순간을 말이다."(180쪽)

"훌륭한 소설가는 등장인물들을 선도하지 않아. 그냥 따라가지. 훌륭한 소설가는 사건을 만들어내지 않아. 벌어지는 사건을 주시하다가 목격한 그대로 기록하지. 훌륭한 소설가는 자기가 신이 아니라 비서라는 걸 알아."(18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